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근절 의지에도 여전히 '건설사 벌떼입찰'은 건재

 

국토부,공정위,검찰 조사에도

중흥·호반 또 '벌떼입찰'

 

   소규모 계열사들을 동원한 이른바 ‘벌떼입찰’ 로 사세를 불린 건설 대기업들이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공공택지 당첨확률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가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태라며 여러 차례 근절 의지를 밝히고, 제도 개선책도 내놨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는 탓이다.

 

이는 인천도시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의원(국민의힘·대구동구을)에게 제출한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 AA24 블록’ 입찰 자료를 3일 본지가 분석한 결과다.

 

국토부 근절 의지에도 여전히 '건설사 벌떼입찰'은 건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 인천도시공사(iH)가 공고한 입찰에는 총 68개 기업이 참여했다. 택지의 공급금액은 2198억원으로 공동주택 1086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모기업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참여하는 '벌떼입찰'의 전형이 이번 입찰에도 나타났다. SM·호반·중흥·보성 등 최소 11개 기업에서 2곳 이상의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벌떼입찰을 뿌리 뽑겠다“며 지난해 10월부터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택지 입찰에 ‘1사 1필지(모기업과 계열사를 합쳐1필지에 1개사만 입찰하도록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복수의 건설 계열사가 있지만 공공택지 입찰에선 1필지에 한 곳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서 비켜나 있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의 공공택지 입찰에 일부 업체가 또다시 계열사를 동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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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계열사를 동원한 건 대기업집단 순위 30위인 SM그룹으로 삼환기업, 우방, 에스엠상선 건설부문 등 8곳을 입찰에 참여시켰다. 이어 보성산업, 한양, 파인자산관리 등의 계열사가 입찰한 보성그룹이 6개로 뒤를 이었다. 중흥그룹(새솔건설, 중흥토건, 대우건설, 중흥에스클래스, 중흥건설), 호반그룹(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호텔앤리조트, 스카이리빙, 호반자산개발)은 각각 5개 업체를 입찰에 동원했다.

 

국토부 근절 의지에도 여전히 '건설사 벌떼입찰'은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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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까지 쫓아간다” 경고에도 계열사 동원한 호반

그동안 벌떼입찰에 나선 기업들은 많게는 필지당 수백억 원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는 공공택지를 대거 확보했다. LH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흥·호반·대방·우미·제일건설 등 5개 건설사가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물량 178필지 가운데 67필지(37%)를 낙찰받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런 벌떼입찰을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하고, 연루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혐의가 있는 업체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도 벌떼입찰 기업의 불법 여부를 조사했다.

 

 

국토부 근절 의지에도 여전히 '건설사 벌떼입찰'은 건재

 

국토부는 이어 지난해 9월 ‘공공택지 벌떼입찰 근절방안’ 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실시하는 300가구 이상의 LH 공공택지 입찰에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1사 1필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생겼다. 택촉법에 따라 진행하는 지자체 도시개발공사의 공공택지 입찰에는 바뀐 제도가 적용되지 못한 것이다.

 

원 장관은 지난 4월에는 “벌떼입찰 의심 업체는 땅끝까지 쫓아가 공공택지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세우겠다”며 엄벌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벌떼입찰로 공정위가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호반그룹을 특정해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 이상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며 “국토부에서 해당 시기에 택지를 낙찰받은 업체들이 입찰 등록기준을 충족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호반그룹은 이번 입찰에 건설업과 관련 없는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 5곳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건설까지 동원한 중흥...계열사 새솔건설 당첨

지난달 11일 진행된 검단 AA24 블록 추첨에서는 중흥그룹의 5개 계열사 중 하나인 새솔건설이 당첨됐다. 중흥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도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중흥그룹 측은 “이번 입찰건은 공급주체의 강화된 신청자격 요건에 충족된 법인이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근절 의지에도 여전히 '건설사 벌떼입찰'은 건재
 

강대식 의원은 “1개 필지만 조사했는데도 편법 정황이 나타난 만큼 지자체 산하 공사의 택지 입찰에 이런 벌떼입찰이 횡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공공택지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런 행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고 있는 1사 1필지 제도를 수도권 전역 및 지방 광역시로 확대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1사 1필지 적용에서 벗어난 지방 광역시 등에서 계열사를 동원한 입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연내에 택촉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1사 1필지 제도가 모든 공공택지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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