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역대급 위기’...왜

 

문 정권 때 승승장구

(편집자주)

 

‘건설업계 황태자’ 김대헌 호반그룹 대표,

역대급 위기에 경영권 승계 시험대

 

   눈부신 성장세로 건설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호반건설이 ‘역대급 위기’를 맞았다. 벌떼 입찰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벌을 받은 데 이어, 검찰이 지배구조는 물론 승계 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부문 대표(이하 김대헌 대표)가 어떻게 파고를 헤쳐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공공택지 사들이며 눈부신 급성장

‘특가법상 배임’ 총수일가 수사로 확대될까

장남, 경영수업 기간 짧아... 중소건설사들 ‘예의주시’

 

호반건설 ‘역대급 위기’...왜

 

21일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 직후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본안소송과 함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김상열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최대 주주인 이른바 ‘2세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은 과징금의 액수보다 부당지원 행위 자체를 놓고 다툴 공산이 크다. 즉 ‘2세 지원 의도가 없었다’는 원칙하에 대응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가하는 이른바 ‘벌떼 입찰’ 외에도 ▲입찰신청금 무상 대여 ▲PF대출 무상 지급보증 ▲도급계약 이관 등 총 4가지 행위를 문제 삼았는데, 법원이 각 행위에 대해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는 점에 베팅할 가능성이 높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의결서가 도착해야 구체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사건 수임을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공정거래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서울고법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실제 어떤 의도를 갖고 했는지, 애초부터 부당 지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인지, 즉 각각의 행위가 지원 의도 내지 부당성이 있는 행동이었는지 따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검찰이 호반그룹 계열사는 물론 비계열 협력사 등 ‘기업 지배구조’ 전체를 들여다 보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 처분 다음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화가 난다’는 메시지는 중소건설사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면서 “호반 입장에서 보면 원 장관 때문에 부당지원 사건이 ‘편법 승계’ 이슈로 확대·전이됐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 관련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는 점에서 호반건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는데,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는 (이득액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장 15년이다. 또한 경제범죄라는 점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관련 수사가 시작되면 부당 지원을 한 실제 행위자는 물론, 경영승계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이 김상열 회장과 김대헌 대표를 포함한 ‘총수 일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김상열 회장이 지배하는 호반건설은 장남 김대헌 대표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완전자회사 6개사, 차남 김민성 상무 소유의 호반산업과 그 완전자회사 11개사를 지원하는 구조로 돼 있다. 2003년 12월, 김상열 회장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김대헌 대표를 대리해 김대헌 대표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 호반건설주택을 설립했다. 특히 김대헌 대표는 2018년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을 합병할 때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2003년 12월 설립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했는데, 2012년 말 자본 총액이 1840억원으로 뛰었다. 김대헌 대표를 두고 업계에서 “황태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내부거래 비중도 100% 가깝게 나왔다. 2010년 12월에는 김상열 회장이 김민성 상무를 대리해 김민성 상무가 94%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 베르디움건설을 설립, 이후 상호가 수 차례 변경돼 현재의 호반산업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지배 구조와 승계 이슈는 불가결한 관계”라며 “수사기관이 그냥 이것을 공정거래법 이슈로만 지켜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상열 회장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대장동 개발 사업권을 놓고 ‘성남의 뜰 컨소시엄(화천대유, 하나은행 등 참여)’과 경쟁관계였던 호반건설이 하나은행측에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또 위례신도시 A2-8블록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호반건설 직원이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정보를 받고 부적절한 금품을 주고 받은 정황이 포착돼 관련 수사 역시 진행중이다.

 

호반건설 ‘역대급 위기’...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데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호반건설(당시 호반건설주택)은 부영과 함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한 대표적인 건설사로 통한다. 부영은 임대사업주택으로 두각을 나타낸 반면, 호반은 공공택지를 대거 헐값에 사들이면서 회사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중흥, 청구, 우방, 동일, 우림 등도 주택사업으로 비슷한 성장 가도를 달렸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개인 회사’라는 데 있다. 이후 호반은 덩치가 더욱 커지면서 결국 ‘경영권 세습’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경기 침체로 공공택지를 보유한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손해를 보고서라도 내놓는 분위기였다. 이때 호반이 세종 등 공공택지를 대거 사들였는데 이후 경기 회복과 맞물려 급속도로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됐다”면서 “이후 서울과 가까운 광교, 용인 등의 공공택지를 사들이면서 급성장했고 현금 많은 기업으로 통했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자주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은 물론 쌍용건설 매각 당시에도 이름이 거론됐고, 2021년 대우건설 인수 때는 ‘두번째 출사표’까지 고심했을 정도로 몸집 불리기에 관심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대한전선 인수 직후에도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관심을 두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언론사 인수에도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경영승계 과정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대헌 대표가 경영 전반은 물론 사법리스크 관리에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대방, 우미 등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은 다른 건설사의 명운을 가늠할 ‘시험대’처럼 여겨지고 있다.

 

[벌떼입찰] 국토부, 호반건설 등에 경고장...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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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입찰] 국토부, 호반건설 등에 경고장...왜?

* 호반건설 광주광역시의 한 건설 회사에서 일하던 김상열 회장이 28세가 되던 해에 자본금 1억으로 설립한 회사에서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광주 안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했고 2000년대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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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장이 건축공학도였던 것과 달리 김대헌 대표는 경희대 골프산업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공부를 통해 건설업을 배웠다기 보단 경영승계과정에서 견문을 넓혀온 셈이다. 분양대행사인 비오토의 지분 100%를 보유했던 때가 그의 나이 20세였고, 호반건설주택에 입사할 당시 23세였다. 이후 호반건설 미래전략실 전무를 거쳐, 30세에 기획부문 대표(부사장)를 맡았다가 2020년 기획부문 사장으로 승진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건설업계 출신 임원들은 물론 몇년간 법무팀을 포함한 인력을 대거 보강했다”면서 “김대헌 대표를 포함해 임원진 전체가 위기의 시간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고 했다.

이미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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