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국내 첫 한강터널 구간과 적용공법 -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발파’ 아닌 TBM 고집한 이유

국내 최초 한강터널 뚫는 안병철 현장소장

 

지반이 약한 경우 TBM 사용 제한

(편집자주)

 

    “꽤 웅장하죠? 매일 오지만 가끔 제가 우주선이나 로켓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마치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 연구원이 된 느낌이라고 할까(웃음). 흔히 노가다로 오해하는데 토목공사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집적된 미래 공학입니다. 이 TBM 장비가 대표적이죠.”

 

직경이 14.01m에 달하는 긴 원통형 모양의 TBM 내부 쉴드(헤드에 해당) 앞에서 안병철 현대건설 현장소장(54)이 자꾸만 흘러내리는 안전모를 한 손으로 치켜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TBM 공법은 커터(칼날)가 장착된 커터헤드가 회전하면서 굴착하는 공법이다.

 

고속국도 제400호선 김포~파주간 건설공사 제2공구

이수식 쉴드 TBM공법 적용…소음·진동·분진 등 적어

 

 
뉴데일리경제  /한국경제  edited by kcontents
 

 

현장에서는 오는 3월(예정) 착공을 앞두고 시운전이 한창이었다. 내부에는 각종 첨단 장비와 기계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외국인을 포함한 현장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치 거대한 우주선이나 잠수함 내부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TBM이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이 곳은 경기 김포시 하성면 마곡리~파주시 연다산동을 잇는 총 연장 6.734㎡의 도로 공사 구간 내 터널 공사 현장의 초입이다. 여기서부터 한강 하저를 통과하는 2.98㎞ 길이의 터널이 시작된다. 공사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안 소장은 1995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대규모 토목공사와 터널공사 경험이 풍부하고, 특히 TBM 공법을 적용한 대곡소사 복선전철공사 한강하저구간 공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난 1일 오후, 혹한에 흙먼지가 뒹구는 경기도 파주시 방화리길 외곽에서 안 소장을 직접 만났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현장인 것으로 안다.

“원래 이 구간에는 교량이 놓여질 예정이었다. 한강 28개 교량 중 맨 마지막 일산대교 옆에 설계됐는데, 군사분계선과 가까울뿐더러 인근 군 부대 사정권을 가리면서 국방부가 반대했다. 또 여기가 재두루미 서식지다. 교량을 세우면 차도에 차량이 이동하게 되고 재두루미가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다. 이에 환경부에서도 반대했다.

 

이때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난 것이 TBM공법이었다. 결국 관계부처와 기관 등이 협의를 거쳐 터널로 확정이 됐고 입찰을 거쳐 현대건설이 맡게 됐다.”

 
안병철 현대건설 현장소장이 지난 1일 공사현장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안 소장 뒤로 보이는 장비가 이수식 쉴드 TBM이다./이미호기자

 

터널의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터널은 오는 202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일산대교를 이용해 김포에서 파주까지 가려면 40분 이상 소요된다. 터널이 완공되면 10분의 1 수준인 4분으로 단축된다. 동시에 기존 제1외곽순환 고속도로 교통 혼잡은 물론, 수도권 서북측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TBM 공법은 커터(칼날)가 장착된 커터헤드가 회전하면서 굴착하는 공법이다. 통상 암반은 오픈TBM, 지하수 등이 섞인 복합지반은 쉴드TBM을 쓴다. 쉴드TBM은 굴착면의 압력 대응방식에 따라 토압식과 이수식으로 구분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강 아래 터널을 뚫는 것도 처음이고 이수식 쉴드 TBM 공법을 쓰는 것도 처음이다. 기존 나틈(NATM) 방식과 달리, 발파가 없다는 점에서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안전성이 뛰어나다.”

 

일각에선 TBM공법에 대한 불신도 있다.

“TBM은 스스로 암반을 깎거나 파쇄하면서 잔여물(토석)을 내부로 흘려보냈다가 안전하게 밖으로 빼내는 동시에, 나중에 도로가 될 지반을 미리 닦아두는 그야말로 ‘두더지(TBM 별칭)’처럼 알아서 척척 일한다. TBM공법은 이미 해외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라시아 해저터널(보스포러스 해협 관통), 도쿄 아쿠아라인 터널, 중국 상하이-양쯔강 터널 공사에 활용됐다.

 

사실 한국은 이 기술을 사용하는데 뒤처진 셈이다. 기존 발파식은 흔들림과 균열 등으로 지반에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토석 처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공기 지연 가능성도 큰 편이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은.

“한강터널 구간은 터널 상부 흙 두께가 비교적 얕고 수압이 높으며 복합지반으로 이뤄져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난도 현장’으로 통한다. 일부 구간에 높은 수압과 토사, 암반이 혼합된 복합구간이 존재한다.

 

단층 파쇄대와 저토피구간(터널 상부 깊이가 얕음) 등 취약구간이 있어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단층파쇄대는 암석이 잘게 부서져 침식·붕괴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을 말한다. 토목공사를 할 때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시공 전 지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이수식 장비를 채택했다. TBM장비를 감싸고 있는 강철 원통형 쉴드(세그먼트)가 굴진시 붕괴를 원천 방지하고, 굴진 후에는 즉시 터널이 형성되기 때문에 안전한 시공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근로자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던데.

“장비 전면에 디스크 커터라는 게 있는데 굴착을 계속하다 보면 마모되거나 손상된다. 따라서 반드시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기존에는 헤드 뒤편 ‘챔버(Chamber)’에 직접 들어가 교체해야 했다. 실제 고압을 견디기 위해 잠수부 출신을 고용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수식 쉴드TBM 장비는 챔버에 들어가지 않고 밖(일반 대기압상태)에서 교체 작업이 가능하다. 게다가 디스크 커터에 회전 및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장착해 커터 손상정도를 실시간 측정하는 시스템도 적용했다.

 

모든 근로자의 안전모에는 스마트태크가 부착돼 있다. 터널 내부에 근로자 위치를 추적, 긴급 상황 발생시 비상호출 기능이 가동된다. 통합 터널관제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폐쇄회로TV(CCTV), 장비나 근로자 위치, 공사 현황,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관제시스템으로 실시간 확인하고 있다.”

 

안병철 현장소장이 TBM 내부를 공개했다. 여러 가지 기계 및 설비 장치가 들어차 있음에도 내부가 매우 넓었다. 마치 거대한 잠수함이나 우주선 안에 있는 듯했다./이미호기자

 

 

현장 사무소가 눈에 띈다.

“다른 공사현장 사무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치 빌딩 사무실처럼 따뜻하다. 윤영준 사장도 직접 현장 사무소를 둘러 보고 흡족해했다. 현장 사무소 통상 공사현장 사무실은 투박하게 짓지만, 이번 공사가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일반 사무실처럼 구성했다.

 

경영지원 인력까지 50명이 넘는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굴착을 위한 장비 운영팀과 외부 지상팀, 현대건설 기술진까지 매일 약 200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30년 이상의 TBM 시공경력을 보유하고 유라시아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독일인 터널매니저도 신규 채용했다.”

 

이번 공사의 의의를 찾는다면.

“2019년 5월 말에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이 됐을 때만 해도 도로공사 측에서 ‘발파식’으로 공사를 하자고 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미 발파식 공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TBM공법으로는 해 본 적이 없었다. 또 비용도 더 든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면서 TBM공법 공사를 먼저 제안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건설 기술이 뛰어나지만 TBM공법 경험 만큼은 뒤처져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TBM이 공식처럼 통한다.”

 

이수식 쉴드 TBM장비를 위에서 찍은 모습. 헤드를 대고 있는 부분이 터널의 초입이다./현대건설 제공

 

 

’패러다임 시프트’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추면 나날이 발전하는 TBM공법을 영영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나가면 ‘대한민국 건설사는 시공 능력이 뛰어난데 왜 TBM 공법은 안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왜 오래 걸리고 비싼 공사를 하려고 하냐는 것이었다. 발파 공법으로 하면 막장(터널 공사시 뚫는 구멍)을 여러개 만들기 때문에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이에 TBM공법을 제안했고 공사 착수까지 하게 됐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K(코리아)-TBM’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공사에 쓰는 TBM도 독일에서 상당한 돈을 들여 빌려왔다. 궁극적으로 TBM 장비를 국산화해야 한다. 국내 기술로 만든 TBM은 직경 3m짜리 하나밖에 없다.

 

TBM은 토목 기술뿐만 아니라 건축, 기계, 전기, 제어계측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들어간 ‘종합 미래 기술’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번 공사로 국내 건설사 시공 능력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이수식 쉴드 TBM의 헤드 부분. 원통 모양이 쉴드고 쉴드 맨 앞에 돌아가는 것을 커터(칼날)헤드라고 부른다. 쉴드와 커터헤드가 모두 장착된 모습./현대건설 제공

이미호 기자 조선일보

 

 

https://youtu.be/fpYtoX3Pa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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