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천연수면제란?
잘 자려면 운동을 얼마나 많이 해야 할까?
몸을 혹사시켜야 잠을 잘 잘 수 있다
(편집자주)
경제적이고 부작용 없는 천연수면제
김유겸 서울대학교 교수
국민건강보험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자 중 불면증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2020년 67만 1307명으로 2016년 49만 5506명보다 약 18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5년 사이에 35%나 급증한 수치이며, 남성의 경우 연평균 증가율이 10%를 넘는다.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응답자가 40%에 육박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다음날 늦어도 오전 7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자정이 넘어도 잠은 오지 않으니 밤마다 쫓기는 기분이다. 주변에 쉽게 잠이 든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든다니! 다양한 이유로 잠 못 드는 사람이 넘치는 우리 사회에서 원할 때 짧고, 굵게, 깊이 잘 자고 싶은 숙면의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꿀잠’을 돕는 수면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잠을 뜻하는 슬립(sleep)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합한 ‘슬리포노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이제 잠은 산업이 됐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4800억 원에서 2015년 2조 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3조 원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이는 수많은 사람이 꿀잠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면증과 운동
이렇게 수면 관련 상품이 점차 다양해지고 숙면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이 많으면 불면증을 앓는 사람이 좀 줄어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다. 사실 수면 관련 상품이 다양하게 계속 생성되는 것은 특별히 효과가 있는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써 본 도구나 약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효과가 좋다는 새로운 수면용품만 나오면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다.
자는 시간을 줄이고, 잠의 질을 높이는 손쉬운 해결책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런데 딱히 그런 묘약이 없으니 새로운 약과 용품만 늘어나고 수면산업만 커지고 있다. 일부 재벌이나 연예인이 애용했다고 의혹을 받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처럼 한방에 재워주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부작용 없이 효과가 강력한 약물은 아직 세상에 없다. 그나마도 효과가 그때뿐인 약물을 잘 때마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부작용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셀 수도 없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불면증 치료 및 해결법 중에 적당한 운동이 빠져 있는 경우는 없다. 그만큼 효과가 확실한 검증된 방법이라는 얘기다.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으로 몸이 지치게 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잠이 오는 것은 우리 몸의 이치다. 이처럼 운동은 수면의 양과 질을 모두 높여준다. 잠을 잘자는데 운동만큼 저렴하고 효과 좋은 보약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몸을 충분히 움직이는 운동을 통해 몸이 피로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운동을 하게 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하는데 이는 운동이 왜 수면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는 의학적 증거 중 하나이다. 또한, 운동은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켜 스트레스 감소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수면할 준비가 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적당한 운동은 쉽고 더 깊게 잠드는 것을 도와주며 이는 많은 스포츠의학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운동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
1) 부작용 걱정 없는 수면제
모든 수면제는 건강을 해칠 수 있고, 암을 포함해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부작용 걱정에서 자유로운 수면제를 개발했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반면 운동은 뒤에 이야기할 몇 가지만 조심하면 부작용 걱정이 없는 수면요법이다. 즉 운동을 해서 잘 자는 데 큰 도움이 안 되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다.
2) 경제적인 수면요법
운동은 수면제와 같은 약물에 비해 경제적이며, 돈이 아예 들지 않는 운동도 많다. 또한 어디서나 장비 없이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가장 비용이 적당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명한 전문 트레이너와 최고급 시설을 갖춘 곳에서 치료 겸 운동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가족과 함께 플랭크를 하는 것은 세상에 몇 없다는 진정한 공짜다. 이처럼 매우 경제적인 맨손 운동은 비싼 장비를 사용하는 운동에 비해 순간적으로 큰 힘을 쓸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 또한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하루 단 10분씩만 운동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은 불면증 치료를 위한 병원을 예약할 필요 없고, 병원에서 하염없이 대기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시간 낭비도 적다. 하루 중 아무 때나 가장 운동하기 좋을 때,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팔굽혀 펴기를 하는데 아침에 하면 어떻고 저녁에 하면 어떤가? 하기만 하면 언제 하더라도 효과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3) 지속가능하면서 신속한 수면효과
수면제와 달리 운동은 효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다. 단지 잠들게 도와줄 뿐 아니라 불면증의 근본 원인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약물치료는 당장 잠들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불면증이 생기는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약물치료를 잘 받아서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때뿐이다. 오히려 약물에 내성이 생기고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등의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운동효과는 바로 그날 밤에 나오기 시작한다. 운동 후엔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수면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 나오는 등 그날 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시작한 날부터 효과를 느낄 수 있다.
4) 일석이조의 효과
운동은 불면증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 잠도 잘 자고 다양한 부가적인 효과를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다. 운동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 지긋지긋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 강한 몸을 만들어준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말 그대로 부작용 없는 만병통치약이다. 운동을 하면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 질환, 당뇨병, 대사 증후군 등에 걸릴 위험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즉 운동은 몸 전체의 생리적인 변화를 통해 경이로운 효과를 일으켜 고혈압을 차단하는 베타 차단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고지혈증 약, 인슐린을 조절하는 당뇨병 약, 골다공증 치료제를 모두 합친 기적의 약물과 같으며 우울증에도 특효약이다.
5) 즐거운 치료법
쾌락 추구는 항상 그만큼 대가나 희생을 동반한다. 하지만 운동은 예외다. 운동을 해서 얻는 육체적 쾌락을 좇다 보면 몸에 좋지 않은 것과 멀어진다. 운동으로 쾌락을 느끼려면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신체활동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다. 신체활동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는 비용도 투자도 아닌 그 자체로 성과다. 동기가 쾌락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현대인에게 신체활동은 아무리 많아도 과하지 않다. 운동은 몸에 좋고 재미도 있는 찾아보기 힘든 치료법이다. 치료를 위해 운동하다가 재미를 느끼는 것도, 재미 삼아 운동하다가 몸이 건강해지는 것도 다 좋다. 치료를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거라면, 재미있어 보이는 운동을 골라서 하면 된다. 운동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병을 고치려고 참고 운동하다가 보면 대부분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재미로 운동하다 보면 잠도 잘 자고 몸도 좋아지니 즐거움이 즐거움을 부르는 셈이다.
잘 자려면 운동을 얼마나 많이 해야 할까?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위생(sleep hygiene)의 핵심 요소다. 수면위생은 건강한 수면을 증진하기 위한 생활방식과 습관을 말하며 본래 불면증 치료를 위한 행동 및 환경적 처방으로 개발되었다. 수면위생 개선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알아두면 좋을 요령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실행하기만 하면 효과가 보장되는 운동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운동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운동을 평소 안 하던 사람이 말이다. <우리 몸의 연대기>의 대니얼 리버만(Daniel Lieberman)에 따르면 운동하기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즉, 우리 몸이 운동을 피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렵·채집활동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고 불필요한 움직임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가장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추위, 맹수 등 각종 위협에 시달려 피곤한 수렵채집인에게 추가로 힘을 쓰는 일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였을 것이다. 수렵채집인이 활동량이 많은 이유는 살기 위해서이지 원해서가 아니다. 수렵채집인의 관점에서 보면 운동은 혜택이 없는 그저 힘든 행동일 뿐이다.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쓰는 것을 하기 싫어하고 피하려 하는 것이 본능인 것은 수렵채집인이나 현대인이나 마찬가지이다. 차이가 있다면, 수렵채집인은 부지런히 몸을 놀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겐 움직이기 싫어하는 본능만 남았다.
운동은 본능적으로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다. 잠을 못 자는 것만큼이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힘들게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운동은 최소 30분 이상, 일주일에 3번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 국민의 건강상식도 부담을 준다. 잠 못 드는 사람은 그런 시간이 없다. 규칙적으로 낼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없다. 늘 시간에 쫓기는 이들에게 30분도 넘는 시간을 내서 매일 운동하라고 하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에 비해 수면제를 삼키는 것은 얼마나 빠르고 간단한가?
신기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과학적 운동지식은 오류가 있다. 우선, 운동하려면 최소한 30분 이상 시간을 따로 빼놓을 수 있어야만 한다고 부담을 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남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30분이 넘는 운동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만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30분 운동원칙은 운동시간이 30분 넘을 때부터 몸에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원리를 근거로 한다. 그러나 체중조절에서 30분 운동은 절대적인 원칙이 아니다. 잠시라도 운동을 하면 칼로리를 평소보다 더 많이 소모할 수 있다. 꼭 30분 이상 운동을 하며 지방을 태워야만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 총칼로리 소비량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운동이라면 단 10분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60kg인 사람이 생명 유지를 위해 10분에 10kcal를 소모하는데, 자전거를 10분만 타도 100kcal를 소모할 수 있다. 90kcal만큼 더 소모하는 것이 체중을 줄이는 데 왜 도움이 안 되겠는가? 30분 이상 운동해야 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는 것은 운동시간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소리일 뿐이다. 운동효과와 살 빼기는 동의어가 아니다. 운동한 지 30분이 되지 않으면 단지 운동 중에 지방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운동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지방 제거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한 운동은 단 3분이면 된다. 따라서 하기 싫은 운동을 30분 넘게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 너무 바빠서 한가해질 때까지 운동을 미루고 있는 사람 등이 이제 고민하지 않으면 좋겠다. 운동시간 30분이 되지 않아서 당장 지방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근육이 생기고 통증도 줄며 잠도 잘 올 테니 시간이 되는대로 하고 싶은 만큼만 운동하자. 일단 해보자. 퇴근 후 씻기 전에, 팔굽혀 펴기 10개만 한번 속는 셈 치고 해보자.
운동은 걱정할 만한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 시간, 공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안 해볼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인지, ‘괜히 운동해서 힘만 뺐네.’하며 운동한 걸 후회하거나 추천자를 원망하는 사람을 본 적은 많이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밑져야 본전인데, 일단 한번 해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잠을 잘 자기 위한 운동시간은 3분이면 된다고 기억하길 바란다. 30분 이상 운동해야 과학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지, 그보다 짧게 한다고 효과가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운동을 처음 하는 것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고 나면 일부러 30분을 목표로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낄 것이다. 3분이나 30분이나 운동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30분 안에 운동을 마치는 게 오히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하루 3분만 하겠다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아무 운동이나 한번 시작해보자.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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