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골재 대란’...불량 골재 버젓이 유통...왜

 

바닷모래 공급 막히자… 건설 현장 ‘골재 대란’

천연 골재 채취 규제 영향… 불순물 많은 불량품 사용 우려

 

최근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레미콘 업계엔 골재 확보 비상이 걸렸다. 골재는 콘크리트를 만들 때 시멘트, 물과 함께 섞는 자갈·모래를 말한다. 주로 산(山)의 암석을 깬 자갈이나 바다 모래, 콘크리트 폐기물에서 자갈·모래만 발라낸 순환 골재(재활용 골재) 등을 사용한다. 그런데 작년 9월 인천 선갑도 해역의 바다 모래 채취 허가 기간이 끝난 후, 지자체가 어민 반발 등을 이유로 인근 굴업·덕적 해역의 신규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수도권에 바다 모래 공급이 1년 이상 사실상 끊기다시피 한 것이다.

 

 
바닷모래 채취 중단, 건설현장 '모래대란' 위기 [라펜트 조경뉴스] edited by kcontents

 

바다 모래 공급은 2017년 정부가 어족 자원 보호를 이유로 채취를 엄격히 제한하면서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다 골재 가격은 1㎥당 2만4500원 수준으로 규제 강화 이전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렇게 바다 모래 공급이 크게 줄면서 ‘순환 골재’ 사용은 급격히 늘고 있다. 순환 골재도 잘 관리하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선 “수요가 몰리다 보니 재활용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벽돌과 건축용 접착제 등 불순물이 섞여 들어간 것들도 종종 발견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콘크리트에 섞여 들어가면, 깨부수지 않는 한 불량 골재를 찾아내는 게 불가능하다”며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건설 수요가 늘면, 저품질의 순환 골재 공급이 늘어날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으며, 현장에선 벌써부터 골재 대란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목재·벽돌 섞인 불량 골재 버젓이 유통

골재는 채취 방법에 따라 크게 산과 바다에서 나오는 천연 골재와 기타 골재로 나뉜다. 기타 골재에는 건설 폐기물을 재활용한 순환 골재, 도로·터널 공사장에서 나온 암석을 깨부순 ‘선별파쇄골재’ 등이 포함돼 있다.

 

건설산업의 딜레마...MZ세대는 떠날 수 밖에 없나?

 

건설산업의 딜레마...MZ세대는 떠날 수 밖에 없나?

“퇴직금도 안 받고 나왔다” 건설산업, 떠나는 MZ 잡아야 건설업 특성상 주 52시간 불가능 젊은 세대는 잔업보다 정시 퇴근이 목적 건설업과 미스매치 그렇다고 경력 없는 인력 잡아둘 수도 없

conpaper.tistory.com

edited by kcontents

 

문제는 순환 골재 사용 비율이 점점 늘어나면서 불량 제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된 골재 2억3219만㎥ 가운데 59.2%가 순환 골재 등 ‘기타 골재’였다. 사용량은 2020년 대비 22.9%, 비율은 9.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기타 골재의 40% 이상이 순환 골재이고, 최근 늘어난 것도 대부분이 순환 골재”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천연 골재 공급이 줄기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다. 정부는 어획량 감소 등을 이유로 2017년 12월부터 바다 골재를 전국 골재수요의 5%에 해당하는 물량만 공급하도록 제한하고, 바다 골재 채취에 따른 공유수면 사용료 등 비용도 대폭 올렸다. 이로 인해 2016년 전체 골재의 14.2%를 차지하던 바다 골재의 비중은 지난해 3.2%까지 떨어졌다. 특히 건설 수요가 많은 수도권 골재의 20~30%를 책임지던 인천 바다 골재는 작년 9월 이후 채취가 아예 중단됐다.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바다골재 채취 제한으로 골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이 지역은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연평균 약 920만㎥의 골재를 공급받았으나, 어업인 민원으로 2020년 8월부터 채취가 중단됐다. 경남의 한 레미콘업체 대표는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하면서 먼 지역에서 골재를 사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장거리 수송에 따른 운반비 때문에 부산·경남 지역 골재 가격은 다른 지역의 두 배인 ㎥당 3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순환 골재 품질 관리 강화해야”

순환 골재 사용량이 늘면서 불량품이 유통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지하 주차장이 붕괴한 검단 LH 아파트의 주거동에서 미인증 순환 골재가 사용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안전성 평가 ‘D등급(재건축 가능 수준)’을 받은 주거동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표면을 분석했더니 목재 조각과 벽돌 조각 등이 발견됐다. 작년 1월 붕괴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도 레미콘에 불량 골재가 포함된 것이 콘크리트 강도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에 골재를 섞으면 열 반응이 나오면서 단단해지는데, 이물질이 포함되면 열 반응이 제대로 나지 않아 강도가 나오지 않는다”며 “최근 부실 시공에는 불량 골재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이런 문제 때문에 그동안 순환 골재는 도로에 까는 아스팔트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건물 콘크리트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콘크리트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이물질 함유량이 1% 이하여야 하고, 흡수율이나 입자 모양, 점토 덩어리양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을 지키지 않은 불량 골재들이 레미콘 원자재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골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 업체라 이물질 선별·분리 공정을 대폭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기 때문이다. 골재업계 관계자는 “공정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가 많이 들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선 부실 시공을 막기 위해 순환 골재의 품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폐기물로 분류되는 순환 골재의 경우 연 1회 정기 품질 인증 심사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관리 시스템이 없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순환 골재 품질 관리는 건물을 해체하는 초기 과정부터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수지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