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경쟁 사라진 재건축·재개발...왜

 

 

‘입찰 참가 비용’도 계산

원자잿값 상승·고금리 여파... 수주 경향 ‘보수적’

 

   도시정비사업에 나선 시공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여파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다. 연초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확정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6건 가운데 경쟁 입찰을 거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5곳은 단독수주, 나머지 1곳은 공동수주로 6곳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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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들간 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배경에는 주택경기 침체가 있다.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다보니 서로 ‘싸워가면서’ 수주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심지어 ‘입찰 참가 비용’에도 계산기를 들이대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남 2구역 재개발때 ‘3파전 양상’이 펼쳐졌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계약의 방법 및 시공자 선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때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된다. 유찰이 2회 이상 반복되면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통상 공공 입찰은 공사금액(예정가격)의 100분의 5(5%) 이상을 입찰보증금으로 내야 한다(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시행규칙). 하지만 도시정비사업 입찰보증금은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측에서 결정한다. 문제는 보증금 단가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한남2구역의 입찰보증금은 800억원으로, 공사비(7900억원)의 10%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입찰은 원안(기본설계)을 바탕으로 진행하는데, 조합측에서 시공사에 보다 더 좋은 대안(대안설계)를 가져오라고 하면 변경에 따른 비용이 추가로 들기도 한다. 또 영업과 홍보도 해야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찰보증금이 과거에는 큰 프로젝트도 몇십억 단위였는데 요즘은 몇백억 수준으로 뛰었다”면서 “아무래도 원가도 따지고 수익성도 따져야 하니 건설사 입장에선 입찰비용이 드는 것도 신경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기 단계부터 건설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조합측과 공감대를 형성한 이른바 ‘전략 지역’에 다른 건설사가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단독 수의계약한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하면 시공사 입장에선 사업리스크를 나누고 공사 기간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공동 수주한 ‘평촌센텀시티’의 경우가 그렇다.

 

 

건설사들이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수익성 하락 압박이 있는데다, 공사비 증액 이슈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라서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수주 자체를 보수적으로 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굳이 출혈을 거치면서 들어가야 할 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이처럼 시공사들이 경쟁 입찰에 꺼리면 결국 분양가, 공사비 등을 놓고 조합측이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지다 보니 일정한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결국은 비용인데 분양가도 조합측이 원치 않는 쪽으로 결정될 공산이 커지는 셈”이라면서 “수의 계약이 관례로 굳어지면 시공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해지고 시장의 발전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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