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서울 집 값도 이젠 내리막길? ㅣ 나는 리모델링 아냐 나는 재건축...1기 신도시 둘로 갈라졌다

 

"서울 불패는 옛말?"

서울 미분양 1년 새 5배 됐다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의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말부터 이어져 온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여파로 서울 미분양 물량이 1년새 5배가 됐다. 과거엔 소형평형 중심으로 미분양이 진행됐다면 최근엔 중·대형 평형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서울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360가구로, 지난 3월 서울 미분양 주택 물량(180가구)의 2배가 됐다. 작년 4월 서울 미분양 물량이 76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증가율은 약 5배에 달한다.

 

어쩌나! 서울 집 값도 이젠 내리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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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점은 소형 평형에 집중됐던 서울 미분양 물량이 중·대형 평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미분양된 주택은 평형별로 ▲전용 40㎡이하 132가구▲전용 40~60㎡ 149가구 ▲전용 60~85㎡ 79가구 등이다. 지난해 4월에는 전체 미분양 물량의 98.6%가 전용 60㎡ 이하에서 나왔다. 당시만 해도 소형 평형에 대한 기피현상 정도로 평가됐지만 상황이 다소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북구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지난달 서울 강북구의 미분양 주택은 195가구로 서울 전체 미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이외 ▲동대문구(98가구) ▲강동구(36가구) ▲구로구(29가구) 순으로 미분양 물량이 많았다.

 

 

 

서울 미분양 물량 증가를 이끈 것은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다. 강북종합시장 재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후분양 아파트인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총 216가구 규모인데, 공급물량의 90% 달하는 물량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앞서 지난 3월 이뤄진 칸타빌 수유팰리스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는 총 145가구 모집에 116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서울에서 1순위 해당지역 미달 아파트가 나온 것은 2020년 9월 이후 1년6개월 만인데, 청약을 접수한 사람마저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했다.

 

구로구는 지난 3월 청약을 시작한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에서 미계약 가구가 28가구 발생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늘었다. 전달 구로의 미분양 물량은 1가구에 불과했다.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95가구도 미분양 물량 증가를 이끌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미분양이 급증한 원인으로 고분양가를 꼽는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최고 9억2000만원 대에 달한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매수심리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수요자들을 끌어모으지 못한 것이다.

 

지난 달 준공 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40가구로 나타났다. 강동구 길동 ‘경지아리움(32가구)’, 강동구 천호동 ‘현진리버파크(4가구)’, 구로구 오류동 ‘다원리치타운(1가구)’, 광진구 자양동 ‘자영호반써밋(3가구)’ 등이다. 지난 2018년 입주한 현진리버파크 미분양 물량이 일부 해소되면서 전달(45가구)에 비해 악성 미분양 주택이 소폭 감소했다.

 

 

서울 미분양 주택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지방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지난달 서울 외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소폭 감소했다. 대전은 지난달 463가구가 미분양돼 전달(469가구)보다 6가구 줄었고, 울산의 미분양 주택은 전달(396가구)보다 8.6% 줄어든 361가구로 집계됐다.

 

다만 이와 같은 분위기가 서울 집값을 하락 안정화하는 데 기여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요 감소를 일부 나타낼 뿐이라는 뜻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분양 주택의 경우 가격 진입장벽이 높아 대출규제의 영향을 받는 실수요자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거 통계를 보면 미분양 주택이 1500~1600가구를 넘어설 때 주택 가격이 조정되는데, 미분양 주택이 증가세라고 해도 현재 물량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과거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이 미분양 주택 해소와 주택 공급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했는데, 이전 정부에서 폐지되면서 미분양 주택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소형 평형에 한정해서라도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시키면 주택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조선비즈

 


 

리모델링 vs 재건축..1기 입주민이 '둘로 갈렸다'

 

尹정부 핵심공약 뜨면서 논란 점화

"시공사 정했는데 무슨 재건축"

 

     “얼마 전 단지 앞에 리모델링사업을 취소하고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렸어요. 나중에 보니 친한 단지 내 주민 중 상당수가 재건축모임에 이미 가입했더라구요. 그전에도 다른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최근에는 단지 자체가 반으로 갈라져 싸우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최근 리모델링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 초원6단지 주민인 A 씨는 요즘 이웃을 만나더라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말을 돌리기 바쁘다고 말했다. 잘못 얘기했다가 웃으며 인사하던 이웃 사이에 싸움이 붙은 적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땐 다른 단지에 밀려"

규제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바람

안양 평촌 정비방식 옥신각신

 

나는 리모델링 아냐 나는 재건축...1기 신도시 둘로 갈라졌다

(1기신도시 재정비가 지방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부각되면서 1기 신도시 현장이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갈림길에 섰다. 두 정비사업을 지지하는 세력이 맞서며 갈등까지 불거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리모델링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과 재건축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 안양시 평촌 초원한양아파트 입구의 모습. 유오상 기자)

 

그는 “리모델링을 하자는 사람은 이제 시공사까지 정하는 마당에 무슨 재건축이냐는 반응이고, 재건축을 원하는 사람들은 리모델링을 하면 다른 단지에 뒤처질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며 “단지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만 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며 1기 신도시의 정비사업이 경기도의 핵심 공약으로 부각되면서 1기 신도시 현장이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갈림길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실제 1기 신도시는 6·1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태로,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24일 경기도 군포를 찾아 1기 신도시 등 재정비사업 지원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별법 제정까지 언급되며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자 이미 리모델링사업이 추진된 단지에서까지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1기 신도시인 경기 안양 평촌의 경우, 일찌감치 리모델링사업이 진행된 단지 사이에서 두 정비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 지난 18일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진행한 한 조합 측은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서는 등 리모델링사업이 이미 상당히 추진된 상황”이라며 “이미 용적률이 200%가 넘는 단지로, 재건축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데에 주민이 대부분 동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모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한 상황에서 리모델링만 고집해서는 다른 단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수익성 역시 용적률 규제 완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사정은 다른 단지도 비슷하다. 평촌의 한 공인 대표는 “한양아파트는 최근에 재건축을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졌다”며 “바로 옆 세경아파트 역시 리모델링조합이 이미 설립된 상황에서 최근 재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일부가 매물을 내놓는 등 단지가 시끄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대신 아예 본격적인 재건축사업을 시작한 단지도 있다. 목련단지의 경우, 최근 통합재건축준비위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재건축사업에 나섰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정비 방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해까지 뜨겁게 달아오르던 매매시장도 차갑게 식고 있다. 이미 리모델링사업을 오래전부터 추진하며 주요 단지마다 매매 시세가 크게 올랐는데 최근 잡음이 커지며 매물이 줄고 거래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평촌의 B공인 대표는 “리모델링 추진단지 중 한 곳인 세경아파트는 지난해 전용 49㎡가 7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그 이후 매수자들이 문의를 하면서도 비싸다며 실제 구매는 주저하고 있다”며 “일부 집주인이 가격을 낮춰 6억8000만원대 매물도 있지만 최근에도 매수를 문의하러 온 사람이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며 발길을 되돌렸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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