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저장강박증] 핸드폰 ‘사진’ 못 지우는 것도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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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눈 감고 지우면 다음부턴 쉬워

클라우드에 옮기면 더 쉬워

(편집자주)

 

  사진 지우면 추억 다 증발한다 생각 평소 우울·불안 높은 사람에게 흔해 업무 지연 등 일상생활 지장 초래도

 

사진첩에 있는 사진 지우기 아까우시다고요? 저장용량을 계속 늘리고 USB에 따로 담아서까지 파일과 사진을 저장하고 계신가요? 이에 해당할 경우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사진과 파일, SNS 대화내용 등의 데이터 자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장해두는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디지털 저장강박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어 최근 들어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질환인데요. 생소하지만 누구나 ‘나도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아닐까’하고 생각이 들 수 있는 이 질환, 발생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봤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 핸드폰 ‘사진’ 못 지우는 것도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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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삭제하면 추억 없어진다 생각

정서적 요인은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유발합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는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디지털 데이터 등을 지움으로써 가치가 지워진다고 느끼고, 언젠가 그 데이터를 다시 사용할 것이라 생각해 지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사진을 지우면 그때 느꼈던 감정, 추억, 기억 등이 다 증발해버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손쉽게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이유도 디지털 저장강박증의 발생 원인입니다. 사진 용량을 늘리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아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사진을 지우기보단 용량을 늘리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또한, 평소 불안함과 우울한 감정의 수준이 높다면 디지털 저장강박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다고 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까지 생긴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 업무 등 일상생활에도 영향 줘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회사와 학교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업무가치가 없는 문서 등을 빠르게 판단하고 분류 및 삭제하지 못해 업무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유소영 교수는 “디지털 데이터를 잘 지우지 못하고 사진을 저장한 것을 분류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들의 경우 디지털 저장강박으로 인해 회사 업무 등 본인이 원래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수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실제 집 안에 쓰레기가 가득한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저장강박증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저장강박증 증세도 보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저장강박증의 일종입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저장강박증은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물건을 모으고, 모으지 못하면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질환인데요. 심한 경우 물건을 버리려 할 때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 저장강박증은 노인층이 젊은 층보다 3배가량 많은 질환입니다. 반면 디지털저장강박증에 취약한 연령대는 디지털 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층입니다.

 

 

 

저장강박증에 비해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겪는 환자는 그 증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장강박증 환자는 특정 장소에 물건을 끊임없이 쌓아둬 집 구성원과 옆집 등 주변 사람에까지 피해를 줍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 환자는 저장하는 데 있어 눈에 보이는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그 피해가 눈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 핸드폰 ‘사진’ 못 지우는 것도 병
그래픽=헬스조선DB

 

 

과감하게 데이터 버리는 연습 해야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아직 의학적인 진단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만든 디지털 저장강박증 설문지 등을 통해 증상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삭제할 때 느끼는 정서적인 어려움 및 스트레스, 불안 증상을 겪는 정도가 크다면 대체로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용량이 꽉 차 데이터를 지워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에 쓸 수 있을지 몰라, 이걸 버리면 큰일 날지 몰라’ 등의 생각으로 데이터를 지우지 못하는데, 이 경우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한편, 단순히 지우기 귀찮아서 삭제하고 있지 않은 것은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아닙니다. 지우는 행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언제든지 마음먹고 데이터를 지울 수 있다면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저장강박을 없애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소영 교수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연습인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며 “인지행동치료는 쓸모없는 사진이나 문서라고 생각되는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습이다”고 말했습니다.

강수연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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