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시공] 설계 잘해도 시공사는 잘 선별해야...싼게 비지떡!
설계 좋아도 시공사 잘못 뽑으면 허탕… 최저가 유혹 떨쳐야
건물 시공 성공하려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브릭웰’(Brick Well). 우리말로 ‘벽돌 우물’이다. 건축주 A씨는 내부가 원통형으로 지상 4층까지 뻥뚫린 이 건물 외장재로 반드시 벽돌을 써달라고 시공사에 주문했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비워놓은 공간을 통해 들어온 빛을 조경에 활용하도록 만든 설계안을 살리기 위해서다. 벽돌 시공에는 흔히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몰탈을 벽돌 사이에 발라 고정시키는 ‘습식공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기존 습식 공법으로는 이같은 설계안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시공을 맡았던 기로건설은 3개월여 고민 끝에 건물 위치별로 다른 공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벽돌 안쪽에 뚫린 구멍으로 내진용 연결 철물을 끼워 조립하는 ‘건식공법’을 적용한 것. 덕분에 ‘시옷(ㅅ)’자 모양을 천장까지도 설계안대로 시공할 수 있었다.
최근 독특한 외관을 갖춘 건물들이 지역 랜드마크로 속속 자리잡고 있다. 개성있는 디자인이 건물 가치와 임대료도 끌어올리는 추세인 것이다. 하지만 건축가가 아무리 멋진 설계안을 내놔도 시공사 역량이 부족하면 도루묵이다.
눈에 띄는 건물을 짓고 싶은 건축주일수록 시공사 선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 시공사만 잘 뽑으면 건물짓는데 70~80%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다. 김효일 기로건설 대표는 “대부분 시공사가 복잡하거나 난이도 높은 설계안을 보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준공 후 하자 발생 가능성을 무시한 채 설계안대로만 무작정 짓는다”며 “시공사를 고를 때 포트폴리오나 재무상태도 살펴야겠지만 창의적이고 다양한 대안 시공 경험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땅집고가 오는 10월 24일 개강하는 ‘시공실전 마스터클래스 6기’ 과정 강사들에게 실력있는 시공사의 기준과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요령에 대해 들어봤다.
“최저가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실력있는 시공사라면 품질·원가·안전·공기(工期) 등 4가지 영역에서 경쟁력과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하자를 줄여 품질을 높이고, 안전을 담보하되 자재 원가와 공기를 줄여 건축주 수익을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도면대로 시공할 경우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고 자재나 공법을 바꿔 비용을 줄이는 것도 시공사의 실력이다. 박정수 트래콘건설 사장은 “같은 가격이라면 설계도에 나온 자재를 열효율이 더 높은 자재로 바꾸는 방법을 제안해 볼 수도 있다”며 “공사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준공 후 건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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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최저가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시공사가 약속한 금액에 제대로 된 품질로 공사를 마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는 “최저가로 공사를 따낸 뒤 나중에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난도가 높거나 특수 공법이 필요한 공사는 비용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도면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최저가를 써냈다가 도중에 공사를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김 대표는 “작은 공사는 3곳, 100억대 이상 큰 공사는 5곳 정도 견적을 받아보라”면서 “대체로 중간 가격을 써낸 업체가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견적금액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직원 기술력 사전체크…하자보증서도 받아야
안전 관리 능력도 좋은 시공사의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토목 공사 단계에서 지반 체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반이 단단하지 않으면 준공 후 침하가 일어나 건물이 기울고 구조물에 크랙(금)이 생기거나 방수층이 깨져 누수도 발생한다. 박 사장은 “도심에서 땅을 깊이 파야 한다면 현장에 기술자가 상주하며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건축주에게 가장 골치아픈 일은 하자다. 건물은 변수가 많은 현장에서 만드는 완제품이라서 아무리 시공을 잘해도 하자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박 사장은 “건물 기능을 저해하는 하자를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 여부도 실력 있는 시공사를 판가름하는 기준 중 하나”라고 했다.
건축주는 준공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하자에 대비하기 위해 준공승인 후 한 달 안에 시공사로부터 하자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보증서가 있으면 준공승인 이후 2년 이내에 하자에 대해 수리를 요청할 수 있다.
시공사 평판도 중요하다. 시공사가 지었던 건물의 건축주나 함께 일했던 설계사무소 등을 통해 실력이나 신용도, 경영마인드 등을 체크해야 한다. 또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현장 직원들의 실력도 검증해야 한다. 박 사장은 “시공 계약 당시 현장소장과 직원들의 이력서를 요구해 기술관리 능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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