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독감보다 위험도 낮아···과도한 공포 가질 필요 없어” 국립중앙의료원장
국내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된 것은 지난해 12월1일. 해외에선 “경증으로 지나간다”는 보고가 잇따랐지만, 국내에서도 같을지 확인이 필요했다. 지난 1월12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진행한 국내 첫 임상 결과가 보고됐다. 초기 오미크론 확진자 40명을 관찰·분석한 결과 “47.5%가 무증상으로 나타났고, 전반적으로 약한 감기 증상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23일 정부가 밝힌 오미크론 치명률은 0.18%로 델타(0.7%)의 4분의 1 수준으로 파악됐다.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경우라면 오미크론 치명률은 0.08%로 계절독감(0.05~0.1%)과 유사하거나 낮게 평가됐다.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앙의료원의 초기 임상 결과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난 주영수 원장은 “중앙의료원 현장 의료진은 오미크론 리스크(위험)가 델타의 4분의 1 수준 그 이하, 계절독감보다도 낮은 수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확진자 규모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주 원장은 1999년부터 한림대 의대 성심병원에서 교수로 일했고 2020년부터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을 지냈다. 지난 1월23일 임명됐다. 주 원장은 취임 한 달이 코로나19 대응과 중앙의료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였다고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감염병병원으로서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상 배정·전원을 총괄하는 공공병원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내놓는 메시지의 무게감이 적지 않다. 신규 확진자 규모는 17만명을 넘어섰으며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도 최대 2500명까지도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난해 12월 병상 부족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까. 여러 우려가 나오지만 주 원장은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주 원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현재 확인된 오미크론 특징이 국립중앙의료원의 초기 임상 결과와 같다고 보나.
“그렇다. 초기 감염자는 젊은층이 위주긴 했다. 최근 현장의 일선 의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환자들의 증상은 경미하고, 3일이면 대부분 사라진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독감보다 치명률이 낮을 것이라고, 그래서 무서워할 상황은 아니지 않겠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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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고령층 오미크론 치명률(60대 0.17%, 70대 1.12%, 80대 4.90%)은 여전히 계절독감보다 높은데.
“고령층의 치명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환자, 입원 환자 상황을 보면 호흡기계가 나빠지거나 폐렴이 생긴 환자는 적고, 다른 요인으로 중환자가 될 수 있는 분들 중에 오미크론 감염이 된 경우가 많다. 고령층의 치명률도 델타 때보다는 낮게 나타난다. 해외보다도 더 낮은 치명률 통계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치명률이 낮은 이유가 있나.
“예방접종이다. 해외 어느 나라보다 예방접종 완료율이 높다. 지난해 12월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돌파감염에 의한 집단감염이 처음 유행을 이끌었고, 이어서 지역사회에서 고령층의 감염이 확산됐다. 두 유행이 겹치면서 올해 1월10일까지 확진자가 많이 나오다가 뚝 떨어졌다. 시차를 두고 중환자도 급증했다. 이때 유행은 백신접종 효과가 떨어진 영향이었다. 그 무렵 부스터샷 접종이 시작됐고 이후로 오미크론 유행이 찾아왔다. 최근에 10만명대 확진자가 나오기까지 한 달여 시간이 지났는데 중환자와 사망자 수가 앞선 유행 때와 규모가 다르다. 중환자의 특징도 다르다. 오미크론 자체가 중증도가 낮지만, 해외보다도 더 낮은 건 예방접종의 효과가 확실하다.”
-오미크론 유행은 언제까지 갈까. 신속항원검사 확대, 재택치료 이원화 등 검사·진료체계 전환은 적절했나.
“한 달 안에는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본다. 검사·진료체계 전환은 가야 할 방향이고, 준비 과정에서 역량 부족은 드러났던 것 같다. 확진자 수에 매몰되지 말고, 중환자·사망자 발생 규모, 치명률 등을 기준으로 보면서 일상적인 의료체계가 더 적극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면 (오미크론)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중증도가 낮아도 확진 규모로 보면 위중증 환자 규모도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이 있다.
“그럴 수 있다. 젊은층은 치명률이 0에 수렴하니까, 사실 고령층의 감염 여부가 중요한 문제다. 고령층 확진을 얼마나 선제적으로 빨리 발견하고 조치를 하느냐에 의료대응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환자 병상은 장비와 인력도 따라와야 한다.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 병상 부족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까.
“지난 12월에 중환자 병상 1500개일 때 1200명의 중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때 현장에서 쉽지 않았지만, 그 정도까지 중환자를 감당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정부가 중환자 병상은 최근 2600여개까지 늘렸다. 만약 확보한 병상 이상 중환자가 발생하면 일반 진료 일부를 다시 멈추고 지난번처럼 (동원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물론 100만명 확진자가 발생하면 (위중증 규모도) 감당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가정으로 사회 전체가 공포를 가지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 확진자 수가 10만명대로 올라선 후 곧바로 폭증하지 않고 며칠 지속됐다. 이건 시민들이 반응을 한 것이다. 시민의식이 방역에 기여하는 부분, 이게 해외와 다른 지점 중 하나다.”
-의료자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확산 억제책은 필요해 보이는데.
“물리적으로,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이제는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방역을 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면 나와 타인을 보호하고, 조금 덜 만나면 전파가 덜 이뤄진다는 생각으로 각자가 조심하면 어느 정도의 방역이 작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시에 중앙의료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코로나19 의료대응체계 컨트롤타워는 행정당국이 중심이 됐고 의료현장이 빠져 있었다. 앞으로는 중앙감염병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6년 목표로 신축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감염병병원을 새로 건립하는데, 시설 장비나 인력 등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취임사에서 ‘공공의료기관 회복 플랜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공공병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감염병전담병원이 되면서 일상적인 진료를 2년 이상 포기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등 인력 이탈이 일어났고, 호흡기 질환 외 다른 진료 기능이 위축됐다. 이걸 회복하는 데 3년은 걸릴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공병원의 리더격으로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의 공공병원을 만들어가도록 길을 닦아야 한다. 공공병원 회복에 정부의 충분한 인력·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김향미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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