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 세계 장악의 비밀
폴리실리콘, 세계 수요의 79% 공급
신장(新疆)자치구 42% 차지
중국산(産) 태양광이 세계를 장악했다. 태양광 원료 물질인 폴리실리콘은 세계 수요의 79%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 7월 보고서). 그중에서도 신장(新疆)자치구가 42% 비율이다. 중간 가공품인 웨이퍼는 중국산이 97%, 셀이 80%, 모듈은 70%다.
신장의 싼 전기료에다
수용소 수감과
농촌 인력 강제 동원으로
대규모 低賃 노동 확보
‘거대한 새장’의 비극
中은 “서방의 왜곡” 주장
폴리실리콘은 석영 가루를 섭씨 1700도 열로 녹이면서 정제해 만든다. 엄청난 전기가 소모된다. 생산비의 40%가 전기요금이다. 그런데 신장은 전기요금이 아주 싸다. 미국 브레이크스루 환경연구소가 지난달 낸 보고서(태양광 제국의 죄악)를 보면 신장엔 203기의 석탄발전소가 있다. 이로 인해 신장은 엄청난 대기오염을 겪어야 하는 ‘희생 지대(sacrifice zone)’가 됐다. 한편 신장에 태양광 생산 설비가 집중되면서 ‘규모의 경제’ 이점이 생겨났다. 강력한 세제 혜택, 금융 지원에다 끊임 없는 기술 혁신으로 태양광 모듈 가격은 10여 년 사이 80% 하락했다. 그 덕에 세계적 태양광 붐이 일고 있다.
그 과정에 ‘강제 노동’의 어두운 그림자가 스며 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들어 한족(漢族)의 신장 이주를 장려했다. 과거 7%였던 한족이 지금은 42%로 늘었다. 이런 동화 정책에 위구르인들은 극렬 저항했다. 2009년 우루무치 유혈 사태(170명 사망), 2014년 5월 우무루치 폭탄 테러(30명 사망)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5월 ‘엄중 타격(嚴打·Strike Hard)’ 정책으로 대응했다.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의회 증언(2018년 12월)에서 “적어도 80만, 어쩌면 200만에 달할 무슬림 소수민족이 수용소에 억류돼 있다”고 평가했다.
신장 수용소를 중국 정부는 직업훈련센터(敎育培訓中心)라고 주장해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 8월 40명 심층 인터뷰를 거쳐 ‘평가 보고서’를 냈다. 수용자들은 24시간 조명 아래서 2~18개월간 면회 없는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의자에 손발 묶는 ‘호랑이 의자’, 애국송 핏발 서도록 부르기, 멍해지는 주사·알약 처방이 일상적이다. 다른 보고서나 언론 보도를 봐도 방마다 감시 카메라, 10여 명이 양동이 하나를 화장실로 사용, 수용자 간 대화 금지, 중국 표준어(보통어) 학습, 시진핑 어록 암기가 공통적이다.
CNN은 2019년 7월 중국 당국의 수감 사유 기록을 입수해 보도했는데 소수민족은 아이를 3명까지만 가질 수 있는데 4명을 낳은 경우, 긴 수염 기른 남자나 히잡을 쓴 여성, 아랍어 사이트 검색, 이슬람식 기도와 모스크 수시 방문, 해외여행도 안 하면서 여권을 가진 경우 등이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2020년 9월 위성사진 분석으로 380곳의 신장 구금 시설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시설들은 높은 담장, 차단 철조망, 감시탑으로 둘러싸였다. 중국 정부는 센터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2019년 이후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ASPI는 “70여 곳은 폐쇄된 듯하지만 2019년 이후 61곳이 신·증설됐다”고 주장했다.
수용자들은 퇴소 후엔 센터 내, 또는 인근 공장에서 초라한 임금을 받고 일하도록 강요받았다. 미국 인류학자 대런 바이런이 인터뷰한 여성은 53일을 장갑 공장에서 일했는데 셔틀버스 비용을 빼고 나니 300위안(약 40달러) 남았다고 했다(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농촌에서 놀고 있는 ‘잉여 노동력’을 기숙 시설이 딸린 공장에서 고용하는 이른바 ‘노동력 이전’ 제도도 광범위했다. 빈곤 추방 명분이었다. 농민들의 농지 경작권을 국가가 환수해버린 뒤 빈 손이 된 농민을 공장으로 보내는 식이다. 중국 언론은 이걸 ‘근대화’ ‘산업화’라고 홍보했다.
신장의 강압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첨단 전자 감시망을 갖추고 9만명의 경찰 보조원을 채용했다(대런 바이런). 도시 곳곳 요충 검문소에서 안면 인식, 휴대폰 검사로 위구르 사람들 행적을 모니터링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5월 주도(州都) 우루무치에만 검문 포인트가 1만곳 설치됐고, 하루 600만회의 모니터링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신장이 ‘거대한 새장’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일련의 보도·보고서를 “신장의 상승 경제를 파괴하려는 서방의 악의적 왜곡”이라고 받아쳤다.
미국은 올 6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시행해 신장 태양광 제품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그 덕에 한국 태양광의 미국 수출이 활발해졌다. EU 의회에도 9월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다. 중국 태양광 문제는 산업적 이해를 뛰어넘어 중국이 변방 소수민족을 어떻게 다루는지의 관점에서 봐야 할 사안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했다. 그 발언은 또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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