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매터널(Immersed Tunnel)의 시공 ㅣ 세계 최장 침매터널 VIDEO: Fehmarnbelt Tunnel will be the world's longest immersed tunnel
이라크 ’알 주바이르(Al Zubair) 해저터널
“세계 최장 ‘침매터널’ 짓는 난제, 순응과 극복으로 해결”
“세계에서 가장 긴 침매(沈埋) 함체(구조물)를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심 48m에 설치해야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국내 최초 해저 침매터널인 ‘거가대교 침매터널’ 공사에 참여했던 이동규 대우건설 부장은 당시 상황을 두고 “순응과 극복의 사이에서 최선의 결정을 해나가는 과정이었다”며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지금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침매터널 프로젝트 공사도 총괄하고 있다. 침매터널이란 육지에서 제작한 구조물(침매함체)들을 물속에 가라앉힌 다음 서로 이어 붙여 만든 터널을 말한다. 2010년 준공한 거가대교 침매터널(가덕도~대죽도 구간)은 두께 1.4m, 길이 182m, 무게 4만7000t에 달하는 함체 18개를 붙여 만들었다. 당시 기록으로는 함체의 길이(단일 함체 기준)와 수심 모두 세계 최대였다. 국내외 관심이 쏠렸던 공사 현장의 실무자였던 이 부장에게 시공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침매터널은 주로 어떤 곳에 짓나.
“침매터널은 땅을 뚫어야 하는 굴착식 터널과 비교해 소요되는 토지가 적다. 땅값이 비싼 도심지에서 하천을 횡단해야 하면 침매터널을 짓는다. 이라크처럼 전쟁의 위험이 있는 나라에도 적합하다. 이런 곳에서는 교량이 폭격당하면 교량의 잔재들이 강을 뒤덮는다. 그런데 침매터널은 바닷속에 있어 파괴될 위험이 없다. 거가대교 침매터널 역시 안쪽에 진해 해군기지가 있어서 해저터널이 적합했다.”
어떤 방식으로 침매터널을 짓나.
“침매터널은 해저에 설치될 함체를 제작하는 제작장을 만들면서 공사가 시작된다. 함체 제작이 완료되면 함체를 바다에 띄우기 위한 준비 작업과 함체가 놓일 해저를 준설하는 작업을 동시에 실시한다. 함체의 이동과 침설을 위한 모든 준비 작업이 완료되면 각종 침설 장비가 함체에 장착되고 침설 작업을 수행한다. 침설 이후 터널 외부에서는 함체를 고정하기 위해 토사물로 함체를 덮는 ‘되메우기’ 작업이 진행된다. 터널 내부에서는 일반 터널과 유사한 방재 시설이 설치된다. 터널 유지관리를 위한 기계·전기·건축공사를 끝으로 침매터널을 완성한다.”
대우건설, 이라크 ’알 주바이르(Al Zubair) 해저터널‘ 본공사 착수...'침매터널 공법' 적용 Iraq lays the cornerstone for the first underwater tu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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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 침매터널 사업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함체를 이동시켜야 했다. 무겁고 긴 함체를 들어 올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부력을 이용했다. 함체가 다 제작되면 바다에 띄워서 목표 지점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아 불가피했다. 침수 지점은 음파나 센서 등을 이용해 조정했다. 먼저 침설한 함체의 위치를 확인하며 새롭게 침설할 함체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각도로 있는지 모니터에 뜬 데이터를 보고 확인한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면 함체 안에 있는 탱크에 물을 채워 함체를 가라앉힌다. 함체가 땅에 닿으면 두 개의 함체를 고정 기기(jack·잭)로 연결한 뒤 당겨 서로 닿도록 한다. 이후에는 조인트를 사용해 함체를 연결한다.”
함체 연결 방식을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함체를 연결하는 단계는 총 3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지나(Gina) 조인트’를 사용해 함체와 함체를 연결한다. 지나 조인트는 1950년대 후반 이름을 날렸던 여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Gina Lollobrigida)’의 몸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때 함체는 물이 들어가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다음으로 함체에 들어있는 물을 뺀다. 그러면 공기로 채워진 함체 내부보다 바닷물로 채워진 함체 외부에서 받는 압력이 더 커진다. 대기압이 1기압이라면 수심 40m에서는 5기압이 된다. 기압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접합 함체의 외부에서 내부로 압력이 작용하고, 접합 함체가 침설된 함체에 달라붙게 된다. 지나 조인트와 수압을 이용해 일차적으로 함체 내부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은 뒤에 오메가(Ω) 모양으로 생긴 ‘오메가 조인트’를 함체 내부에 설치해 이중으로 물을 막는다. 혹시라도 물이 샐 가능성에 대비해 접합 부위를 조인트로 연결해 수밀성(물의 침입을 방지하는 성질)도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5번 함체를 침설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함체를 침설하고 지나 조인트를 확인하니 고무의 특성상 일부 변형이 있었다.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보기에 좋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직원이 각자 대책을 제시했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13일 내내 반복했다. 당시 침설 협력업체였던 네덜란드 업체는 두 손 두 발 들고 포기해 버렸다. 침설선의 키를 네덜란드 업체들로부터 인계받아 대(大)사투를 벌인 끝에 문제를 해결했다. 함체에서 물을 빼기 전에 압축공기를 넣어 함체 내부의 압력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면 물을 빼는 순간 압축된 공기가 팽창하면서 함체를 살짝 밀어준다. 이 방법으로 조인트가 꺾이지 않고 평평하게 연결되도록 했다. 그전까지 콧대 높았던 네덜란드 친구들도 이 사건 이후로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함체를 파도가 치는 해저에 고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함체 밑에 80㎜ 크기의 자갈을 깔아 문제를 해결했다. 강한 파도가 쳐도 자갈과 함체 사이에 생기는 마찰력으로 견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자갈을 깐 뒤 함체를 연결해야 하는데, 지나 조인트는 위아래로 4㎝까지만 늘어난다. 길이 182m 규모의 함체의 높낮이를 조절하며 자갈을 깔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정밀한 장비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없었다. 결국 우리가 장비를 직접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동료들과 바다에 떠 있는 포설선(바지선)에서 출퇴근을 포기한 채 한 달 가까이 숙식하며 고군분투했다. 결국 1번 함체 침설 직전에 음파를 쏴서 자갈이 깔린 형상을 보는 방식으로 포설 정밀도 검증에 성공했다.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다.”
화재 같은 재해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했나.
“침매터널은 사고에 의해 구조물이 파손되면 교체할 방법이 없다. 일반적인 터널은 문제가 생긴 부분을 뜯어내면 되는데 침매터널은 뜯을 수가 없다. 그래서 터널 내부에 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우선 터널 내부를 ‘파이어 프로텍션 보드(fire protection board)’로 감쌌다. 파이어 프로텍션 보드는 1300도의 열을 약 1시간 30분까지 견딜 수 있다. 이 보드로 터널 내부를 감싸면 불이 나더라도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버틸 수 있다. 대피 통로도 일반적인 터널과 달리 공기압을 항상 높게 유지해 매연이나 유해가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내진 설계도 돼 있나.
“진도 8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각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비교적 높은 침매터널의 특징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침매터널은 여러 개의 함체로 연결돼 절지동물처럼 움직일 수 있다. 연약한 지반 위에도 지반의 강성을 보강하지 않고 가라앉힐 수 있다.”
최온정 조선비즈 기자
세계 최장 침매터널
페마른벨트 터널 (Fehmarn Belt fixed link)
독일의 교량터널
페마른벨트 터널은 독일 페마른섬과 페마른벨트 해협을 거쳐
덴마크 롤란섬을 연결하는 해저 터널이다. 2017년에 착공하여 2028년에 개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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