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文 유엔연설에 지장 준다며 서해 피살 진상 은폐 지시”

 

검찰 공소장에 드러난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은폐’ 사건

 

바로 청와대 개입의 의미

문재인의 지시...곧 소환될 것

(편집자주)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핵심 동기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씨 피살 3시간 만에 유엔총회에서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화상 연설을 하는 데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文 유엔연설에 지장 준다며 서해 피살 진상 은폐 지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020년 9월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검찰은 또 서훈 전 실장이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이대준씨 피살과 시신 소각 사실을 공개할 경우 (2008년 7월 북한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처럼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씨를 북한 해역에 불법 침입한 월북자로 조작하면서 합법적 관광을 하다가 북한군에 피살된 박씨 사건과 차별화하려고 했다고 봤다.

 

법무부는 이날 이런 내용이 포함된 서훈 전 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공소장은 A4 용지 117쪽 분량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2일 밤 북한군에 피살되고 난 뒤 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국방부와 해경 등에 관련 사실 은폐를 지시했다. 그러나 다음 날 이씨가 피살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 전 실장은 하루 뒤인 9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정하고 김 전 해경청장에게 자진 월북 취지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훈 전 실장이 ‘(이씨의) 주변 인물 진술,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월북 의도는 발견되지 않음’ 등 이씨의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증거를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해경에 자진 월북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봤다. 특히 서 전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부 언론 등에서 금번 사건을 ‘제2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라는 기조로 보도하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우리 국민이 합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금번 사건의 경우 합법적 절차 진행 간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 즉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文 유엔연설에 지장 준다며 서해 피살 진상 은폐 지시”

 

검찰은 또 서 전 실장이 2020년 9월 23일 오후 해경으로부터 ‘이대준씨 실종 및 수색 계속 중’이란 취지의 보도자료 초안을 보고받은 후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여기에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이 발견’ ‘목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 중’ 등의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직접 가필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 전 실장은 이런 허위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게 지시했고, 김 전 청장도 이를 해경 실무자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하지만 서 전 실장은 이미 전날 밤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됐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김 전 청장에게 이씨가 이미 사망했는데도 실종 상태로 수색 중인 것처럼 발표하게 하면서 마치 이씨가 자진 월북한 듯한 인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2020년 9월 24일 ‘이대준씨는 스스로 북한 해역에 불법 침입한 월북자’라는 허위 내용의 자료를 외교부를 통해 모든 재외 공관에 신속하게 배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했다.

 

이 사건으로 서 전 실장은 지난달 9일 구속 기소됐고, 김 전 해경청장은 같은 날 불구속 기소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도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됐다.

허욱 기자

표태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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