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난리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수혜 종목은
‘오일 머니 보따리’를 들고 방한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행보에 투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서울 면적의 44배(2만6500㎢)에 달하는 ‘네옴시티’(Neom city)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석유 중심 경제에서 첨단 산업 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초대형 투자 프로젝트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거울벽’을 세워 만드는 에너지 자급자족형 첨단 도시 ‘더 라인’, 해상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건설이 주요 사업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관련 업체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16일 네옴시티 테마주의 ‘대장주’로 꼽히는 한미글로벌은 3.36% 뛴 4만1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미글로벌은 네옴시티의 핵심 프로젝트인 ‘더 라인’ 의 주요 프로젝트 매니저 컨설턴트(PMC)로 선정되면서 주가가 지난 6월 저점 대비 320% 상승했다. 네옴시티 관련주로 분류된 대명에너지(5.01%)·희림(3.43%)·대한전선(1.07%)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들 기업은 네옴시티수혜주로 꼽히며 10월 한 달간 주가가 27%~40% 급등했다.
이미 수주를 따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더 라인’의 핵심 기반인 철도 터널 건설 사업을 공동 수주했다. 사업비는 각 6억1700만 달러(약 8000억원) 규모다. 수주 소식에 두 회사의 주가는 10월 초부터 이날까지 각각 20%, 13% 올랐다.
네옴시티 핵심 에너지원인 수소 관련주도 부상하고 있다. 수소 대장주인 두산퓨얼셀(2.48%)과 효성첨단소재(-0.75%) 등은 수주 기대감에 10월 이후 약 30%씩 급등했다.
韓 수주 규모 사우디·중국 이어 3위
금융투자업계에선 네옴시티 초기 프로젝트 사업비 규모를 약 500억 달러(71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이 중 한국 기업의 수주 규모는 13%로, 사우디(54%)·중국(14%)에 이어 세 번째다.
재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SK·현대차·LG·롯데·한화 등 재계 총수들은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친환경 스마트 시티 건설을 위한 인프라 구축 참여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삼성물산·포스코·한국전력·한국남부공사·한국석유공사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사우디국부펀드(PIF)와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022년 PMC 선정과 기초공사를 마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발주가 이루어질 전망”이라며 “한국·스페인·중국 등의 역량 있는 기업의 수주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하 연구원은 “수소 외에도 방산·5G네트워크·UAM(도심 항공 교통) 등 관련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증권가에선 관련 주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건설주는 국내 주택 경기 하락에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며 “네옴시티와 함께 해외 원전 수주 기대감에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네옴시티도 큰 프로젝트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른 지역에도 수소 생태계를 건설하려는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한국의 관련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테마주'를 추격 매수하는 하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기업 가치가 구체적으로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재로 주가가 뛴 경우, 재료가 소멸하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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