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양광의 몰락 징조?
설치‧운영비 급등에 생태계도 풀썩
태양광, 한국서 저무나
국내 유일의 태양광 모듈 업체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의 공장 가동률은 올 6월 기준 88%였다. 지난해 말 94.7%에서 6개월 새 6.7%포인트 하락했다. 태양광 밸류체인 중 가장 앞단에 있는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태계는 ‘사실상 전멸’했다. 설치비 상승과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폐지 등이 겹치며 국내 태양광 산업 전반에 어둠이 짙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누적 설비용량은 최근 5년 새 241%(2018년 5936→2022년 2만213㎿) 증가했고, 누적 발전량은 340%(2018년 2157만7580→2022년 9490만7114㎿h)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발전량 증가율은 연도별로 53(2018)→51(2019)→48(2020)→43(2021)→37%(2022년) 등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발전량 안 오르는데…설비 단가는 고공행진
반면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기 위한 비용은 급등하고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택용 2㎾급 태양광 발전 설비 단가는 502만6000원으로, 지난해(436만2000원)보다 15%가량 상승했다.
꾸준히 내림세였던 설비 단가는 지난해부터 오르고 있다. 주택용 3㎾급은 460만9000(2021년)→597만4000원(올해), 건물용 50㎾급은 같은 기간 8167만5000→1억342만3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한무경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 국내 보급량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설비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 예상이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캐도 캐도 끝없는 신재생에너지 비리...5년 동안 도대체 뭘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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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비·노무비 등 공사 원가가 다락같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새 주택용 2㎾급 기준 공사 원가가 310만7491→402만7154원으로 30%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공사 원가 상승 원인을 중국산 부품 가격 인상 여파로 본다. 태양광 생태계의 주도권을 키운 중국이 가격을 올리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장선 “중국산 좋아”…대중 무역적자도 커져
태양광 부품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도 커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셀·모듈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최근 5년 새 3억2711만3000(약 4400억원)→5억9063만 달러(약 7900억원)로 81%가량 증가했다.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셀·모듈→인버터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 중 중국은 글로벌 셀과 모듈에서 각각 86%·80%를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각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덕분이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산 부품의 성능이나 발전 효율이 국산과 큰 차이가 없다”며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 대량 생산으로 시행착오를 줄여왔다. 2010년 이후엔 중국 제품의 기술력이 세계 톱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공세에 OCI와 한화솔루션 등은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잉곳·웨이퍼를 생산해왔던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파산했다. 셀·모듈 사업을 하던 LG전자는 지난해 사업을 접었고, 현재는 한화솔루션만 남았다. 인버터 분야도 화웨이·선그로우 등 중국 기업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선 경쟁력 없다”…영농형·해상형 틈새 공략
실제로 국내에선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 상반기 태양광 셀·모듈 수출액 중 대미 수출이 98.5%”라며 “국내 태양광 산업의 제조 분야 현실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시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한화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은 영농형·해상형 등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해외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태양광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제조 분야에서 현지화를 확대하고,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학과 교수는 “국내 태양광 제조 생태계 붕괴는 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다”며 “정부의 ‘흑묘백묘론’ 식의 태양광 확대 정책에다 중국의 보조금 공세로 손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인 ‘재생에너지 입찰제’(경매제)에 국내 산업 기여도를 포함하는 식으로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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