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 코로나 방역 정책 결정 '데이터 구축 공개' 소홀...민간기구도 구축했는데" 네이처

 

네이처 칼럼

"종식까지 데이터 확보와 공개 힘쏟아야"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유행의 파고를 넘고 방역 완화를 준비중인 정부들이 방역 정책을 결정하는데 필수인 데이터 구축과 공개에 점차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데이터 구축에 소홀한 동안 아워월드인데이터와 같은 민간기구들이 코로나19 데이터를 모으고 정보를 제공해 왔지만 이제는 각국의 책임있는 데이터 구축과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WHO도 아직 백신 접종률이 부족해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데이터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아워월드인데이터가 22일 공개한 전 세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분포 데이터다. 아워월드인데이터는 각국 정부의 공개 데이터를 이용해 전 세계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있는데 최근 각국 정부의 데이터 공개 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제공

 

에두아르 매튜 아워월드인데이터 데이터총괄은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칼럼을 통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데이터 게시자들은 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끝났다고 선언할 때까지 대중과 연구자에게 투명한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할 필요가 있다”며 “WHO도 이 노력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는 빈곤·질병·기아·기후·변화·전쟁 같은 위험과 불평등 등 대규모 글로벌 문제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를 모아 공개하는 사이트다. 영국 옥스포드대에 기반을 둔 글로벌체인지데이터랩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코로나19 대유행이 2020년 시작된 이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함께 각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 백신 접종률 등을 집계하는 공신력 있는 사이트로 주목받고 있다.

 

매튜 총괄도 코로나19 발발 초기 디지털 서비스 기업을 그만두고 아워월드인데이터에 합류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는 데이터에는 엄청난 불평등이 있다”며 “지난 2년 대부분의 시간을 정부와 보건 당국 공식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파헤치는 데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정부는 여전히 공식 통계를 페이스북 저해상도 사진 혹은 유튜브 기자회견에서 보고한다”며 “중국과 이란 등 일부 국가는 파일을 아예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정부는 임시 계약을 통해 일회성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는 분석이다. 매튜 총괄은 “지난해 코로나19 접종 글로벌 데이터를 구축하기 시작했지만 많은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설상가상으로 대부분 다른 이들이 내려받아 분석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본 데이터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두아르 매튜 아워월드인데이터 데이터총괄(화면)이 10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열린 2021 사이언스 얼라이브 기조강연에서 코로나19 시대 가장 중요한 과학적 소통 원칙으로 투명성을 강조했다. IBS 제공.

 

데이터는 연구자들이 가공하기 쉬운 간단한 텍스트 파일로만 제공해도 충분하나 각국 정부들이 이를 공개하기보다는 보도자료 등을 보기 좋게 만드는 데만 치중한다고 비판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한글파일 보도자료로만 공개해 연구자들이 데이터 추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감염병 데이터 연구자들은 한글파일 속 표에 담긴 데이터를 일일이 복사해 재가공해 왔다.

 

 

 

이러한 비판에 국내 방역당국은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중 확잔자 수와 같은 기본적 데이터를 엑셀파일 형태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세부 데이터는 일부 연구자들에게만 공개할 뿐 오픈 데이터로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매튜 총괄은 “연구자들은 유용한 웹사이트나 모바일 사이트를 만드는 데 열심”이라며 “그러려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식의 원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점차 잦아들며 방역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한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 데이터를 공개하는 기본적 노력도 점차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튜 총괄은 “전 세계에서 현재 30억 명이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못했음에도 부유한 국가들은 접종 권장을 마무리하고 공중보건 조치를 줄이며 데이터 보고 빈도를 줄이고 있다”며 “데이터 수집 역할을 담당하는 정부와 조직이 전염병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매튜 총괄은 국가들이 코로나19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축해 공유하는 데는 WHO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서 자원을 투자하고 민첩성을 갖춰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매튜 총괄은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이스라엘에서 추가 접종을 시작하자마자 지난해 8월 추가접종 데이터를 추가했다”며 “WHO는 여전히 이를 추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두아르 매튜 아워월드인데이터 데이터총괄(화면)이 지난해 12월 10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열린 '2021 사이언스 얼라이브' 기조강연에서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다. IBS 제공.

 

보건 분야에서도 세계은행과 같은 사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은 개발과 경제 분야 관련 20개 주제를 나눠 1500개 이상 데이터를 원자료 그대로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이는 오픈 데이터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매튜 총괄은 “지난 10년간 노력을 기울인 후 세계은행은 최고 신뢰도의 데이터를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한다”며 “WHO도 세계 공중보건 데이터에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WHO가 보건 데이터를 모으면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매튜 총괄의 설명이다. 각국이 확진자와 입원환자 수를 계속 계산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코로나19를 관리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매튜 총괄은 “사망률 데이터는 특히 부족한데 이것 없이는 감염병의 진정한 피해를 알 수 없다”며 “아프리카에서 희귀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매튜 총괄은 이제는 각국이 데이터 구축에 책임을 갖고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당국과 대중은 전염병 지표를 추적하고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 매체나 아워월드인데이터 등 인터넷 사이트에 의존해 왔다”며 “여기에 의존해 온 당국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을 잊고 계속 나아가기를 열망하는 부유한 국가들은 잊혀지는 국가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동아사이언스


 

Daily new confirmed COVID-19 cases per million people

일일 백만 명당 COVID-19 확진자 수

https://ourworldindata.org/coronavirus

 

"증가하고 있는 영국의 코로나 재감염(COVID reinfections)" 네이처

https://conpaper.tistory.com/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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