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곳곳에서 중단되는 건설현장...왜

 

치솟는 원자재, 전국 40여곳 건설현장 멈췄다

골조 공사 업체등 ‘단가 인상’ 요구하며 작업 중단

 

   2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철근 골조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건설사 관계자는 “골조 공사를 맡은 협력 업체가 철근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달라며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며 “공사비가 더 드는 건 물론이고 공사가 얼마나 지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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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골조 공사 등을 맡은 전문 건설업체들이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계약 단가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작업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이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이후 철강·목재·시멘트·석고보드 등 건설 현장에 필요한 자재 대부분의 가격이 폭등해 이들 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면서 그 여파가 현장에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문 건설업체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대규모 공사 지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일 서울 금천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작업이 중지된 골조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이날 원자재 값 상승으로 계약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 40여 현장에서 작업을 중단했다. /박상훈 기자

2일 서울 금천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작업이 중지된 골조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이날 원자재 값 상승으로 계약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 40여 현장에서 작업을 중단했다. /박상훈 기자

 

전국 건설 현장 40여 곳 공사 중단

2일 현재 수도권 19곳 건설 현장을 포함해 부산·대구·울산 등 전국 40여 곳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일부 골조 공사 업체가 작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작년 상반기보다 철근과 각재·합판 가격은 50%, 기타 자재 가격도 40% 정도 올랐다”며 “기존 계약대로 공사를 벌이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약 단가 평균 2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 골조업체 대표는 “건설사가 협상에 나서면 공사를 재개할 수 있지만 인상률을 낮게 부르면 언제라도 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난감한 처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 단가를 20%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작업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체 공사비가 늘어나고, 공기도 지연돼 아파트 입주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의 자재비 인상 여파는 더 확산될 조짐이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시멘트·레미콘 업체들도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유연탄 가격(동북아 기준)은 지난해 3월 79달러에서 올해 2월 190달러 수준까지 2배 이상으로 올랐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산업에서 자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용은 전체의 30% 수준이고, 공정에 따라 50%까지 차지하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철근과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철근과 시멘트, 콘크리트 가격이 급등했다”며 “작년에 계약해 올해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는 비용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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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 과속 부작용까지

각종 건설 자재 가격이 이처럼 폭등하는 데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함께 친환경 정책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철근 가격 인상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철근 가격의 경우 2020년 12월 t당 69만5000원에서 지난해 5월 98만원까지 올랐고, 지난달 25일엔 t당 112만원에 거래됐다. 철근의 주원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 상승이 철근 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철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41만9000원에서 지난 22일 t당 68만5000원으로 올랐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탄소 중립을 위해 쇳물 뽑는 공정을 고로에서 전기로로 대거 전환하면서 고철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고철을 주원료로 쓰는 전기로는 철광석과 무연탄을 쓰는 고로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분의 1 수준이다. 세계적인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일본제철·포스코를 비롯한 대형 철강사들은 최근 들어 전기로 확대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친환경 기술이 언제 상용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정이 급한 철강사들이 전기로 가동률을 계속 높일 전망”이라면서 “철근 가격 인상으로 인한 건설 현장의 잡음이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강한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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