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보험'의 역풍?...전세 사기 피해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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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 부추기는 ‘보증보험’
기획 파산에 국가재정도 ‘빨간불’
취지와 정반대…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보증보험’
신용불량자로 바꿔치기해 전세 계약 맺기도
전세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오히려 전세 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셋값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매매가격 이상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인을 신용불량자로 바꿔 ‘기획 파산’을 일으킨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전세금을 받아 가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악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HUG 대위변제액, 올해 이미 5292억원 지급
“부동산 하강기엔 보증 사고 손실 더 커져”
부동산 중개업자가 전세 사기 과정을 주도하기도 하는데,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보증보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세 사기로 불법적인 이익을 얻고자 보증보험에 가입할수록 국가재정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빌라·오피스텔에서 발생하는 전세 사기…사회초년생·신혼부부 타격 커
30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전세 사기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를 악용해 발생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전세 사기는 소위 ‘빌라(다세대주택 또는 도시형생활주택)’와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매매시세 파악이 쉽지 않아 전세 사기의 타깃이 됐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은 보증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본인의 전세금을 보전받을 수 있다. HUG는 임차보증금 채권을 기반으로 임대인의 집에 대한 채권추심 절차를 통해 임차인에게 지급한 전세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보증보험을 구조를 이용한 전세 사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금이 액수와 상관없이 전세금 전액을 보장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매매 가격 이상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인을 신용불량자 등으로 교체해 기획 파산을 발생시키고 HUG에서 전세금을 받도록 하는 수법이 횡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세 보증금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고, 임차인이 이에 속으면서 전세 사기 구조가 성립되는 방식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20~30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다. 실제로 2018년 이후 HUG 보증보험의 보증 사고 총 9736건(2조74억원) 중 20~30대는 6028건(1조1904억원)으로 62%에 해당했다. 예산처는 “보증보험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보증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추진하는 보증보험이 오히려 전세 사기를 심화시키지 않는지에 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 사기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8월 기준, 전세 사기 구조에 동원된 악성 임대인 상위 10인의 사고 건수 및 대위변제액은 총 1807건(3719억5900만원)으로 동일 명의자의 변제금이 남은 주택들도 있어 피해액은 더 커질 예정이다. 또한 보증보험 가입을 약속하고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임대인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보증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집계되지 않은 전세 피해 규모는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사고 이후 HUG가 회수한 금액 30.6%…집값 하락도 ‘경고음’
HUG의 보증보험 가입을 지렛대로 전세 사기가 발생하면 국가재정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는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는 공기업으로 HUG의 손실은 결국 국가재정의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매가격 2억원인 부동산을 전세 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전세 사기를 당하는 경우, HUG는 2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채권추심과정에서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1억5000만원가량 회수하기도 어려워 주택 한 채당 약 1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실제로 대위변제한 금액에서 회수한 금액의 비율은 2019년 이후 감소 추세다. 2019년 58.3%에서 2021년 41.9%로 감소했고, 2022년 9월 기준으로는 30.6%에 불과하다. 보증 사고가 발생하면 회수하는 금액이 HUG에서 대신 변제한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보증 사고로 인한 HUG의 대위변제액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5041억원을 지급했고 2022년 9월 기준으로 이미 5292억원을 지급해 전년도 대위변제액을 초과한 상태다. 지난해 회수율(41.9%)을 감안하면 대위변제액 절반 이상이 HUG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세 사기가 발생할 경우 국가재정손실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금을 반환받더라도 전세금을 돌려받기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전세대출의 이자 및 연체 이자와 내용증명, 공시송달을 위한 법무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
예산정책처는 “보증 사고 건수도 급격히 증가해 미회수채권 잔액은 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는 경우 전세 사기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보증 사고로 인한 손실도 추가돼 HUG의 재정 상황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민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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