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하는 이민 선진국의 파격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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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주고 돈도 준다

이민청, 피할 수 없는 선택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소멸의 길에 들어섰다. 올해로 3년째 인구가 줄고 있다. 산업 현장엔 일할 사람이 없어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비어있다. 해외에서 사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문화적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재외동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현실적 방안 중 하나다. 캐나다·싱가포르를 비롯한 이민 선진국들의 경험 등을 토대로 해법을 찾아보자.

 

"이민 오면 집 준다"는 나라, 어디?…세계는 이민전쟁 중

집도 주고 돈도 준다…'이민 선진국' 그들의 파격 혜택

 

   이미 해외 주요국들은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 재외동포 귀환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국 내 정착을 돕기 위해 고용세 면제·공공연금 가입 지원 등을 해주고, 캐나다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급인력을 대상으로 영주권을 신속하게 발급해준다. 중국과 이스라엘은 해외 동포를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혹 하는 이민 선진국의 파격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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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싱가포르, '고급인력' 유치

미국·호주처럼 전통적인 이민 중심 국가인 캐나다는 1869년 최초로 이민법을 제정한 이후 대규모 이민자 도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당시 이민 프로그램은 농장 등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민자를 대규모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캐나다는 20세기 들어선 이민·난민 국적부(IRCC)를 중심으로 고급인력 유입으로 이민정책의 무게추를 옮겼다. 1960년대에는 포인트제도(점수제)를 도입해 이민자들의 자격 기준을 높인 것이 그 시작이다. 2010년대 들어선 캐나다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이민자를 선별해 수용하는 '능동적 이민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특수기술직 및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노동허가서'를 신속하게 발급해 주거나 정부가 이민후보로 적합하다고 판단, 초청할 경우 이민 신청이 가능한 신속입국이민제도(Express Entry)를 도입해 영주권을 신속하게 발급하고 있다.

 

연방전문인력 이민프로그램(FSWP)의 경우 특정한 분야의 전문기술자로 공인된 신청자가 영주권을 신청하는 제도다. 신청자는 캐나다 경제의 기여도와 정착의 안정성 등에 따라 평가된다. 이 밖에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정책으로 △캐나다 대학 졸업 후 1년 이상 근무 시 영주권 부여하는 '경력 이민제도' △미국 실리콘밸리 등 외국 벤처 기업 창업주 대상 영주권 발급하는 '창업 이민제도' 등이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 인구는 지난해 기준 3699만1981명이다. 2016년 대비 180만명이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80%가 이민자였다. 이에 더해 최근 캐나다 정부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이민이 정체됐던 점을 고려해 2024년까지 캐나다 인구의 약 1%(370만명)에 해당하는 이민자를 추가로 수용할 방침이다.

 

혹 하는 이민 선진국의 파격 혜택

 

 

싱가포르 이민국(ICA)은 1999년부터 '21세기 인력 유치계획'을 발표하고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는 외국인을 저숙련 노동자(WP), 전문기술 인력(SP), 고급인력(EP) 등 세 부류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고급인력 비자인 EP 계열 발급 기준은 임금수준과 자격증 및 업무 경력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고급인력 유입 정책의 핵심은 자국 내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외국인 고급인력이 싱가포르 체류 시 쉽게 비자를 연장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특정한 혜택도 부여한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고용한 고용주 대상 고용세 면제 △고급인력에 대한 각종 사회보장 혜택 △공공주택 입주 △공적연금제도 중앙적립기금 가입 허용 등이 있다.

 

오정은 한성대 이민다문화전공 교수는 IOM 이민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싱가포르의 정책 연구'에서 "한국도 이주민을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저소득층을 염두에 둔 무료 한국어 수업·한국문화 강좌에 치중해 있다"며 "외국인 고급인력에게 적합한 사회통합 프로그램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싱가포르 등의 정주를 유도하는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중국, '재외동포' 귀환 초점

과거엔 우리나라의 인력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갔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지금은 이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는 독일로, 1970년대 건설 인력은 중동 국가 등으로 떠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재외동포는 732만명 정도다.

 

해외 국가중 재외동포 복귀에 적극적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동포귀환 정책은 1950년 제정된 귀환법에 근거한다. 전 세계 모든 유대인에 이스라엘로 돌아와 정착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들어와 이민자 신분을 받게 될 경우 이민자 흡수부와 민간 유대인 기구에서 다양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민자 정착 기금인 흡수 바스켓이고, 이 밖에도 지원 분야별로 실업 수당, 관세 보조, 울판(히브리어 수업), 주택원조, 구직 지원, 교육비 지원 등이 있다.

 

디아스포라(해외 이산)에서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알리야' 수용에 힘입어 이스라엘 인구는 크게 증가했다. 이스라엘 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이스라엘 본토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인구는 944만9000명으로 1948년 건국 당시 81만 명과 비교하면 11배가 넘는다.

 

혹 하는 이민 선진국의 파격 혜택
(인천공항=뉴스1) 임세영 기자 =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입국 길이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들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E-9·고용허가제)는 1월 2671명, 2월 2341명, 3월 3813명, 4월 4867명, 5월 5308명, 6월 6208명, 7월에는 1만 명 이상의 외국인근로자가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2.7.13/뉴스1

 

중국 역시 국외에 있는 화교, 중국인 유학생에 초점을 맞춘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중 갈등,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자 외국인 대신 재외동포 유입에 힘을 쏟는 것이다. 화교는 중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해 정착한 중국인·대만인으로, 2020년 기준 전 세계 화교 인구는 약 5000만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중국 이민국은 지난 2019년부터 화교 여권의 온라인 조회 서비스와 중국 공공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전자신분증 발급 정책을 시행하며 화교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특히 외국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화교들은 중국에서 근무할 경우 외국인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까지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또 해외에서 석사학위 이상 취득한 화교가 중국에서 창업하면 최대 10만 위안(약 1973만원) 자금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으로 중국의 '기술 허브' 광둥성 선전시에는 지난해 2만7000명의 화교 인재들이 유입됐다. 선전시 인적자원사회보장국에 따르면 이는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보다 출생율 2배 높지만

인구감소 걱정돼 이민자 받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서 굳이 그 색을 바꾸지 않고도 서로 어울려 멋진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와 같죠"

 

캐나다에서 이민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저스틴 심 둥지이민 법무사(대표)는 캐나다의 이민 정책과 문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심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주해 대학교를 졸업한 뒤 이곳에 정착했다. 그는 타향 살이 경험을 공유하다 이민 전문 법무사 자격증을 딴 뒤 현재는 한국인들의 캐나다 정착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저스틴 심 둥지이민 대표

 

심씨가 현재 살고 있는 캐나다는 이민자들의 나라다.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 2015년 11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남녀 동수, 장애인 국가보훈장관, 원주민 법무장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꾸며진 내각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를 두고 캐나다를 닮은 내각이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캐나다 다문화주의를 이민자 정책의 근본 철학으로 삼고 전세계 독특한 문화와 공존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일명 '모자이크 문화'로 불린다. 캐나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이민법과 다문화주의법 등을 제정해 정체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문화를 국가 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다.

 

심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캐나다 정부의 체계적인 이민 시스템을 모자이크 문화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캐나다는 현재 저출산으로 고령화에 접어들어 1인당 출생률이 1.47 정도"라며 "한국(0.71)의 두배 정도지만 이 수치로도 노동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기에 이민자를 적극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대한민국 인구절벽이 심화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민청' 설립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설립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정부조직 개편이나 예산 확보 등 실질적 움직임은 더딘 상황이다.

 

캐나다는 'IRCC(연방이민부·Immigration, Refugees and Citizenship Canada)'에서 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심 대표는 "신규 이민자와 난민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여러 산업기관이나 정부부처와 상의해 이민을 국가 주요 정책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IRCC라는 이민 정책을 위한 정부 기관이 별도로 설립됨으로써 이민정책이 국가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됐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이같은 캐나다의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모자이크 문화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도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경로가 캐나다에 비해서는 조금 협소해 보인다"며 "이는 이민에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 중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조만간 연간 이민자 숫자를 기존 40만명에서 50만명으로 목표로 상향조정하는 등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이민자 유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기존에는 정책으로 미리 설정해놓은 조건에 맞추어 점수가 기준을 넘으면 이민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단순하게 점수만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캐나다의 요구 조건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기본적인 영어나 불어 능력 등 필수 사항 외에도 IT(정보통신)과 의료, 유아교육 등 인력이 더 필요한 분야는 정책상 점수가 높지 않더라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방법을 시행 중이다"라고 했다.

 

한국에도 이민청이 설립된다면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민을 하나의 독립된 기관에서 맡아 책임 있게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민에 대한 요구가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설계부터 시행,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하는 것까지 모두 정확하게 담당하는 기관이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분명 엮일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정책 기관의 전문성도 강조했다. 심 대표는 "특히 발 빠르게 세부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정세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실행력과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캐나다는 이를 위해 이민 정책을 정기적인 교육을 받고 면허를 발행하는 전문가들을 철저하게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심 대표는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거부감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심 대표는 "외국인이 들어와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합법적인 한국인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 인구 문제를 풀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캐나다도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이민 정책을 수정해오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장기간 고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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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의 말처럼 캐나다 역시 처음부터 다름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800년대 말부터 금광 개발과 철도 건설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캐나다는 노동력 수급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이민자들을 아무런 기준 없이 추방하며 사회적 분열을 심각하게 겪기도 했다. 그러나 숱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민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택했고 40년 넘게 노력한 결과 모자이크 사회가 됐다.

 

심 대표는 "이민자가 유입되면 당연히 여러 갈등과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각양각색의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생활방식 등 '다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이민자를 적극 유입하기 시작하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좀 더 넓은 마음을 갖고 대해야 한다"며 다른 문화권 사람을 굳이 한국의 문화권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모두 같이 살아가는데 더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정혜인 기자유효송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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