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급 고속철도 시대 여는 콘크리트 궤도 교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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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00km 경부고속철길 난제, 

밤마다 50m씩 ‘4년 대장정’

 

2033년 운영시한 앞두고 내년부터 개량사업

최고 난제는 자갈→콘크리트 궤도 교체

 

안전하고 우수한 승차감

 

    한국철도가 ‘2033년 시속 400㎞급 고속철도 시대’를 열기 위해 내년부터 ‘10년 장정’에 나선다. 2004년 4월1일 경부고속철도가 개통한 지 19년 만이다. 고속철도 개량 사업은 경부고속철도 운영을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면서 차량·궤도·열차제어체계 등이 노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명~동대구 자갈 구간 264km 대상

코레일 “심야 4시간동안 50m씩 작업” 검토

 

400㎞급 고속철도 시대 여는 콘크리트 궤도 교체 사업
코레일이 2020년 7월 광역철도 과천선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구간에서 자갈을 철거한 뒤 급속시공 전용 장비로 사전 제작한 콘크리트 궤도를 설치하고 있다. 코레일 제공

 

 

 

시속 400㎞급 고속철도 사업은 통과 도시 간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주요 거점 간 고속 연결’이 뼈대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가 열차 상용속도 개선(시속 305㎞→시속 370㎞)과 궤도 교체(자갈 궤도→콘크리트 궤도), 열차제어시스템 지능화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사업은 궤도 교체다.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데다, 고속철 영업을 계속하면서 궤도 교체를 해야 하는 기술적 까다로움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반면 열차 속도 개선은 시험 운행 단계까지 일찌감치 도달한 상황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이 함께 개발한 차세대 고속철 ‘해무-430’은 2013년 3월 시험 운행에서 시속 421.4㎞의 속도를 기록한 바 있다. 열차제어시스템은 앞뒤 열차가 교신해 속도를 조절하며 운행하는 첨단 체계(L3, 이동 폐색 방식)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400㎞급 고속철도 사업은

주요 거점의 초고속(시속 400㎞급) 연결 전략은 지난해 정부가 밝힌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 7대 추진 방향에 일반철도 고속화, 고속철도 운행지역 확대 등과 함께 담겼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차량과 핵심 철도 인프라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꿔 ‘고속철도 기술 선진국’의 꿈을 이루려는 속내도 갖고 있다. 전세계에 시속 370㎞(상용속도 기준)의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용역·검증을 마치고 2028년에 공사에 돌입해 2033년에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예산 규모는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데, 궤도 개량에만 약 1조8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400㎞급 고속철도 시대 여는 콘크리트 궤도 교체 사업
콘크리트 궤도 송정석닷컴 edited by kcontents

 

 

이 사업의 관건은 콘크리트 궤도 교체가 계획된 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단순한 시설 교체 작업이지만 사업의 최대 난제이기도 하다. 기존 고속열차를 정상 운행하면서 궤도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임수 코레일 기술안전연구처장은 “고속철도를 전면 차단해 고속열차를 일반철도로 우회 운행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면 공기는 4분의 1로 주는 반면, 고속철은 이동시간이 늘고 일반철도는 선로 용량의 한계로 인해 새마을·무궁화호 열차의 운행 횟수가 줄어 국민 불편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력을 보완하면 고속열차를 정상 운행하면서 심야 미운행 시간대를 이용한 궤도 개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심야 4시간에 50m씩 4년 공사

콘크리트 궤도 개량 대상은 자갈 궤도인 경부고속철도 전용선 1단계 광명~동대구 구간(264㎞)이다. 이 구간 중 완공 시기가 빨랐던 광명~평택 등 140㎞ 구간은 2026년께 궤도 수명인 25년이 도래한다.

 

400㎞급 고속철도 시대 여는 콘크리트 궤도 교체 사업
edited by kcontents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이 검토하는 콘크리트 궤도 개량 프로젝트의 공식은 ‘4·50·6·4=264’다. 고속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심야 4시간 동안, 하루 50m씩 자갈 궤도를 콘크리트 궤도로 교체하는데, 광명·천안아산·오송·대전·김천구미·동대구역 6곳의 거점에서 동시 착공하면 4년 남짓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착공에 앞서 완벽하게 자갈을 걷어내는 장비와 자갈 제거 뒤 노반을 다지는 장비, 공장에서 제작된 콘크리트 궤도를 이송해 설치하는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콘크리트 궤도를 고정하는 접합제(모르타르)도 보완하거나 개발을 마쳐야 한다.

 

 

 

권세곤 코레일 철도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하루 25m까지 놓을 수 있는 수준인 콘크리트 시공 기술을 50m로 개선하고, 사전제작한 콘크리트 패널을 이어붙일 접합제는 시공 1시간 뒤 강도가 24M㎩(메가파스칼, 1M㎩은 1㎠당 10㎏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이 나오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접착제를 기포 없이 고르게 도포하는 자동설비와 궤도 이송, 설치 차량 등은 그동안 유사한 공사를 하느라 만든 장비들이 있으므로 보완할 수 있다”며 “장비와 기술 개발은 철도가 아닌 분야에는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기업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전액 국비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00㎞급 고속철도 시대 여는 콘크리트 궤도 교체 사업
윤임수 코레일 기술안전연구처장(왼쪽 넷째)이 지난달 16일 철도안전연구원 연구원들과 사전제작 콘크리트 궤도 모형과 급속시공 전용 장비 모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코레일 제공

 

왜 콘크리트 궤도인가

열차가 달리는 길인 궤도는 강도가 충분해야 비틀림이 줄어 안전하고 우수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유지보수 비용도 크지 않아야 우수한 궤도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레일 아래 침목과 자갈을 까는 ‘자갈 궤도’는 시공비가 저렴하고 소음 흡수력도 우수한 게 장점이지만, 열차 운행 횟수가 늘수록 궤도 도상(노반과 침목 사이에 자갈 따위를 깔아 놓은 바닥)이 잘게 부서지기 쉽다고 말한다. 노후화한 자갈 궤도는 먼지 발생이 많고 궤도 틀림도 나타나 승차감이 떨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유지·보수 비용도 불어난다는 얘기다.

 

반면 콘크리트 궤도는 자갈 궤도보다 공사비는 비싸지만, 유지·보수 비용은 4분의 1 수준이고, 수평 저항력이 높아 주행 안정성이 보장되며 궤도가 휘어지는 좌굴(압력을 받는 기둥이나 판이 어떤 한계를 넘으면 휘어지는 현상) 위험도 적다. 자갈이 궤도 바깥으로 튈 위험도 적은데다 열차 바퀴와 레일이 마모되는 현상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실제 코레일의 경제성 분석 자료를 보면, 1㎞당 시공 비용은 자갈 궤도가 9억원, 콘크리트 궤도는 16억원으로 콘크리트가 1.7배 정도 비싸다. 반면 수명은 자갈이 25년 안팎인 데 견줘 콘크리트는 50년 이상이다. 유지·보수 비용은 콘크리트 궤도가 자갈 궤도의 약 26%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콘크리트 궤도가 더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궤도 개량 사업에는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궤도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리 만들어놓은 콘크리트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타설해 굳히는 공법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강윤석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모듈화해서 시공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은 시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고른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 날씨 영향도 받지 않아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토목, 주택, 교량, 터널 공사 등 여러 현장에서 쓰이는 공법”이라고 했다.

 

400㎞급 고속철도 시대 여는 콘크리트 궤도 교체 사업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아스팔트 콘크리트 궤도" 교통신기술 획득 - 송정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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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전용선 2단계(동대구~부산, 130.8㎞)와 호남고속철도는 처음부터 콘크리트 궤도로 시공해 연약지반 등에서 발생하는 노반 침하와 미세 균열을 보수하는 수준 이상의 개량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안전과는 개량 공사 방식과 관련한 <한겨레>의 물음에 “고속열차를 운행하면서 개량할지, 운행을 전면 차단하고 공사할지 결정된 내용은 없다. 현재 개량사업 전반에 대해 논의 중인데 올해 말까지는 구체적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한겨레

 

 

 

일반철도 및 지하철 콘크리트 직접타설공법 실시공 동영상

https://youtu.be/sQGWX_gzd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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