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준비 부실] 잼버리 담당 공무원, 개막 한달前 야영장공사 업체에 호소
“12일만 버티게 해달라, 공무원 수백명 날아갈판”
샤워장-급수대, 넉달前 공사 착수… 당초 계획 절반만 설치
2017년 선정후 6년 늑장… 정부, 여가부-전북도 감찰 검토
“현장에서 담당 공무원이 ‘이유를 막론하고 (잼버리 행사가 진행되는) 12일 동안만 버티게 해 달라’라고 하더군요. ‘공무원 수백 명이 날아가게 생겼다’라면서요. 개영식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공사 하청을 맡은 A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공사 현장에서 잼버리 담당 공무원에게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기록적인 장마로 야영장이 거대한 ‘진흙밭’으로 변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 시점이었다. 그는 8일 동아일보에 “현장 관계자들은 난리가 나서 비 오는 날에도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뉴스에선 ‘준비가 잘되고 있다, 문제없다’고만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새만금 지역이 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선정된 건 2017년 8월이다. 올해 8월 행사가 개최되기까지 꼬박 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잼버리 관련 공사 발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본격적인 공사는 행사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1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샤워장과 급수대 설치 공사는 행사를 넉 달 남짓 앞둔 올해 3월에야 시작됐다. 정부가 6년이란 시간이 있었음에도 뒤늦게 준비에 착수해 ‘펄밭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참여자들이 이용할 필수 시설도 당초 계획보다 모자라게 마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새만금개발청이 밝힌 초기 계획에 따르면 영지에는 샤워장 417동, 급수대 278개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영지에 실제로 마련된 건 샤워장 281동(67%), 급수대 120개(43%)다. 각각 초기 계획의 절반 안팎 수준만 설치된 것이다. 행사 초기 위생 불량 문제가 지적됐던 화장실도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게 배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잼버리 사태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등을 대상으로 한 감찰도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가신인도의 문제가 걸린 만큼 최선의 수습을 다 한 뒤 철저한 리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12일 잼버리 폐막식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며 “감찰 관련 사항은 언급 않는 게 관례”라고 말을 아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도 전북도 등 지자체의 예산 배정과 집행, 사업 진행 경과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샤워기-급수대, 당초 목표 절반도 안돼… 화장실, 1명이 10곳 관리
샤워기, 5000개 필요한데 1650개…급수대, 278개의 43% 120개 설치
화장실 납품업체 “2곳당 1명 필요”…조직위, 불결 논란에 뒤늦게 증원
폐기물 처리-해충 구제 대응도 늦어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행사 초기부터 샤워장과 화장실, 급수대 등 필수·위생시설이 열악해 논란이 됐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잼버리 야영장에 마련된 샤워장과 급수대 수는 당초 목표의 절반 안팎 수준이며, 그 안에 설치된 ‘샤워기 수’로 보면 목표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전반적인 준비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정부와 전북도가 부실한 계획과 늦장 준비로 ‘뻘밭 참사’를 불러온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샤워기 5000개 필요한데… 1650개만 설치
새만금개발청은 2016년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 실천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내놓았다. 사실상의 ‘초기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야영장에 샤워장을 총 417동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8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영지 내에 실제로 마련된 샤워장은 281동(67%)뿐이었다.
샤워장이 아닌 ‘샤워기 수’로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초기 계획에선 1동당 샤워기를 12개 설치해 약 5000개의 샤워기를 확보하기로 했지만, 실제 설치된 샤워기는 목표치의 33%인 1650개에 불과하다. 급수대 역시 278개를 설치하겠다는 당초 목표 대비 43%인 120개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야영장 내 샤워장과 급수대 설치공사 업체를 선정한 건 잼버리 개막까지 불과 4개월여를 앞둔 3월 중순이었다. 정부가 늦장을 부리다 뒤늦게 샤워장 조성에 착수하면서 준비가 미흡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7월 장마가 길어지며 샤워장을 설치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던 건 맞다”면서도 “세부 운영 계획을 세우며 상황에 맞게 수량을 조정한 것으로, 시간이 없어 적게 만든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늦장’ 의혹이 제기되는 건 샤워장뿐만이 아니다. 당초 ‘K팝 콘서트’ 공연 등이 예정됐던 무대 설치 용역은 6월 중순이 돼서야 업체가 확정됐다. 공사 중 발생한 건설 폐기물을 처리할 업체는 개막 5일 전인 지난달 27일에야 정해졌고, 결국 행사장 곳곳에 폐기물이 쌓여 있는 채로 잼버리가 시작됐다.
1명이 화장실 10개 청소… 임기응변 잼버리
잼버리 행사 초기 위생이 불량했던 화장실은 수량 자체는 충분했지만,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데 배정한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실 354개를 관리하는 데 배정된 인원은 70명이었고, 그나마도 오전, 오후로 나뉘어 투입돼 1명이 화장실 10개를 관리해야 했다.
잼버리 야영장에 이동식 화장실을 납품한 업체 관계자는 “통상 유지보수와 관리(청소) 계약을 함께 맺는데, 조직위는 납품과 유지보수 계약만 체결했다”며 “청결 상태를 유지하려면 화장실 2곳당 1명 정도를 배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불결한 화장실이 큰 논란이 된 후인 3일에야 추가 인력 100명을 부랴부랴 투입했다.
잼버리 참여자들의 온몸을 ‘화상벌레’ 등에 물린 상처로 가득하게 만든 것도 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무관치 않다. 습지 특성상 대규모 해충 번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조직위는 해충 기피제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 상처투성이가 된 참여자들의 다리 사진 등이 논란이 된 후에야 부랴부랴 후원을 받아 해충기피제를 참여자 1명당 1개씩 배부했다.
13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야영장 시설 공사도 철저한 계획보다는 그때그때 ‘임기응변’ 위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공사에 참여한 한 업체 대표는 “행사를 20일 남짓 앞두고 야영장 내부 길 곳곳이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진흙탕이 됐고, 예정에 없던 자갈 포장 공사를 추가로 해 줬다”고 말했다. 진흙밭 위에 텐트를 치기 위해 플라스틱 팰릿을 깔기로 한 것도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하청업체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동아일보
[곪아 썩는 고질적 감리제도] 건축사가 도대체 뭘 안다고 현장 감리를 맡기나
https://conpaper.tistory.com/109921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잼버리가 뭣인가”
하서면 남북도로 2단계 사업 주민 피해 확산
새만금 개발청 발주 롯데건설 시공 도로사업
준설토로 인해 농작물과 가축 등 생존권 위기
공사 현장 굉음과 덤프차량 통행 등 불편 가중
주민들 두통과 어지럼증 호소…대책 마련 시급
“청와대 청원 등 가능한 모든 조치 강구 할 것”
개발청 “주민 소통과 대화로 피해 최소화 할 것”
부안군 하서면 수조마을과 장원마을 주민들이 새만금 개발청이 발주한 남북도로 2단계 건설사업으로 인한 피해 대책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서면 백련리를 기점으로 14.4 킬로미터를 잇는 남북도로 2단계 건설사업(1공구)의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이 도로는 새만금 간선 도로망의 남북 중심축으로 복합개발용지와 농생명용지, 관광레저용지를 연결한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지점에서 2023년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린다.
공사 현장에서 북쪽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장원마을과 수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별로 약 30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또 왼쪽 뒤편에는 50여 가구의 노계마을이 있다.
마을주민 20여 명은 5일 수조마을 입구 공사 현장에 모여 “누구를 위한 공사냐, 주민을 죽이는 공사지”라며 “(공사)결사 반대 주민 이주”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주민들은 도로를 건설하는 데 이용되는 준설토(뻘)로 인해 농작물 피해와 각종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준설토의 높이가 공사 현장과 마을 입구 사이에 설치된 철제 펜스 높이를 이미 초과한 상태여서 바람으로 인한 분진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 축사에 살고 있는 소들이 시름시름 앓는 등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주민 박영자(70)씨는 “공사 현장에 쌓아 놓은 뻘이 집 마당과 현관, 안방까지 들어오고 있다. 얼마 전 밥상을 차려놓았는데 밥상에 쌓인 뻘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빨래도 널 수 없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는 “벼농사도 망쳤고 호박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는 등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병원을 찾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이 모(60대)씨도 “뻘은 바다에서는 고기 방석이지만 육지로 나오면 독이 된다.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데 포기 속이 꽉 차지 않고 시들시들해져 이미 망쳤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이렇게 허무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윤창원 장원마을 이장도 “축사에 사는 소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 20개월이 넘은 어미 소가 밥을 먹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가축들이 이런 데 사람인들 안전할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게 도로공사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굉음과 덤프트럭의 잦은 통행으로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조마을 유춘득 이장은 “공사 현장을 가보면 소음이 아닌 굉음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어르신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생활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모든 것이 공사가 시작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발주처인 새만금 개발청은 주민들과의 대화 창구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주민들은 “새만금 개발청을 몇 차례 방문했는데 제대로 협의해본 적이 없다. 담당 직원이 바뀌면 처음부터 말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 정상적인 대화 창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만금 개발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주민들은 “공사 시작 전에는 마을 사람들과 협의하면서 일을 진행할 듯하더니 아무런 연락 없이 슬그머니 공사를 개시해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라며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청와대 청원 등 모든 조치를 강구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새만금 개발청은 뒤늦게 피해 상황 확대 조사 등을 약속했다.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현장 관리에 노력하고 추가 피해 조사와 대책을 마을 사람들과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청 관계자는 “환경기준에 맞도록 공사 현장을 관리 감독하고 농사 피해 등 추가 피해 사항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라며 “꾸준한 대화와 소통으로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안군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군 새만금 잼버리과 관계자는 “매일 현장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듣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주민 피해 내용을 새만금 개발청에게 전달하는 등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군민신문 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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