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원가"는 도대체 왜 따지나

 

아파트 ‘원가’는 알고 싶지 않다

 

   기자가 쓴 기사의 ‘실질 원가’는 얼마일까? 4원 50전 정도로 추정한다.

 

기사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도구는 노트북 컴퓨터 정도니, 노트북 소비 전력을 한전 전기요금표에 견주어보면 그만하다. 그렇다고 기자들에게 기사 한 건당 10원을 입금하면서 “원가의 두 배나 쳐줬다”고 하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이달 초 마곡지구 13개 단지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했다. 설명회 자리에서 ‘실질 원가’라는 표현이 유독 눈에 띄었다. 서울 시내 25평형 아파트 실질 원가가 1억5000만원 수준이란다. 그러니 영업이익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는 2억원 미만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SH공사 사장은 공언했다. 현재 마곡동에서 같은 평형 아파트가 8억~9억원 정도에 거래되니 ‘서울시 만세’를 외칠 일이다.

 

그런데 가만. 계산법이 독특하다. SH공사는 아파트 원가를 건물 값과 땅으로 구성했다. 그 밖에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없다는 뜻이다. 사실 재화나 서비스에 ‘원가’를 따지는 발상 자체가 의아하지만, 아파트 가격 구성에는 과연 건물과 땅밖에 없는 것일까? 이 또한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 것이다. 기사의 원가를 4원 50전이라 정하는 셈법과 비슷하니까.

 

원가 앞에 ‘실질’이란 수식을 붙이면 더 어색해진다.

 

원가면 원가지 어떤 원가가 실질 원가라면, 그보다 높은 가격은 허구, 가짜, 거품, 혹은 사기란 말인가. 체 ‘분양 원가’라는 것을 공개하는 이유조차 모르겠다. 원가를 공개해 그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건설사에 모욕이라도 주겠다는 뜻일까.

 

땅집고

 

그러면 가격은 저절로 내려갈까? 그러한 ‘원가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이 있긴 하다.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 원가와 이윤을 공개하고 “저희는 이것만 남기겠습니다”라는 식으로 한정 수량을 판매하는 업체가 있긴 하지만 그건 등산화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평생 살 집을 원가가 정직(?)하다는 이유로 선택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봉달호 편의점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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