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남에게 베푸는 방법
돈 없어도 남에게 베푸는 방법 7가지
고성 옥천사에서 2박3일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 지난 주 오랜만에 남해안과 지리산 주변 풍광 좋고 고즈넉한 고을 몇 곳을 여행했다. 바다와 문화의 도시 통영을 거쳐, 고성의 신라천년고찰 옥천사, 그리고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을 기리는 경남 산청의 한국선비문화연구원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때마침 만추(晩秋)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풍경과 서늘함, 그리고 지인과 함께 나누는 지역 음식, 술, 대화는 요즘 벌어지는 우리 정치·사회 행태에 화나고 상처받은 마음을 좀 달래주고 쉬게 해주었다.
가게 된 동기는 평소 친한 마가스님이 3개월전 고성 옥천사(玉泉寺) 주지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아주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마가스님은 성인이 돼 불교에 입문한 뒤 자비명상 수련에 주력했으며 이후 뛰어난 글솜씨 등 재능을 발휘, 작가·방송인·강연자·사회사업가로 활동하는, 종교인답지 않은 종교인이다. 나와도 명상과 마음치유를 주제로 자주 만나고 좋은 기운을 주는 분이다.
해발 524m 연화산(蓮花山)의 연꽃 모양의 산세에 포근히 감싸여져 있는 옥천사는 막상 가보니 시골 작은 절이 아니라 규모도 크고 문화재적 가치도 높으며 역사적 활동도 많이 이뤄진 곳이었다.
7세기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해 1400년 역사를 자랑하며, 임진왜란 때는 승병들의 주둔지였고 일제시대때는 항일운동에도 앞장선 도량(道場)이었다. 최근에 보물로 지정된 자방루는 300년 넘는 우아한 목조누각이었다.
‘힐링멘토’ 답게 마가스님은 부임하자마자 계간 잡지를 창간하고 인근 대학과 연계해 토크콘서트를 열고, 사찰에선 <내 마음속 7가지 보물 찾기>란 타이틀로 신도 및 일반사람들을 불러모아 명상, 강의, 자연과 대화, 역사유물 탐방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었다.
# 그는 부임하지마자 자신의 거처(주지실)를 절 안의 깊숙한 곳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수월한 접 입구쪽으로 옮기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다.
그는 글만큼 구수한 입담과 서글서글한 성품으로 편하게 차담을 나누면서 쉽게 불교 철학, 마음 수양, 인생 문제 상담 등을 풀어나간다.
때마침 여러 내방객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요즘 세태와 현실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갖 거창한 주장과 교언영색(巧言令色)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왜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우려를 함께 했다.
사실 사회 발전은 떼지어 다니면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돈이나 여건을 갖춰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가스님은 돈이 없거나, 낮은 위치의 사람들도 누구나 베풀 수 있는 법에 대한 부처님의 일화를 소개했다.
# 한 행인이 부처님에게 물었다.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무슨 이유입니까?”
부처: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행인: “저는 남에게 줄 것이 없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입니다.”
부처: “그렇지 않느니라. 아무리 재산이 없더라도 줄 수 있는 일곱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는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즉 무재칠보시( 無財七布施)를 말해주고 이를 습관으로 들인다면 자연히 하는 일들이 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 화안시(和顔施)
환한 얼굴로 정답게 남을 대하기
2. 언시(言施)
사랑·칭찬·위로·격려의 말 해주기
3. 심시(心施)
따뜻한 마음을 주기
4. 안시(眼施)
다정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
5. 신시(身施)
짐을 들어주는 등 몸(행동)으로 도와주기
6. 좌시(座施)
자리를 양보하기
7. 찰시(察施)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도와주기
옥천사 주지 마가스님이 방문객들에게 차를 따라주며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함영준
# 따지고보면 <무재칠보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소소한’ 마음가짐도 외면한 채 성난 얼굴과 거친 언어, 부릅뜬 눈빛, 닫힌 마음으로 ‘사랑’, ‘평화’, ‘인권’, ‘정의’, ‘민주’ ‘개혁’등 거창한 주장을 지난 수십년간 계속 외치고 있다. 정확히 <무재칠보시>와 정반대로 말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코미디 같은 세태에서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새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누구 탓할 것 없이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무재칠보시>는 무궁무진한데 내 스스로부터 간과해 왔기 때문이다.
복잡했던 마음이 단순해지면서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사를 나와 혼자 연화산 주변을 트레킹하다가 허름한 식당을 발견했다. 동동주와 고추전을 시켰다.
조선일보
[데일리 리포트 Daily Report] Nov.25(Fri) 2022 CON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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