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처리 위기' 몰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시세조종 혐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 이례적 금감원 압수수색,

법조계 “구체적 혐의 포착 가능성”

 

국민들에게도 등 돌려

문 정부 최애기업 중 하나

문어발 식 무작정 계열사 늘려...100개도 넘어

어짜피 무너질 회사

(편집자주)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작정하고 덤벼들었기 때문에 대충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의혹 외에도 산적한 사법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면 카카오도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위법 행위에 최고 수준 제재”

검찰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지분 매입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를 정조준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8월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사옥에 있는 김 센터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의 지휘 하에 이뤄진 이번 압수수색 품목에는 김 센터장의 개인 휴대전화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4월 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 같은 달 18일 SM엔터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그간 카카오와 계열사를 향하던 수사당국 칼끝이 오너인 김 센터장을 겨눈 상황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카카오 최고경영진의 시세조종 연루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이 단순한 자료 제출 요구가 아닌, 압수수색에 나선 일 자체가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는 것이다. 금감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금감원이 직접 압수수색에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조사 과정에서 기업 측에 자료 제출 정도만 요구한 후 본격적인 수사는 검찰로 넘기는 게 보통”이라며 “금감원이 압수수색까지 했다는 점에서 통상의 시세조종 사건에 비해 당국이 강하게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과 검찰이 압수수색 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구체적으로 포착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확보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연예기획사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이브가 SM엔터 주식을 공개매수하던 2월 인위적으로 주가 변동에 관여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이다. 당시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해 SM엔터 주식을 확보하게 된 카카오는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를 문제 삼은 하이브 측이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엔터 발행 주식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는 요지의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해 조사가 시작됐다.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7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느 정도 실체 규명에 자신감이 있다”며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가능한 제일 높은 수준의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8월 16일 전화 통화에서 기자가 시세조종 의혹과 최근 금감원의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별다른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끊이지 않는 카카오의 내우외환

최근 IT(정보기술)업계에는 카카오 임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말이 파다하다. 실적 악화와 대대적인 인원 감축에 이어 김 센터장 등 경영진이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 언급되는 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부른 무리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다. 최근 압수수색까지 이어진 SM엔터 시세조종 의혹도 대형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다. 둘째는 경영진을 둘러싼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 논란이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지난해 1월 자진 사퇴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가 94억 원 규모의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스톡옵션 행사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카카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여론이 있다. 셋째는 최근 김 센터장 사무실 압수수색에까지 이르게 된 SM엔터 인수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다. 일련의 위기에 카카오가 기민히 대처하지 못하면서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각광받던 카카오가 본업인 IT 분야에서 이렇다 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못 찾는 점도 위기를 가중한다. 최근 카카오 위기에 대해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우외환’이라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김 센터장과 관련된 사법 리스크 등 이른바 외적 변수를 차치하더라도 카카오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챗GPT가 등장한 후에도 카카오가 내놓은 초거대 AI 사업 대책은 수세적·방어적 차원에 그치는 등 미래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김 센터장이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것은 상당한 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그간 카카오의 기업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국민 밉상’이 된 것도 큰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가 ‘국민 밉상’이라는 말을 듣게 된 주요 원인으로 지나친 사업 확장이 꼽힌다. 카카오 계열사 수는 5월 기준 147개로, 국내 30대 그룹 중 SK(19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카카오의 사업 확장이 유달리 비판받는 이유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이른바 골목상권으로 불리는 내수시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챗GPT 붐이 일어난 직후 카카오의 대응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과거의 기민한 대응과 달리 상당히 둔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네이버와 비교해도 카카오의 초거대 AI 신사업 대응은 갈피를 못 잡는 듯한데, 연예기획사 등 본업과 큰 관련 없는 사업으로까지 몸집을 너무 키운 탓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실적 악화와 비(非)주력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며 근로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8월 17일 카카오 사옥 인근에서 ‘무책임 경영 규탄, 고용 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집회를 열었다. 7월 26일 1차 집회 후 김 센터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지만 사측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하자 다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경영난의 책임을 왜 근로자들이 오롯이 져야 하느냐”는 것이 카카오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카오 계열사 정리가 김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된 가운데 국회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도 카카오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센터장은 2018년(포털 뉴스 편집 문제)과 2021년(골목상권 침해 논란), 2022년(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국감장에 불려 갈 때마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고 김 센터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 진출하지 않겠다”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투자 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4월 김성수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계열사 30여 개를 줄이겠다고 공표했지만, 실제 계열사 ‘다이어트’는 목표치에 못 미쳤다.

 

 

'문어발' 카카오 결국 구조조정...희망퇴직 실시...노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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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카카오 결국 구조조정...희망퇴직 실시...노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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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계열사들 경찰수사, 과징금 폭탄 위기

카카오 외 다른 핵심 계열사도 최근 잇달아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 카카오페이는 불법 지원금 수수 의혹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7월 3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페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오프라인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페이가 부가가치통신망(VAN)업체인 나이스정보통신으로부터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받는 등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사건은 금감원 수시검사에서 카카오페이의 리베이트 혐의가 포착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승객 호출 콜을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몰아줘 비가맹 택시를 차별했다면서 과징금 271억 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게 공정위 측 판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8월 들어서는 대구시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앱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는 카카오의 신사업 진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5월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와 비(非)금융 개인신용평가 관련 사업에 대한 허가 심사를 보류했다.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금융위원회 측 판단이다.

 

자수성가형 사업가 김흙수저 출신 범수 중대 기로에 서다

“인터넷 놀이문화를 재창출하고 싶습니다.”

“유니텔 근무 당시 다섯 살 난 아들에게 마우스만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주려던 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2000년 당시 34세 청년 사업가였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언론에 밝힌 포부다. 당시 그가 창업한 인터넷 게임 사이트 ‘한게임’이 온라인 고스톱 서비스를 일본에 ‘역수출’해 화제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공간에 국경 없는 범세계적 놀이문화를 만들고 싶다”던 홍안의 김 센터장은 이후 국내 굴지의 IT(정보기술) 공룡 카카오를 세웠고, 지난해 재산 약 12조 원으로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50대 부자’ 1위에 꼽혔다.

 

 

 

스마트폰 혁명 포착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론칭

김 센터장은 ‘흙수저’ 출신의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전남 담양에서 상경한 부모 슬하에서 1966년에 태어난 김 센터장은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부친의 사업이 부침을 겪으며 한때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김 센터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회사원으로서 다닌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2020년 이건희 삼성전자 장례식 조문 때 발언) 삼성SDS에 입사했다.

 

1998년 퇴사한 김 센터장의 첫 사업 아이템은 PC방이었다. 개업한 PC방이 대박을 친 데다, 직접 개발한 PC방 운영 프로그램이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게임을 창업한 김 센터장은 국내 IT업계 거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0년 국내 최고 게임 서비스업체로 급성장한 한게임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네이버가 합병해 NHN이 출범했다.

 

김 센터장은 2010년대 IT 사업가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2007년 NHN을 떠난 후 시작한 몇 차례 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터였다. 그러던 중 당시 ‘스마트폰 혁명’을 가져온 아이폰을 접한 김 센터장은 스마트폰 기반의 IT 서비스가 미래 대세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2010년 론칭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김 센터장은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탄생한 빅테크 다음카카오(현 카카오) 최대주주 겸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김범수호 카카오를 두고 금융,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사업 다각화를 주도해 카카오를 국내 굴지 대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 두 자녀에 대한 재벌식 승계 의혹 등 비판이 교차한다.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김 센터장은 그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에서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을 주변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의 경영 리더십에 대해 “권한을 적임자에게 과감히 위임해 능력을 발휘케 한다”고 평한다. 그러나 이런 ‘위임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김 센터장 같은 최고경영진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김 센터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다,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카카오의 급성장을 가능케 한 리더십의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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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주간동아 14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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