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현장 '셧다운' 임박... 원자재 인건비 급등

 

 

종합건설사, 계약단가 인상 협의 거부

 

   건물 뼈대를 만드는 골조공사 전문 업체들이 2일부터 일부 건설 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한다. 원자재와 인건비 급등에 따른 계약단가 인상 협의를 거부한 종합건설사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셧다운 대상에 삼성물산,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다수 포함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 현장 '셧다운' 임박... 원자재 인건비 급등
지난달 말 기준 가장 높이 올라간 건물 층은 19층으로 최고층(35층)에 아직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사진제공=삼성물산  

 

계약단가 인상 불응 70여개 종합건설사 현장 '셧다운' 임박…철콘協 "요구 불응 건설사 현장 작업 중단할 것"

1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전국 5대 권역 산하 184개 전문건설사는 계약 단가 조정에 불응한 종합건설사 현장을 대상으로 셧다운에 돌입키로 했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종합 건설사에서 골조 공사를 수주받아 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하도급 업체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시공능력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계약단가 조정에 불응하면 현장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연합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30여 개 업체가 회신했다. 10대 건설사 중에선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이 협의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6개사는 아직 구체적인 답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노 서울경기인천연합회 대표는 "공문과 요구 사항에 불응한 건설사의 경우 불가피하게 (3월)2일부터 현장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협상 의사를 밝힌 업체의 현장은 정상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라 기존 계약 단가에서 평균 20%를 인상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은 50%, 기타 잡자재 가격은 40% 가량 올랐다. 작업자 인건비도 형틀 재래식 15%, 알폼 시공 30%, 철근 시공 10% 가량 뛰었다.

 

협회 측 "계약단가 20% 인상안도 최소한의 요구…줄도산 위기"

계약 단가 20% 인상안도 최소한의 요구라는 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김학노 대표는 "현장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출혈 경쟁으로 저가 수주한 사업장은 타격이 막심해서 계약 단가를 20%를 올려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면서 "올해 중에 단가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도산하는 업체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중소 전문건설사 대표 단체인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현장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27일 연합회 소속 협력사와 종합건설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주선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10개 종합건설사가 참석했는데, 10대 대형 건설사 중에선 DL이앤씨 계열사인 DL건설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순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실장은 "계약단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종합건설사 측에서 확실한 의지를 갖고 간담회에 참여한 업체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대형 건설사가 앞장서야 중견·중소 건설사가 움직일텐데 서로 눈치만 보고 의견 차이만 확인한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확산에 더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져 원자재값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건설 현장이 중단하면 중소 전문건설사들도 피해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최종 피해자는 수분양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이라며 "파국을 막기 위해 양측 입장을 최대한 조율토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 아파트 건설 현장 타격 받나…업체 측 "중단 통보 받지 못해

골조공사가 중단되면 아직 건물 외관이 완성되지 않은 공정률 70% 이하 사업장은 공기가 지연될 수 있다. 일례로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는 현재 지상층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인데 지난달 말 기준 가장 진도가 빠른 동이 19층이어서 최고층(35층) 시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GS건설이 강남구 개포동에 짓는 '개포프레지던스자이'도 올해 1월 말 기준 공정률 62%로 골조공사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연합회로부터 공문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GS건설은 공문은 접수했지만 현장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단가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연합회의 엄포와 달리 주요 현장 공사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현장 '셧다운' 임박... 원자재 인건비 급등
GS건설이 강남구 개포동에서 시공 중인 개포프레지던스자이 현장. 올해 1월 말 기준 공정률은 62%다. /사진제공=GS건설

 

업계에선 양측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비 인상 폭은 좀 더 검토할 문제고, 인건비 증액도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적용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협의회 요구를 일괄 수용하는 것보다 각 현장별로 계약을 맺은 하도급 업체와 협의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계약된 현장에서 공사를 보이콧해 공기가 지연되면 하도급 업체에 지체 보상금 귀책 사유가 돌아갈 수 있다"며 "양측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 원만히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주택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상승은 조합과 건설사 수익을 악화시켜 신규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불확실성은 수요 심리를 자극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