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때 몸이 자꾸 ‘휘청’?...."신경 다쳤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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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걸을때 몸이 자꾸 ‘휘청’

근육 마르거나 신경 다쳤기 때문


‘제대로 걷는’ 습관 들여야 

안강병원장

 

    척추협착증 환자들은 걸을 때 자꾸 몸이 휘청거린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한 발로 서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이 한 발로 설 수 있는 것은 몸의 위치를 잡는 감각이 뇌에 정보를 전달하며 근육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다리 근육 안에 있는 작은 감각기관(센서)들이 다리(관절 포함)가 움직이면 그 위치를 뇌에 알린다(그래픽 참고). 즉, 위치 감각 ‘신호’를 받은 뇌의 명령으로 우리는 몸을 정교하게 세울 수 있다. 이러한 위치감각은 근육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눈·귀도 협업한다. 혹여 눈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귀의 평형감각이 위치를 잡는 데 더욱 큰 역할을 하는 등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준다.

 

다리 근육에 있는 감각기관이

뇌에 위치 정보 전달하며 소통

 

걸을때 몸이 자꾸 ‘휘청’?...."신경 다쳤기 때문"
나이 들어도 허리가 굽거나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일단 ‘제대로 걷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우리는 눈·귀의 감각들은 잘 인지하고 있지만 근육에 존재하는 감각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인체가 위치를 잡는 데 있어서는 근육 감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 신경이 손상되거나 근육이 마르면 이러한 위치감각이 손상된다. 그러면 다리가 휘청거리게 되고 쉽게 미끄러지거나 잘 넘어진다.

 

다행히도 앞서 말했듯이 신체 기관은 협업한다. 근육이 마르거나 신경이 다쳐 제 기능을 못 하는 부분만큼 눈·귀가 대신하거나 소뇌의 일도 대뇌가 분업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가 맑고 눈·귀가 밝은 젊은이의 경우 그런대로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 뇌는 훈련을 통해 고유 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까지 담당하는 등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이안 워터맨(Ian Waterman)은 19세 때 근육의 위치감각을 중앙신경체계로 전달해주는 신경세포 대부분을 잃었다. 하지만 피나는 연습을 통해 눈의 기능만으로 걷게 되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한 여성이 이러한 위치감각을 총괄하는 소뇌가 없는데도 정상 생활을 했다는 보고도 있다. 놀라운 인체의 신비다.

 

그러나 노화로 이미 눈·귀의 기능이 떨어지고 뇌의 반응도 느려졌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근육이 마르거나 신경이 손상돼 휘청거리는 것을 상쇄하기 어렵다. 노인들이 쉽게 넘어지고 다치는 이유다.

 

나이 들어 몸이 휘청거리거나 허리도 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제대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조선일보 유튜브 ‘오늘도 문안인사 드립니다’ 23회·30회 참고).

 

대부분 사람이 스스로 잘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제대로 걷는 사람은 드물다. 잘 걷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보폭을 크게 해 일자로 걷고, 하루에 한 번 이상 맥박을 180회 이상 올릴 수 있는 운동도 1분가량 실시하면 좋다. 과한 운동은 심장에 부하를 줄 수 있으므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시간을 조율해야 한다(‘의대녀’ 건강한 100세 시대를 위한 습관-소식 편 참고).

 

필자는 20년 전부터 운동치료사와 함께 환자에게 ‘걷기 교육’을 실시했다.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할 때였는데, 학교와 병원에서는 의료 수가(酬價) 문제로 운동치료사 월급을 줄 수 없으니 사적으로 고용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자비(自費)로 운동치료사를 뽑아 치료받는 모든 환자에게 걷기 교육을 시켰다. 당시 필자도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걷기 교육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당시 치료받았던 환자 중에는 지금까지 고마움을 표하는 분들이 계신다. “80세가 넘었는데도 아직 젊은 사람 못지않아요.” “매일 힘이 펄펄 넘쳐흘러요.” “아직도 빠른 걸음으로 하루 한 시간씩 걸어요.” 하나같이 씩씩하고 나이가 스무 살은 젊어 보이신다. 의사로서 취한 행동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 중 하나이다. 그분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필자에게 치료받을 것을 권하니, 이게 모두 ‘바르게 걷는 것’을 우선시한 효과다.

 

걸을때 몸이 자꾸 ‘휘청’?...."신경 다쳤기 때문"
사람이 한 발로 설 수 있는 것은 몸의 위치를 잡는 감각이 뇌에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다리 근육 안에 있는 작은 감각기관(센서)들이 다리(관절 포함)가 움직이면 그 위치를 뇌에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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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이가 들수록 영양 문제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섬유질·고급지방·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의대녀’ 오두방정 떨면 건강해진다? 편 참고).

 

마지막으로, 근육 기능이 떨어질 때 눈과 귀, 그리고 뇌의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는 자꾸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혹시 나이 든 후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핀잔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예전과 달리 유독 하던 것만 하고 먹던 것만 먹는다면, ‘나의 뇌가 퇴화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도 된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의대녀’ 노화를 늦추고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의 효과는? 편 참고).

 

척추협착증 수술을 하면 일정 부분 회복되지만 위치감각은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는다. 특히 유합(癒合) 등 큰 수술이거나 재수술, 혹은 수술 후유증이 큰 경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척추협착증에 관한 수많은 논문이 있다. 그중 신뢰할 만한 논문에서는 ‘자연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 이상의 의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협착이 아무리 심해도 신경은 스스로 적응하고 이겨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의학 용어로 ‘신경 가소성(神經可塑性·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回路)를 바꾸는 능력이다. 우리의 치료는 인간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중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의사가 순간 잘못 판단해 순리(順理)를 해치게 되면 인간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은 영원히 상실된다. 그때는 급격한 퇴화만이 남는다.

 

제대로 걷기 운동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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