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임대차 패러다임
전세가 좋았는데
월세 비중, 사상 첫 전세 추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 제도가 있는 나라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주거 비용이 폭등하지 않는 이유는 전세가 어느 정도 방파제 역할을 한 덕택이다. 하지만 전세가 계속 주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수도권 주택 임대 시장이 미국 대도시처럼 고가의 월세를 내는 구조로 급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집값·전셋값 급등 작년부터 달라져
임대차 3법도 한몫.. 전세 효과 무위
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택임대료지수’(Rent Price Index·월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104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각국의 2015년 주택 임대료를 100으로 보고 연도별로 등락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의 경우는 5년간 4포인트 정도 오른 셈이다. OECD 37개 회원국 평균이 2020년 기준 113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상승세가 낮은 축에 속한다. 한국보다 상승세가 낮은 국가는 일본과 그리스를 포함해 7개국밖에 없다.
반면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주택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랐다. 터키 주택 임대료 상승 폭이 가장 극적이다. 2020년 기준 157로 5년 사이 57포인트가 급등했다. 2015년 월세가 100만원이었다면 2020년에는 157만원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미국도 상승 폭이 큰 축에 속한다. 미국의 2020년 주택임대료지수는 119로 5년 전보다 19포인트나 올랐다.
유럽과 북미의 임대료 상승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풀린 유동성 탓이다. 각국이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추면서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간 돈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임대료도 덩달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인 전세 덕분에 이런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소비자들이 전세를 선호하다 보니 비슷한 상황에서도 월세 상승 압박이 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집값과 함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임차인 부담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해 세금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전세 계약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늘린 점도 집주인이 전세를 피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난 4월 월세 비중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추월해 가파르게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월세 비중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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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세 제도
월세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주택임대 시장은 어떤 구조일까. 미국 사례를 들여다 보는 것은 한국사람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어쩌면 한국 주택시장의 미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의 주택 임대시장은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면 매달 일정한 수익금이 나오는 구조다. 일반 금융상품과 유사하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미국 워싱턴DC 주변에서 1년 동안 내야하는 월세 총액은 대개 집값의 4.0~5.0% 수준이다. 100만 달러(한화 11억원) 짜리 집에 살려면 월세로 매달 3333~4166달러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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