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 단명하기 까지?...솔로남을 위한 가이드라인

 

연기연금 절대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

 

   “독신으로 살 생각은 없었어요. 내년에 52세인데, 지금까지 미혼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괜찮은데 정년퇴직할 때도 혼자일까봐 솔직히 두렵네요.”

 

“아파트 대출은 다 갚았고 연금도 탄탄하게 준비했고 정년 후 고민은 없습니다. 다만 매일 술잠, 술잠을 반복하고 있어서 뱃살과 건강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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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만들지 않은 화려한 싱글에게도 정년은 온다. 인생 후반전에서 꽃길을 걸으려면, 싱글 중년은 더 치밀하게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부부가 기준인 일반적인 노후 대책으로는 연착륙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아야 대비책도 마련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솔로 공화국’이 된 일본의 자료를 토대로, 혼자 사는 중년 남성이 노후에 직면하게 될 3가지 위험에 대해 알아봤다.

 

 

독신남의 단명(短命)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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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 50대 미혼 남성을 예전보다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통계를 봐도 그렇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0대 미혼 남성 가구주는 27만 가구로 전체 50대 가구의 5.8% 정도였다. 하지만 내년엔 50대 미혼 남성 가구가 40만 가구를 돌파하고, 50대 가구 내 비중도 8.3%로 높아진다. 이런 추이가 계속된다면 2050년엔 미혼 남성 가구주 비중이 50대 전체 가구의 39%를 차지하게 된다.

 

결혼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50대에도 싱글이고 평생 혼자 살 것 같다면, 혼인 여부가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독신 연구가인 아라카와가즈히사(荒川和久)씨가 2020년 일본의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독신 남성은 배우자가 있거나 이혼·사별한 남성에 비해 단명(短命)할 가능성이 높았다. 미혼 남성의 사망연령 중간값은 67.2세로, 사별남(88.4세), 기혼남(81.6세), 이혼남(72.9세)에 비해 크게 낮았다. 사망연령 중간값이 67.2세라는 것은, 해당 나이에 표본의 절반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아내 있으면 독신보다 14년 더 살아

일부 남성들은 ‘늙어서 아내가 퍼붓는 잔소리를 듣는 건 고역’이라고 불평한다. 하지만 아내의 바가지와 간섭이 어쩌면 남편을 오래 살게 하는 비결일 수도 있다. 통계를 보면, 기혼 남성이 아내 없이 혼자 사는 독신 남성보다 14년이나 더 오래 산다.

 

왜 독신 남성의 수명은 이렇게 짧은 걸까. 아라카와가즈히사씨는 “소비 성향을 보면, 독신 남성의 외식 비용은 일반 가족 씀씀이의 3배에 달한다”면서 “값싸고 간편하면서도 빨리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지니까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남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짜고 기름진 식당 음식이 제철 채소와 싱싱한 생선 등으로 요리해 먹는 집밥만큼 몸에 좋을 리 없다. 독신 남성의 사망 원인을 보면 신부전, 간질환, 당뇨, 고혈압 등의 비율이 기혼 남성에 비해 훨씬 높았는데, 나쁜 식습관이 수명 단축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아라카와씨는 설명했다.

 

 

참고로 여성은 배우자 없이 혼자 살아야 오히려 장수했다. 구체적으로는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 가장 오래 살고(91세), 미혼이거나 이혼한 여성도 여든살 생일은 넘겼다. 반면 배우자가 있는 기혼 여성은 사망연령 중간값이 78.6세로, 단명 위험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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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남 짓누르는 무임승차론

“독신자는 출산·양육하는 사람에 비하면 사회 기여도가 전혀 없는 무임승차자 아닌가요? 왜 우리 아이들이 그런 독거 노인들까지 부양해야 하나요?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도 독신자에겐 페널티(싱글세)를 부과해야 해요.”

 

최근 한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는 ‘독신자 무임승차론’이 진지하게 거론됐다. “싱글들은 늙으면 남의 자식들에게 부양받는 것이니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며, 이는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오히려 독신 남성들은 젊을 때 쌓은 연금을 온전히 다 받지도 못한 채 일찍(67.2세)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독신남은 연금 재정을 갉아먹기는커녕, 오히려 연금 재정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애국자라고 볼 수 있다.

 

 

연금액을 더 많이 받으려고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독신남은 어떨까. 국민연금은 정상 수급 연령이 65세(1969년 이후 출생부터)다. 연기연금은 국민연금을 최장 70세까지 미뤄서 받는 것인데, 늦게 받는 대신 연금액은 최대 36% 늘어난다. 하지만 독신남의 사망연령 중간값이 67세 근처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기연금 선택은 불리할 수 있다. 정상 나이에 연금을 받거나 연금액은 다소 손해(최대 30%)보더라도 최대 5년 당겨받을 수 있는 조기연금 중에서 고민하는 게 낫다.

 

 

만약 독신 남성이 연금을 타던 중에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 국민연금을 예로 들어보자. 국민연금은 수급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유족연금(기본연금의 40~60%)이 지급된다.

 

그런데 국민연금법에서 말하는 유족 범위는 배우자, 25세 미만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다. 독신남은 배우자와 자녀, 손자녀가 없으니까, 유족연금이 지급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낮다.

 

의무적으로 들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일찍 사망하면 그간 낸 보험료보다 사망 전까지 받은 연금액이 적어 억울할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제도가 개선됐다.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유족이 없어 유족연금을 받을 사람이 없다면, 장제비 성격으로 사망일시금이 지급된다. 금액은 국민연금 가입자 본인의 가입 기간 평균소득 월액의 4배 정도다. 형제자매나 4촌이내 방계혈족 순으로 받을 수 있는데, 4촌이내 방계혈족은 주거지가 같아야 한다.

 

 

‘외딴섬’ 고립 리스크

젊고 건강하고 직장까지 탄탄하면 싱글 라이프는 순항한다. 기혼 남성처럼 자녀나 노후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오십줄에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일이 재밌고 즐거워도 고독이나 소외에 대한 공포가 커지기 시작한다. “내일부터는 출근 안 해도 됩니다”라는 최후 통첩까지 받으면 스트레스는 더욱 커진다.

 

“이러다 고독사하면?” “치매에 걸리면?” “내 장례식은 누가?” 등과 같은 질문도 꼬리를 문다. 나이가 들면 인지 능력이 약해지는데, 혼자 살고 있어 외롭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기꾼들이 접근하는 것도 이때다.

 

장기적으로 통원을 해야 한다거나 간병이 필요한 질병에 걸리게 될까봐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독신자는 함께 사는 배우자도 없고 자신을 부양해 줄 자녀가 없다. 병든 독신남을 돌봐줄 사람은 부모와 형제자매, 혹은 단짝 친구 정도다.

 

<독신의 노후> 저자인 우에노지즈코 전 도쿄대 교수는 “독신 여성들은 상부상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인생의 내리막길을 버텨내지만, 독신 남성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권력이나 지위를 누렸던 남성일수록 나이가 들면서 기력과 자유를 잃는 것에 상처 받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가족 난민>을 쓴 야마다 마사히로씨는 “고립화되기 쉬운 싱글은 평생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시니어타운과 같은 공동주택 주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배우자나 자녀를 대신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심리적 고립감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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