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아직은 살만한 세상
돈 때문에 각박한 세상이지만
아직은 본받을 만한 사람들 많아
이런 장기 기증하면 자신의 후회 없는 삶에 기여
(편집자주)
남아공 30세 의사 이서희씨,
30명에 새 생명 주고 하늘나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30대 교민 의사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장기기증을 해 현지 사회에서 약 30명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나눠주게 됐다.
8일(현지시간) 유족 등에 따르면 마취과 의사 이서희(30)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요하네스버그 집 근처에서 운동을 하던 중 넘어져 뇌진탕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경과가 악화해 결국 지난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고인이 의대생 때 약속한 대로 가족이 다른 새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이씨는 심장, 폐, 간, 콩팥, 골수 등 10가지 장기를 기증하고 숨졌다.
이 가운데 신장은 7일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에서 위급한 환자에게 바로 이식됐고 심장 또한 2년 동안 이식을 간절히 기다리던 환자에게 기증됐다. 폐는 남쪽 휴양지 케이프타운의 환자에게 이식하기 위해 긴급 공수됐다.
골수만 해도 양쪽 팔과 다리에 있는 것까지 해서 최대 27명분이 기증돼 다른 장기까지 줄잡아 30명넘는 사람이 새 삶의 혜택을 받게 됐다.
동생 민형 씨는 "누님이 O형으로 어려서부터 헌혈을 워낙 많이 해와서 나도 덩달아 같이했었다"라며 "생전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기거든 장기 기증을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할 정도로 의대생 시절부터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는 의지가 투철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평소 술·담배도 안 할 정도로 자기 몸을 철저히 건강하게 관리했으며, 의사로서 하나도 남김없이 마지막 가는 길까지 자신의 생명을 나눠줬다고 기렸다.
고인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남아공에 와서 명문 비트바테르스란트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됐으며, 지난달 초부터 마취과 전문의 과정까지 밟고 있었다.
주변 교민들도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너무 안타깝다"면서 의사로서 마지막 가는 길에도 훈훈한 나눔을 실천했다고 추모했다.
장기 기증을 마친 고인의 시신은 화장을 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가족과 함께 다니던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 조만간 장례미사와 함께 안치될 예정이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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