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 캠퍼스에도 고층빌딩 들어선다

 

고만고만한 '성냥갑' 끝

서울 대학 캠퍼스도 고층빌딩 세운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41만1356㎡) 는 현행법상 연면적 71만1279㎡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학에 들어선 86개 건물의 연면적 총합은 지난해 기준 이미 71만781㎡다. 법적으로 허용된 용적률의 99.93%를 이미 사용했다.

 

따라서 인근 땅을 매입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한양대가 지을 수 있는 건물 연면적은 1만㎡를 넘어설 수 없다. 부지 면적 500㎡짜리 건물 1개만 더 들어서면, 이 학교는 더는 건물을 세울 수 없다.

 

서울 대학 캠퍼스에도 고층빌딩 들어선다

 

 

이처럼 용적률 사용률이 90%를 초과한 서울 소재 대학은 홍익대·중앙대 등 9개다. 부지가 389만5659㎡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역시 용적률 사용률은 75%에 육박한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 대학이 연구시설 등을 확보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서울시, 대학 도시 계획 지원방안 발표

서울시가 이에 대책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산학협력 공간 조성을 위한 용적률·높이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한 ‘대학 도시 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각 층 바닥면적 합계 비율을 말한다.

 

서울 대학 캠퍼스에도 고층빌딩 들어선다

 

 

이에 따라 용적률을 무제한 허용하는 ‘혁신성장구역’이 지정된다. 대학 특정 부지나 건물을 혁신성장구역(시설)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곳에는 산학협력·창업지원 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혁신성장구역에는 운동장이나 녹지 같이 대학 내에 용적률이 필요 없거나 남는 구역의 잉여 용적률을 끌어와서 사실상 용적률 제한 없이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예컨대 대학부지 일부는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자연 보전 지역(비오톱)으로 지정한 상태”라며 “혁신성장시설로 지정된 건물은 비오톱 부지 면적의 200~240% 만큼을 추가로 활용해 건물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소재 54개 대학 중 23개 대학 일부 부지가 비오톱으로 지정돼 있다. 예를 들어 1만1588㎡ 비오톱 1등급지를 보유한 한양대 서울캠퍼스는 혁신성장시설에 연면적 2만7811㎡까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용적률 제한 없는 혁신성장구역 도입

서울 대학 캠퍼스에도 고층빌딩 들어선다

 

 

높이 규제도 완화한다. 세계 주요 대학 캠퍼스에는 학교를 상징하는 탑형 건물이나 고층 빌딩이 있다. 하지만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주요 대학이 주로 산이나 언덕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자연경관보호를 위해 산지·구릉지 주변을 ‘자연경관지구’로 지정하는데, 이곳은 최고 7층(28m) 까지만 올릴 수 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의 약 40%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캠퍼스에 주로 고만고만한 7층 이하 '성냥갑' 건물만 서 있다.

 

서울시는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면 높이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또 대학이 신·증축을 할 때 거쳐야 하는 도시계획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서울 소재 대학이 최대 53만㎡의 연면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한다. 이화여대(55만㎡) 부지만한 캠퍼스 건물 연면적이 추가로 확보되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은 “(고려대·한양대에서) 석좌·특임교수로 4~5년간 강의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며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실험·연구·창업 공간이 필요하다는 대학 측의 절규에 가까운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대학 지방 분교에는 이번 규제 완화가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적용을 받는 서울 소재 캠퍼스가 적용 대상”이라고 했다.

 

서울 대학 캠퍼스에도 고층빌딩 들어선다

 

 

최고 7층 높이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서울시 유튜브 캡쳐]

 

대학은 일제히 환영했다. 전영재 건국대 총장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 들어서려면 층고를 높여야 하는데, 지금까진 높이 규제 때문에 어려웠다”며 “이번 규제 완화는 첨단학과 신설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도 “혁신성장구역을 도입하면 산·학·연이 협력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공간이 늘어나 혁신적인 연구와 학생·교원 창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캠퍼스 규제 완화 관련 조례를 내년 상반기까지 만들기로 했다. 대학별로 규제 완화를 고려한 건축계획안을 제출하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원방안을 본격 마련할 방침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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