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뇌관] 어쩌나! 건설업계의 최대 위기...불황에 자금시장까지 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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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확대 과정에서 남발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서의 '부메랑'

 

쌍용건설도 부동산 PF 부실로 워크아웃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자금시장까지 경색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주택 시장 호황에 기대 수주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남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서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당시 시공능력평가 40위권 중견건설사 상당수가 부동산PF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도산했는데, 최근 자금시장 경색을 보며 '당시 줄도산 사태의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 ‘공사대금 지급 못한다’

 

[부동산 PF 뇌관] 어쩌나! 건설업계의 최대 위기...불황에 자금시장까지 경색
중앙일보 edited by kcontents

 

 

 

  1. 어쩌나! 건설업 인기 하락에 고령화까지 The Age of Experience: The aging workforce in the construction indu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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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호황에 부동산PF대출 규모 급증…건설사 PF 보증 규모도 껑충

2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는 112조2천억원으로 부동산 경기 개선 직전인 2013년 말(35조2천억원)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PF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위축됐지만 2014년 이후 부동산 경기 개선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부동산PF는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을 짓고 미래에 들어올 분양수익을 담보고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리는 금융기법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건설사가 직접 토지를 매집해 자체적으로 분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 실패가 건설사의 존폐를 위협하는 위험요소임을 경험한 뒤 건설사는 시공을 담당하고 불확실성이 높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토지 확보와 인허가는 전문 시행사가 전담하는 사업구조가 굳어졌다. 하지만 건설사와 비교해 시행사가 자금력이 크게 떨어지다보니 시행사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부동산PF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자금조달방식이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위험이 큰 대출이다보니 부동산PF 실행때 건설사에 연대보증 성격인 신용보강을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신용보강은 △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신용공여 △책임분양 등 다양한 형태인데 핵심은 시행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건설사가 대신 빚을 떠안거나 공사비를 받지 못하더라도 건물은 100% 완공하는 등 대출금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시행과 시공을 분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건설사가 여전히 시행과 시공의 위험을 함께 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PF가 급증하면서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올 6월 말 KIS 투자등급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20곳의 PF 보증 규모는 18조 원으로 2018년 말(12조 원)보다 50% 급증했다. 분양시장 호황기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아파트 수주전에 나선 것 등이 영향을 줬다.

 

 

[부동산 PF 뇌관] 어쩌나! 건설업계의 최대 위기...불황에 자금시장까지 경색
건설업계 '돈맥경화' …자금조달지수 급락 : 서울경제 edited by kcontents

 

 

경기 꺾이자 날아오는 청구서 "빚 갚으세요"…부동산 PF 폭탄 터지나

부동산 호황기에 부동산 PF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황기엔 가장 약한 고리가 되어서 건설업계를 흔들었다. 특히 자금경색이 장기화되면서 PF 우발채무는 '몸통을 흔드는 꼬리'가 되는 모양새다. 우발채무는 당장은 빚이 아니지만 빚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인데,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건설사가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시행사를 대신해 빌려준 자금 성격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행사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융사들은 시행사를 포함해 이들의 차환 위험을 나눠진 건설사들의 자금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PF에서 시작된 위기는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는 현재 진행 중인 정비사업 중 사업성이 손꼽히는 '우량사업장'으로 평가받지만, 최근 PF 차환 발행에 실패했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은 PF 대출채권 자산을 기초로 기업어음(ABSTB)을 발행했고, 이달 28일 만기를 앞두고 새로운 어음을 발행해 기존 어음을 상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를 모으지 못하면서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천억원을 일단 상환할 계획이다.

 

이런 위험은 대형 건설사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대형건설사 중에서는 롯데건설이 PF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상황인데 둔촌주공 PF 차환 실패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을 더하는 모양새다. KIS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채무인수와 자금보충약정 등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7천억원(정비사업 관련 1조2천억원 포함)으로 올해 말까지 약 3조1천억원의 만기가 집중됐다. 이에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2천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데 이어 롯데케미칼로부터 5천억원을 단기차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룹사로부터 받은 수혈'로 일단 올해 하반기에 도래하는 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에 대한 대응은 가능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KIS는 "현재 추진 중인 유동성 확보방안의 최종적인 실현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고 분양 실적과 PF 우발채무 관련 PF ABCP 등의 원활한 상황 또는 차환 여부 등을 모니터링해 신용도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견사 중에서는 태영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금융권의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KR)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48.5%, PF우발채무를 포함한 부채비율은 498.8%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KR은 "코오롱글로벌은 위험지역 분포 비중이 높은 수준이고 신용보강 제공 규모가 큰 단일 프로젝트의 사업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고 태영건설에 대해서는 "만기구조가 장기화되어 있으나, 상대적으로 미착공 및 비주거용 건물 비중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도급순위 13위' 쌍용건설도 부동산 PF 부실로 워크아웃…"기시감"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규 PF는 올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중단됐고, 신규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진행중인 사업이 올스톱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에서는 시행사가 초기 대출(브릿지론)을 받아 땅을 확보한 뒤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그다음 사업 단계를 위한 본PF대출이 막혀 해당 사업장이 아예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수도권에서도 PF 대출이 막혀 사업이 중단된 현장이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은 시행사과 중견사들의 문제로 불거지고 있지만 대형사들도 뒷짐만 지고 상황을 지켜보기에는 상황이 엄중하다는 위기 의식이 업계에 팽배하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당시 시공능력평가 13위였던 쌍용건설을 포함해 벽산건설(28위), 남광토건(35위) 등 탄탄한 매출을 자랑했던 건설사들이 시행사의 부동산PF 부실 등에 따른 자금난으로 워크아웃 등을 겪어야 했다.

 

[부동산 PF 뇌관] 어쩌나! 건설업계의 최대 위기...불황에 자금시장까지 경색
문화일보 edited by kcontents

 

 

  1. 신공법이 발목 잡는 두개의 건축 프로젝트
  2. 변화의 바람 부는 건설현장 문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사가 중견사보다 자금 여력은 더 있겠지만 아무리 대형사라도 규모가 큰 사업장 한 두곳에서 물리면 휘청할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사들은 PF 위험에 대한 대비를 이중삼중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만 시행사와 중소형사들이 줄도산하기 시작하면 대형사들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보다 전향적인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 사업용 주택에 미분양주택 활용 △전매 제한 기간 제외 △DSR 제외 △아파트 등록 임대 허용 △'위축지역 조정대상지역' 지정해 청약 자격을 완화 △비규제지역 미분양 주택 취득자에 대한 세제 감면 등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현재 정부도 미분양과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추가 대책을 예고한 상태다.

 

물론 지금의 위기가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지방 중견 건설사도 잊을 만하면 도산했는데 이런 일부 사례를 건설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며 "누구나 아는 위험은 현실화되지 않고 정부의 부동산PF를 포함한 지원 방안이 발표된 점을 PF부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건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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