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받는 노인과 못 받는 노인..."삶도 죽음도 엄연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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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격차 뚜렷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층은 연금을 받지 않는 경우보다 사망률이 약 25%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금개혁 쟁점 중 하나인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와 은퇴 연령 조정에 시사점을 던지는 분석이다.
6일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 ‘고령노동과 노후소득보장수준이 빈곤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60~70대를 일을 하지 않거나 은퇴한 집단, 일을 하고 있는 집단으로 나눠봤을 때, 일을 하고 있는 집단은 일을 하지 않거나 은퇴한 집단보다 사망률이 37~50% 낮았다. 특히 공적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두 집단에서 일관되게 사망률이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은퇴 연령과 노후소득 수준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공적연금 수령 여부를 변수로 설정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한국노동패널조사는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5000가구 구성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경제활동, 소비, 교육, 사회생활 등을 추적해 낸 통계다. 이 중 사망 정보가 담긴 2003년 이후를 2000년대(2003~2010년), 2010년대(2011~2018년)로 나눠 각 시기별로 60대(60~67세)와 70대(68~75세)를 분석했다. 이 기간 공적연금 수급률은 60대 14.9→24.3%, 70대 8.9→16.9%로 증가했다. 공적연금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을 말한다.
이 같은 연구를 한 배경엔 연금개혁의 주요 쟁점이 있다. 연금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를 늦추는 것이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영국·독일 등 몇몇 국가가 이 같은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은퇴 연령이 함께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 또한 유사한 방향의 개혁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학력 등 사회경제적 계층이 비교적 높을수록 나이가 들어서도 노동을 더 오래 할 수 있거나, 젊은 시절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한 이력 덕분에 공적연금 수급권을 더 많이 갖는 현상이 있다는 점이다. 노동 여부, 공적연금 수급 여부가 사망률과 관계가 있다면 노후 삶의 격차는 죽음의 격차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공적연금 수급자와 비수급자 간의 사망률 격차는 향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지위가 더 나은 계층이 더 오래 살면서 공적연금도 더 오래, 더 많이 받게 된다. 공적연금 내에서도 소득재분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이 2009~2011년과 2018~2020년 국민연금DB를 활용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사망률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 혜택을 보다 많이 본 60대(62~69세) 사망률이 35.6% 감소해 70대 사망률 감소 폭 29.9%보다 컸다. 특히 60대 내에서 사망률 감소 폭은 저소득층 43.7%, 중간소득층 35.3%, 고소득층 25.7% 등 소득이 낮을수록 사망률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적어도 국민연금 수급자 내에서 소득계층별 사망률 격차는 감소 추세를 보인 셈이다.
연구진은 “(국가 전체 노동력 규모 유지, 연금 재정 압박 해소를 위해) 지연된 은퇴를 장려하는 정책 수단과 정책 유인도 중요하지만, 조기은퇴하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소득보장 조치 또한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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