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튀르키예 강진...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 VIDEO:Images of the Turkey-Syria earthquake

 

 

“여진 계속, 집에서 자려면 목숨 걸어야”

영하10도에도 공터 노숙

 

   11일 새벽 1시(현지 시각) 중동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의 한 주차장. 영하 7도 추위 속에 렌터카 뒷자리에 웅크리고 누워 자다가 차가 좌우로 흔들거리는 느낌에 놀라서 잠을 깼다. 운전석 계기판에 걸쳐 놓았던 안경이 떨어질 정도의 여진(餘震)이었다. 진동은 약 30초간 계속됐다. 옷과 담요를 뒤집어쓰고 주차장 곳곳에서 잠자던 사람들이 놀라서 뛰쳐나왔다. 바로 옆의 밴 차량에서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피난 중이던 남성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알라후 에크베르, 알라후 에크베르(알라는 위대하시다)”라고 기도했다.

 

새벽 1시 강한 진동 30초 이어져

차에서 웅크리고 자다 깜짝 놀라

주민들 공포에 얼굴 감싸며 기도

 

역대 지진 중 6번째 참사 피해

‘2차 재난’ 위기 직면

맹추위, 전염병, 여진 등 노출돼

(한겨레)

 
폐허가 된 도시 중앙엔 ‘축구장 텐트촌’ - 지난 10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의 대형 축구장과 인근 지역을 촬영한 항공 사진. 규모 7.8의 강진이 이 지역을 덮치자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축구장 그라운드에 이재민을 위한 텐트를 빼곡히 설치했다. 집을 잃거나 여진 공포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생존자들은 자동차와 텐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임시 거처에 머무는 이재민은 전국적으로 75만명을 넘었다. /AFP 연합뉴스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이 일주일째를 맞아 사망자가 3만3000명을 넘었다. AP통신은 한국 시각 13일 0시 현재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만3179명이며, 부상자는 9만2600명”이라고 전했다.

 

튀르키예와 70년 형제애… 이번엔 우리가 손길 내밀어 - 한국전쟁 당시 폐허가 된 마을에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사리손에 초콜릿을 쥐여준 튀르키예 군인(왼쪽)과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현재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에서 흙투성이가 된 아이에게 물을 먹이는 대한민국 긴급구조대의 모습.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작가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그림이다. 튀르키예 일간지 휘리엣은 “많은 튀르키예인들이 이 그림에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한 튀르키예 채널이 이 그림을 소개한 트위터 글은 조회수 319만, ‘좋아요’ 수가 16만 이상을 기록했다. 명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많은 도움을 준 튀르키예 국민에게 우리는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명민호 작가 인스타그램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면서 이재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720㎞ 떨어진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경우 멀쩡한 곳보다 무너진 건물이 더 많을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

 

여진이 두려운 주민 대부분이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자동차나 텐트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한 주민은 “전기와 수도, 가스도 모두 끊어진 탓에 목숨 걸고 집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여진 트라우마’가 심각해 집 밖에서 머문다는 것이다.

 

하타이주 곳곳의 주차장과 공터는 수천여 대의 차와 텐트가 모여 거대한 난민촌이 됐다. 사람들은 불에 타는 것이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모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겨울밤을 났다.

 
2월 11일 튀르키예 하타이의 텐트촌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 이재민들./EPA 연합뉴스

 

 

안타키아의 경우 식료품점과 수퍼마켓도 모두 문을 닫으며 식료품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먹을 것이라곤 정부와 구호단체에서 나눠주는 빵과 수프가 전부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이 곳곳에 텐트를 세우고 물과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힌’이란 남성은 “지진 사흘째인 8일까지도 정부 구호 물품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안타키아 재난 당국은 11일 통화에서 “북부 지역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E91 국도와 O-52 고속도로에 이재민과 응급 차량이 몰리면서 심각한 정체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구호물품 수송이 원활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새벽 아다나로 직접 이동하면서 살펴본 E91번 국도는 주차장이나 다름없는 정체를 빚고 있었다. 남부로 가는 구호물품이 속속 모이고 있는 아다나와 안타키아 사이 194㎞ 도로는 11일 새벽까지도 상행 4~5시간, 하행 3시간이 걸렸다.

 
11일 튀르키예 하타이 텐트촌에서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녹이며 아침을 먹고 있는 이재민들./EPA 연합뉴스

 

 

도로 양쪽의 주유소도 지진 피해로 문을 닫으면서 심각한 연료 부족 사태도 벌어졌다. 휘발유가 떨어진 차들이 갓길 곳곳에 비상등을 켠 채 멈추면서 교통 흐름을 방해했다. E91 국도는 지진대로 인해 형성된 해발 1000~1600m의 험준한 산악 지역을 통과하는 좁고 가파른 길이다. 정체를 못 이긴 차량들은 산중 샛길을 이용해 아다나로 향하기도 했다. 뒤를 따라가 보니 칠흑같은 밤에 헤드라이트 하나에 의존, 바로 옆이 천길 낭떠러지인 산길을 2시간 동안 이동해야 했다. 시속 30㎞ 내외로 서행하는데도 바로 눈앞의 차가 추락 직전에 급정거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수색 작업이 ‘골든 타임’으로 여겨진 만 3일을 넘어 7일째가 되어가자, 튀르키예와 시리아 대부분 지역에서는 중장비가 본

 

격 동원되어 건물 잔해를 치우는 등 구조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현지 TRT방송은 “건물 붕괴로 사망한 사람들의 비극과 함께 살아남은 이들의 비극이란 이중의 고통이 피해 지역을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마틴 그리피스 UN 인도주의긴급구호조정관도 “이번 지진은 지난 100년 새 이 지역에서 벌어진 재해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딸 안고 140시간 버틴 아빠… 150시간만에 구조된 소녀 - 12일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아버지와 5살짜리 딸이 140시간 만에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 오른쪽 사진은 지진 발생 150시간 만에 구조된 여자아이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 /로이터 뉴스1

이런 와중에도 애타는 구조 노력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기적적인 생존자 발견 소식이 기적적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선 어린 소녀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50시간 만에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에서는 132시간 만에 아버지와 딸을 비롯해 총 7명이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 카라만마라슈에서는 70세 여성이 매몰 121시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쉴레이만 소흘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12일 “13만명 이상의 인력이 피해 지역에 파견되어 있다”며 “이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 생존자가 구조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만채에 달하는 무너진 집들을 일일이 수색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종자 가족들이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직접 하나하나 돌을 걷어내는 일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안타키아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한 실종자 가족은 이웃 20여 명과 함께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무너진 벽돌집의 벽돌을 하나하나 걷어내고 있었다. 베튈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우리 어머니가 저 안에 있어 당국에 여러번 구조 요청을 했지만 ‘곧 간다’라고만 하고 아직 아무도 안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다나(튀르키예)=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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