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야 나 만원만 줘” ..성악설...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은해야 나 만원만 줘” 연봉 6000 남편은 왜

생전 보낸 카톡 보니

 

   ‘가평 계곡 익사’ 사건 피해자가 생전 살해 용의자인 아내 이은해(31)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메시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잔고가 0원인 통장 내역과 간단한 식사조차 못 하고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앞서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 김창수)는 살인 혐의로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한다고 30일 밝혔다. 조씨는 이씨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인물이다. 두 사람은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이씨 남편인 윤모(당시 39세)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은해야 나 만원만 줘” ..성악설...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씨. 오른쪽은 생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윤씨가 이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 /뉴스1, 인스타그램

 

용의자들의 신상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과거 한 차례 공개된 바 있는 이씨와 윤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부가 공유되고 있다. 2020년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사건이 소개된 이후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왔던 캡처 이미지다. 당시 게시자는 “사건 1년 뒤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주로 윤씨가 금전적인 지원을 부탁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결혼 후 이씨는 윤씨가 신혼집을 마련했음에도 함께 살지 않았고 여러 이유를 들어 별거를 지속했다. 결국 윤씨는 반지하를 전전했으며 부부의 경제권은 이씨가 가졌다. 메시지 속 대화는 윤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절 오간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전기가 곧 끊긴대. 3개월 치인데 3만8000원이야. 나 아껴 쓴 거야. 전기세 좀 도와주라” “은해야 나 너무 배고파. 안경도 사고 싶고 운동화도 사고 싶고. 라면 살 돈도 없어” “돈 들어오면 신랑 안경하고 운동화 사줘요. 신발이 찢어져서 창피해” “만원만 입금해줘.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랑 생수 사먹게. 돈 빌릴 데가 없어. 진짜야” 등의 말을 했다.

 

“은해야 나 만원만 줘” ..성악설...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윤씨가 생전 이씨에게 보냈던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 통장 잔고 0원이 캡처된 사진도 보냈다. /인스타그램

 

“은해야 나 만원만 줘” ..성악설...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윤씨가 이씨에게 전기세를 내달라고 부탁한 메시지. /인스타그램

 

연신 “미안하다” “바쁠 텐데 전화 안 해도 된다”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안 하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씨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캡처한 잔고가 0원인 통장 내역을 전달하고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씨는 한 기업에서 15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며 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결혼 전 넉넉한 형편이었던 그는 사망 무렵 개인 회생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누나는 국민청원 글을 통해 “15년간 직장 생활을 열심히 했음에도 잔고 하나 없이 동생 앞으로 많은 빚만 남겨졌다”며 “퇴직금마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한 게시자도 “윤씨의 안경이 망가졌는데 (이씨가) 안 사줘서 한 달을 안경 없이 지내다가 결국 친구분이 사줬다더라”며 “친구에게 미안해 가장 저렴한 것(3만원 짜리)으로 샀다고 한다. 그 안경도 이씨와 물놀이를 갔다가 빠져서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은해야 나 만원만 줘” ..성악설...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공개수배된 이씨(왼쪽)와 공범 조현수씨. /뉴스1

 

한편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다이빙을 하게한 뒤 구조하지 않고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3개월 뒤에는 경기도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렸으나 지인이 구조하면서 실패했다.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씨는 남편 사망 후 5개월 뒤 보험회사에 생명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3일 첫 검찰 조사를 마친 뒤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이들의 소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단서를 알고 있다면 인천지검 주임 검사실(032-860-4465∼68, 010-2576-5344)이나 당직실(032-860-4290)로 연락 달라고 당부했다.

문지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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