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해괴망칙한 LH 임대아파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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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외벽 계단 아파트’

 

"소통이라뇨;;;"…

볼수록 해괴한 임대아파트 '망작 3종 세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외벽 계단 임대주택’이 화제를 끌었다. 아파트 외벽에 2~3개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는 독특한 설계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 LH는 입주민 간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설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추락사고 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LH가 안전을 위해 계단 보강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LH 아파트는 왜 이렇게 희한하게 설계하나 했는데, 

‘소통’을 중시하느라 그랬던 거였다니….”

 

“집 아니라 기계실인 줄”

 

볼수록 해괴망칙한 LH 임대아파트...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충남 아산시에 건축 중인 '아산탕정 2-A15블록' 국민임대아파트 외벽에 계단이 달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등 공공이 지어온 임대주택 설계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주거 취약층이 사는 임대아파트를 지을 때마다 ‘입주민 소통’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실험적인 설계를 적용하는 바람에 입주민들이 되레 생활 불편을 겪고 있는 데다, 보강 시공 등을 하느라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땅집고가 그동안 논란이 된 ‘소통 중시’ 임대아파트 단지들을 다시 정리해봤다.

 

충남 아산 ‘외벽 계단 아파트’

볼수록 해괴망칙한 LH 임대아파트...왜
[땅집고] '아산탕정 2-A15블록' LH국민임대아파트 외벽 계단은 사선 형태로 설치됐으며, 같은 동 2~3개 층을 연결하는 구조다. /온라인 커뮤니티

 

LH가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세교리 일대에 건축 중인 ‘아산탕정 2-A15블록’ 국민임대주택. 단지 외벽에 대각선 형태 계단이 달려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계단이 같은 동 2~3개층을 연결하는 구조다.

 

일각에선 이 계단이 비상용 계단일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건축법이나 소방법상 설치한 계단이 아니라, 입주민 간 소통을 이끌어내고 디자인을 특화하는 측면에서 만든 계단인 것으로 파악됐다. 각 층마다 설치된 외부 계단을 이용하면 다른 층 엘리베이터나 중앙 통로로 이동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계단이 외벽에 달려있는 만큼 추락사고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LH는 계단에 보강 공사를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LH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안전을 고려해 난간 높이를 더 높이거나, 추가 난간을 덧대는 보강 공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확정된 안은 아니고 담당 부서에서 현장을 방문해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차피 가릴거면 왜”…투명 현관문 임대아파트

볼수록 해괴망칙한 LH 임대아파트...왜
[땅집고]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 LH임대아파트 입주민이 유리 현관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MBC 캡쳐

 

 

2013년 LH가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공급한 ‘강남보금자리지구 3단지’는 총 1065가구의 임대주택인데, 모든 가구의 현관문이 통유리로 설계돼 논란이 일었다. 유리 현관문을 통해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바람에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고, 통유리다보니 단열이 안돼 결로까지 발생했다.

 

이 단지를 설계한 사람은 일본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다. LH가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아파트 설계안을 정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당시 야마모토 리켄은 “입주민들 간 상생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특히 고령자들의 사회적인 접촉과 교류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유리 현관문에 블라인드를 달고 그 위에 '뽁뽁이'를 붙여둔 가구. /이지은 기자

 

하지만 땅집고가 현장을 방문한 결과 통유리 현관문을 그대로 두고 거주하는 입주민은 없었다. 집집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현관문에 옅은 황토색으로 된 블라인드를 달아두고, 결로를 막기 위해 블라인드 위에 일명 ‘뽁뽁이’(포장용 비닐)를 붙인 집도 많았다. 이에 “어차피 블라인드로 가리고 살 거라면 현관문을 투명 유리로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집 아니라 기계실인 줄”…1층만 차별 설계한 임대아파트

[땅집고] SH가 서울 강동구에 공급한 '고덕강일7단지' 임대아파트 1층과 2층 이상은 주택 설계가 확연히 다르다. /이지은 기자

 

 

 

“밤에 도둑이나 안 들면 좋겠는데…. 똑같은 임대료를 내는데, 왜 1층 입주자만 차별하는 건가요?”

 

SH가 2020년에 지은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고덕강일7단지’. 당시 입주를 앞두고 현장을 찾은 아파트 1층 입주예정자들은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신축 아파트들이 외부인 무단침입을 막기 위해 동(棟)마다 공동현관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키 등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듯이, 당시 고덕강일7단지도 이런 구조로 지어졌다.

 

[땅집고] 1층 주택은 개별 현관에 보안 장치가 전혀 없어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지은 기자

 

 

문제는 1층만 전혀 다르게 설계된 것. 개별 주택의 현관 출입문이 도로와 붙어있어 얼핏 보면 주택이 아니라 경비실이나 기계실 같다. 도로와 개별 현관 출입문 사이에 인도와 화단을 만들었지만, 외부인 출입을 막는 담장이나 울타리가 없어, 도로를 지나는 외부인이 맘만 먹으면 1층까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다. 비나 눈이 많이 올 경우 침수 피해는 물론이고 택배 분실·도둑 등 범죄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시 입주예정자 사이에선 “임대료를 덜 내는 것도 아닌데, 왜 1층만 보안에 취약하게 만든 것이냐”, “1층만 차별하는 것 같아 계약하기가 꺼려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SH 관계자는 “고덕강일7단지는 SH가 주관한 설계 공모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설계를 적용한 것이다. 설계 콘셉트 자체가 아파트와 주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열린 단지’여서 1층을 개방형으로 지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어 그는 1층 입주자들의 불만을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아파트가 이미 완공해 주택 구조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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