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특허소송대리, 변호사가 왜 반대해? [고영회]


 

 


변리사 특허소송대리, 변호사가 왜 반대해?
2022.06.02

<딱한 법과 현실>


지난 2022년 5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변리사에게 변호사와 같이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하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제법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이 법안은 5월 4일 산자위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5월 9일 산자위 전체 회의에 올랐지만, 최재형 의원을 비롯하여 일부 의원이 반대하여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감사원장을 지냈고 판사출신으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최재형 의원이 강력 반대한 것은 의미심장했습니다. 그 뒤 5월 12일 다시 올라 산자위를 통과했고 법사위로 넘어갔습니다.

변리사법은 1961년 제정됐습니다. 제정 당시부터 변리사법 2조(변리사는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한다.)와 8조(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에서 변리사가 특허 사건에서 소송을 대리할 수 있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60여 년을 특허침해 관련 소송에서 변리사가 법정에 서지 못하도록 막아왔습니다.

법 전문가라 하는 변호사 단체, 법무부, 대법원, 헌법재판소까지 합세하여 횡포를 부려왔습니다. 법을 다르는 판사는 변리사법에 분명하게 규정된 조문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행정법원 판사는 변리사법 규정을 확인하고, 변리사에게 행정법원에서 소송대리인 지위를 인정한 판결을 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팔을 자른 변리사법 개정안>

우리나라는 국제특허 출원 분야에서 세계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앞에는 중국, 미국, 일본만 있습니다. 기술 강국이라는 도이칠란트도 우리 뒤에 있습니다. 이미 2007년에 국제 특허기술을 공개하는 글자로 한글이 들어갔습니다. 특허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국제사회에서 위상은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면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국내 사정을 돌아보면 기술개발이 활발한 만큼 기술 보호 수준이 따라주어야 합니다. 기술 보호 수단에서 재판이 참 중요합니다. 권리를 침해당한 기업은 참 절실합니다. 특허기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여 침해자를 막아내야 하는데, 지식재산 전문가인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이 막혀있습니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를 기업 경영자에게 여론을 조사하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변리사는 변호사와 같이 법정에 나가야 하고, 변리사는 소송실무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현행 변리사법 규정을 고려할 때, 참 굴욕스러운 조건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변리사가 참여하여 기업의 어려움을 풀어야 한다는 현실이 작용했습니다.

<변호사가 왜 반대해?>

변호사 단체, 법무부, 대법원 같은 법률계는 소송대리체계가 무너진다, 변리사는 소송대리 능력이 없다. 소송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느니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반대합니다. 일일이 반박하지 않지만 그것들은 반대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하는 바닥에 깔린 이유는 첫째, 특허소송을 변리사에게 뺏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일 것이고, 둘째는 소송대리인으로 변리사가 법정에 서는 것을 보기 싫다는 것일 겁니다. 현재 개정안을 보면 변호사 없이는 변리사 혼자서 특허소송을 대리할 수 없으니 변호사 지위는 절대적입니다. 변리사는 변호사가 있을 때, 같이 갈 수 있을 뿐입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권리구제를 받아야 함에도 소송에서 변리사 도움을 얻기 어려웠던 사건들이 법정에 나오게 될 것입니다. 변호사가 특허소송을 맡을 일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변호사의 일거리가 늘어납니다. 현재 변리사를 보유한 대규모 법인이 사건을 독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견, 중소 규모 법률사무소가 특허침해소송을 취급하기 쉬워집니다. 변호사가 밥그릇을 걱정하여 반대하면 번지를 잘못 짚었습니다.

 

 



<법사위는 국회법이 정한 심사 범위와 기간을 지켜라>

법사위는 예전부터 상임위원회에게 상왕이냐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다른 직역이 변호사 업역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법안은 행정부에서 법무부와 법제처, 국회에서는 각 상임위에 있는 변호사 출신 의원, 그리고 국회 본회 입구는 법사위가 버티고 있으니 국회를 넘기 어렵습니다. 그중에서 법사위가 심사를 핑계로 심사를 늦추면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는 법안이 많았습니다. 2021년 8월 법사위 권한을 줄이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이제 법사위는 ‘법안 심사 범위를 체계·자구 심사로만 한정하고, 심사기간은 120일에서 60일로 단축됐고,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에는 소관 위원장은 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사위 권한이 많이 줄었습니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법으로 명문 규정이 있음에도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제한한 것은 법과 상식을 벗어난 짓이었습니다. 법과 상식을 벗어나면 그 피해는 사회 약자, 특허 분야에서는 ‘중소기업과 발명자’가 피해를 당합니다.

우리 지식재산제도는 이미 1961년에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제도로 만들어 두었음에도 현실에서는 직역 다툼의 희생양이 되었고, 세계 추세와 뒤쳐졌습니다. 이제 얼른 세계 수준을 따라가야 합니다. 국제 특허 4위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회복해야 합니다. 새로 임명된 이인실 특허청장도 취임사에서 변리사 공동소송대리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발명자와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제대로 구제받는 세상이 곧 올 것이란 기대를 갖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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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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