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상사인지 모르고 일하는 파격적인 삼성전자....그러나



삼성전자선 계급장 떼고 일한다...누가 승진했는지도 '절대 비밀'

 

인트라넷서 직급·사번 삭제돼
부장인줄 모르고 대리가 호통
고참부장 "부서 협의 불편해"
MZ세대 "업무 자체에 더 집중"

승진자 발표도 올해부터 폐지
존댓말 사용은 불편 지적도

 

    "업무 문제로 다른 부서 직원이랑 전화로 다퉜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장님이었어요. 인트라넷에 직급 표시가 없고 목소리가 젊어서 상급자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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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다니는 30대 직원 A씨는 최근 타 부서 부장급 직원인 B씨와 다투게 됐다. 올해부터 새 인사제도가 시행되면서 인트라넷에 직급과 사번을 포함한 모든 인적사항이 사라져 벌어진 일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계급장을 떼고' B씨와 맞붙은 A씨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직급을 알고 전화를 했던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 인트라넷에 있던 직원들의 직급 정보를 가리고 입사 연도를 알 수 없게 사번도 삭제했다. 그동안 조직도와 함께 직급이 표시됐다면 이제는 각 부서 직원이 가나다 순서로 표시된다. 다음달부터는 개편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달라진 인사평가도 시작된다.

 

2017년 삼성전자는 사내에 수평적인 문화를 심는다는 목적으로 직급을 단순화하고 직원 간 호칭을 '님'과 '프로' 등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인트라넷을 통해 CL(커리어레벨) 등급 검색이 가능해 연공서열을 따지는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김 프로'라고 부르는 반면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이 프로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직급 표기 삭제에 대해 삼성전자 직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참들 사이에서는 직급을 알 수 없으니 연차나 업무 책임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불편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반면 MZ세대 직원들의 의견은 달랐다. 일하는 과정에서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가 작아져 업무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0대 직원 D씨는 "직급 정보는 가려졌지만 최소한 팀 리더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부장이든 대리든 예의를 갖춰서 말한다면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3월 부장·차장·과장 등 간부급 승진자를 공개 발표했지만 올해부터 이 제도도 폐지한다. 승진자가 직접 얘기하지 않으면 승진 사실을 본인과 인사담당자밖에는 모르는 셈이다. 30대 후반 직원 E씨는 "수년이 지나면 서로의 직급도 모르고, 또 중요하지도 않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달부터 상호 존댓말 사용 원칙도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이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너무 지나치다는 얘기도 털어놓았다.

 

D씨는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존댓말을 하는 분위기는 이미 상당 부분 정착된 상황"이라며 "친해지면 말을 놓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까지 존댓말을 사용하라고 강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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