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임대차법] 어쩌나!...임대차법 시행 뒤 월세 폭등 ㅣ '지역별 차등제' 검토
1년간 2만원 올랐던 서울 월세,
임대차법 시행 뒤 5배 더 올랐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 시행을 전후로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전 1년 이상 꿈쩍 않던 월세 가격은 임대차법으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자 그 여파에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13일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에 이어 110.7로 집계됐다.
기준선 머물렀던 월세 지수, 시행 1년 뒤엔 100.3→106.4로 훌쩍
월세 비중도 28%→37%로 상승.."당분간 월세화·가격 상승 계속"
KB부동산 아파트 월세 지수는 2019년 1월을 기준(100)으로 전용면적 95.8㎡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 가격 변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2~3월 수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월세 지수는 지난 2019년 1월과 2020년 1월엔 100.0으로 기준선에 멈춰있었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작된 2020년 7월 100.3에서 이듬해 7월에는 106.4로 훌쩍 뛰었고, 지난 2월까지 매달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지수가 아닌 가격으로 살펴봐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전인 2019년 1월 109만6000원이었던 서울 평균 월세는 1년 뒤 111만4000원으로 약 2만원 올랐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뒤에는 2020년 7월 111만8000원에서 이듬해 7월엔 121만4000원으로 약 10만원 올랐다.
올해 1월 하락 전환한 전셋값과 달리 월세 가격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금리가 치솟은 점도 월세화를 거들었다. 대폭 오른 보유세를 월세로 충당하고자 하는 집주인들도 늘었다.
그 결과 2018년 28.6%(4만8296건), 2019년 28%(5만1049건)에 불과했던 서울 월세 비중은 2020년 31.1%(6만946건)에서 2021년 37.6%(7만3869건)까지 확대됐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이어지면 올해는 4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월세 심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8월 임대차법 2년 만료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다. 이들 물량이 신규 계약되며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 월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분위기다 보니 전세로 유턴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갱신 계약 만료로 인한 전셋값 급등과 이사철 신규 수요가 맞물리면 전세가격이 고공 행진하며 월세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seunghee@news1.kr
'임대차3법 폐지론' 원희룡이 폐기했다
'지역별 차등제' 검토
임대차3법이 시행 2년만에 존폐기로에 섰다. 폐지론자들은 오는 8월 '전세대란 재발'을 경고하고 있지만 존치론자들은 '기우'라며 맞서고 있다. 섣부른 폐지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래도 수술은 필요하다. 임대차법이 보완해야 할 부분들과 대안을 짚어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임대차3법 폐지론을 꺼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절대 다수의 세입자와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인수위의 '임대차법 폐지' 카드를 제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안으로는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대상과 범위를 지역별, 주택별로 차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수위 임대차3법 폐지론, 원희룡 후보자가 사실상 '폐기'..새 정부서 임대차3법 보완으로 급물살
원희룡 후보자는 지난 11일 장관 내정후 정부과천청사로 첫 출근하는 자리에서 인수위의 '임대차3법 폐지 검토'와 관련해 "인수위가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 견해가 새 정부의 임대차3법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원 후보자는 도리어 "임대차 3법이 주거 약자인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가격이나 기간, 정보의 격차 등에 있어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호장치를 주기 위한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임대차3법 폐지 '카드'를 언급한 인수위 심교언 부동산TF(태스크포스) 팀장(건국대 교수)의 시각과는 온도차가 크다. 심 교수는 지난달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임대차3법을 "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원 후보자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에 더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원 후보자가 인수위가 검토 중인 임대차3법 폐지 '카드'를 사실상 폐기했다고 볼 수 있다.
임대차3법 지역별 차등제 도입된다..무조건 '5% 전월세 상한제'→지역 물가·경제상황 따라 차등적용
임대차3법을 폐지하지 않고 개선한다면 '지역별 차등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 대안으로 거론돼 온 방안으로 원 후보자도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그는 '월세전환율'을 사례로 들면서 "지역적인 차이 또는 임대차의 수요와 공급에 국지적이고 지역적인 특성, 이런 것들이 무시되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됐다"며 "그때 놓친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환산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현행 임대차3법상 갱신시에는 전월세 전환율을 2%+기준금리(1.25%)의 산식에 따라 전국 모든 주택에 3.25%를 일괄적용 중이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꿀때 무조건 연 325만원(월27만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규계약 기준으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 4.7%, 경북 8.1%, 제주 5.6% 등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원 후보자 지적처럼 지역 경제 상황과 전세주택의 수요·공급에 따라 전환율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제 도입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 중인 전월세 상한제 5%도 달라진다. 현재는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이를 지역별 소비자물가지수와 경제 상황을 반영해 상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차3법 적용 대상 주택도 지역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경우 모든 상가가 대상이 아니라 지역별로 정해 놓은 보증금 상한 이하의 임대차에만 적용 중이다. 이를 임대차3법에 차용한다면 '서울 30억원 고가전세' 등은 임대차법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 특성, 주택의 특성, 주택의 상태, 건축 연도, 임대료 수준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앞으로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임대차3법 개선 과정에서 집주인의 실거주로 세입자의 갱신권이 무력화 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김경희 명지대 박사는 '주택 임대차3법 문제점과 대안탐색 ' 논문에서 "(실거주 이유로)집주인 거부권을 정당 사유의 하나로 무조건 인정하는 대신 이에 대한 판단을 법적 절차에 따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효력을 민사상 합의가 아닌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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