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인 황당한 외교 반복이 두렵다 [신현덕]

 



선거용인 황당한 외교 반복이 두렵다 [신현덕]


선거용인 황당한 외교 반복이 두렵다
2022.02.25

한국과 중화민국(대만) 간의 관계에 긍정적인 작은 변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만과 단교 전과 같은 관계로의 복원은 어렵겠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젊은이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인터넷 비방전까지 전개된 북경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대만과는 웃는 얼굴로 마주 앉았습니다.

우리와 중화민국(대만)이 국제운전면허증을 상호 인정하는 양해각서를 지난 17일에 체결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두 나라가 발급한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 국가에서 운전이 불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발급한 국제운전면허증으로 타이베이에서 렌터카를 빌릴 수 있습니다. 그간 자동차 여행에 익숙한 우리 젊은이들이 렌터카를 이용할 수 없어 대만 방문을 꺼렸습니다만 이번을 계기로 관광 불편의 큰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면적이 대한민국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나라이지만 거리가 가깝고 문화적으로 친근해 아마도 개별 여행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은 이 사실을 공표하면서 우리나라가 김치의 종주국이라는 글도 올렸습니다. 중국이 김치 한복 등 우리 고유의 것을 자기네 것이라 하여 반중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난한 겁니다. 미·중 수교 50년, 한·대만 단교 30년 만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이며 단교할 때 냉정하게 돌아앉던 것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한·대만 간의 외교에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이달 한·미·일 외교장관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해에는 한·미 정상이 회담 후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심기가 사나워졌습니다. 중국은 “대만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으며 대만 문제는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대만과 단교 전 한국과 대만은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습니다. 그 가장 확실한 증표가 대만에서 기념하는 ‘123자유일’입니다. 1993년부터 ‘세계자유일’로 이름을 바꾸기는 했지만 국제적으로는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우리만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언급을 자제했을 만큼 쉬쉬하는 분위기입니다.
‘123자유일’은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원하는 나라로 보낸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6·25 정전 협정 후 포로 교환 때 중공군 포로 약 2만 1,000명 중 1만 4,235명이 중공으로의 송환을 거부한 채 1954년 1월 23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대만의 기륭(基隆)항에 도착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만 4,000여 명은 지금까지 중국에서 대만으로 넘어온 중국인 17만 명과 비교하면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대만은 이날을 ‘123자유일’로 정해 기념했습니다.
123자유일 제정 이후 1961년에는 중공의 공군 조종사가 제주도로 귀순했고, 1983년에는 요란했습니다. 중공군이 인천 쪽으로 귀순할 때 전국에 실제 공습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 온 모든 중공군 귀순자들은 반공포로의 예에 따라 대만으로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만과 단교할 때 노태우 정부는 참 냉정했습니다. 단교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중화민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대만 문화대학 임추산(林秋山) 교수는 국내신문과 인터뷰에서 “새 친구를 사귈 때 옛 친구를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중 수교를 “결과적으로 하나의 중국과 두 개의 한국을 공인했다”며 어리석은 거래였음을 들춰냈습니다. 대만과의 급격하고도 신의 없는 단교를 그는 “노(태우)대통령 임기 내에 북방외교의 마지막 성과를 이루겠다는 의지도 작용했겠지만 민자당 대표권 이양을 앞둔 시점에서 당의 대통령 선거 득표 전략을 위한 중요 카드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고 해석했습니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느 당 후보가 종전선언을 이야기합니다. 득표를 위한 발언이겠지만 도를 넘습니다. 북한의 핵을 그대로 둔 채 종전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모한 발언입니다. 임 교수가 “통일문제만 해도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도와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오히려 그 반대이며 미·일도 같은 견해일 것입니다”라고 한 말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중국은 한국전에 참전할 때 의용군을 보냈다고 말하곤 합니다. 중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전했다는 것이지요. 형식적이기는  합니다만, 잊을 수 없는 우리 국군의 적(敵)인 의용군 사령부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또 다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사령부가 다시 활동을 개시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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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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