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시간 씩 할애하는 인내력의 골퍼들

 

아침 6시 출발 저녁 8시 귀가

"완전 파김치"

 

  "골프로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무려 13시간 걸렸어요. 완전 하루를 날리고 파김치가 됐죠.."

 

종종 골프를 함께하는 지인이 토요일 하루를 골프로 다 날려버렸다며 후회했다. 아침 7시 집에서 출발해 저녁 8시에 귀가했다고 말했다.

 

하루 13시간 씩 할애하는 인내력의 골퍼들


 

가평에 소재한 골프장에 가기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나 가방과 백을 챙겨 집을 나섰다. 인근에 사는 동반자를 픽업하기 위해 예상보다 20분 정도 일찍 출발했다.

 

9시 30분 티오프 시간에 앞서 다른 동반자들과 골프장 인근에서 만나 식사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진행이 밀려 18홀을 도는 데에 5시간을 좀 넘겼다.

 

 

 

서울로 오는 귀갓길 교통정체로 2시간가량 걸려 오후 5시에 미리 정해놓은 저녁 장소에 도착했다. 모두 서울로 진입했다고 생각했는지 긴장을 풀고 긴 저녁자리가 이어졌다.

 

차를 몰고 간 사람들은 모두 대리를 불렀다. 밤 늦게 처진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몸이 피곤해 다음날 일요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하고 쉬어야 했다.

 

토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일요일이었다면 월요일 업무에 차질이 뻔하다며 앞으로 골프일정을 간소화하고 싶다고 그는 다짐했다.

 

골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 즐겨야 할 골프가 큰 짐이다. 일정이 무거운 골프 대신 군더더기를 덜어낸 심플한 골프가 좋다.

 

골프에 13시간 쏟고 파김치…"무거운 골프는 싫어요" [라이프&골프]

이를 위해선 카풀도 심플해야 한다. 골프장으로 향하는 동선이 겹치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면 물론 픽업해서 함께 간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곳에 들러 동반자를 태우는 것이라면 번거롭고 시간을 축낸다. 경험상 약속된 정시에 픽업하지 못하고 5~10분 정도 더 걸린다.

 

여러 사람을 픽업하려면 서울 시내에서만 30분 이상 소요돼 아침부터 지친다. 골프를 마치고 귀가 땐 생각보다 지체된다.

 

고속도로나 대도시의 저녁 시간대엔 교통상황을 예측하기 더욱 힘들다. 예전에 서울시내에 진입한 후에 동반자 집에 데려주는 데에만 50분 정도 걸린 적도 있다.

 

 

동반자도 운전자의 귀가 방향 노선에 내려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먼저 말을 꺼내야 매너다. 고교 친구 중 한 명은 다른 사람의 차에 동승할 경우 아예 클럽 수를 줄이고 스몰 백을 이용한다.

 

전철을 타고 운전자 집 인근에서 미리 기다리는가 하면 귀가할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중간에 내린다. 운전자에게 신경을 쓰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카풀 방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본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며 아까운 시간을 길에 버리지 않으려는 의도다.

 

예전에 다른 사람을 픽업해서 골프장에 갔다가 오는 길에 올림픽대로 잠실나들목에서만 2㎞를 빠져나가는 데 50분 정도 소요됐다. 고속도로를 달려온 시간과 같았다.

 

아침 일찍 같은 장소에서 만나 식사하기에도 요즘 부담스럽다. 코로나 시대이기도 하지만 동일 장소에 모이는 자체가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기계처럼 동시에 집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찍 나온 사람은 시간을 더 투자하고 늦게 도착하는 사람은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필드에서 5시간 정도를 함께 보내고 골프를 끝내고도 식사를 함께하기 때문에 굳이 얼굴 마주 보고 하루에 두 끼를 함께하기도 뭐하다.

 

본인 스타일상 거르거나 간단하게 음료나 빵으로 때우는 사람도 있어 아침 식사로 서로를 얽매지 말고 해방시켜 준다. 각자 해결하고 골프장 티오프 20~30분 전에 만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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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또 무겁게 하는 일은 끝나고 벌이는 술자리다. 언젠가 동반자 중에 한 명이 서울에 가서 저녁을 먹자며 음식점을 예약했다.

 

마침 그날 생애 최고 스코어(라베·라이프베스트)를 올려 한턱 쏘겠다고 했다. 대리기사를 불러준다며 2시간 넘게 저녁자리가 이어졌다.

 

 

 

 

밤 늦게 귀가했는데 골프를 끝내고 소요된 시간만 5시간 정도였다. 맘은 고맙지만 하루를 완전히 골프에 쏟아부었다. 무거운 일정이었다.

 

하루 13시간 씩 할애하는 인내력의 골퍼들
티스토리 리치샘 ICT & LIFE edited by kcontents

 

요즘은 가능하면 간소하게 골프 일정을 짠다. 아침 식사는 각자 해결하고 카풀도 가능하면 줄인다. 카풀은 장점도 있지만 나 홀로 운전이야말로 방해받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과 장소이기도 하다.

 

카풀과 식사를 빼고 움직이면 30분~1시간 정도 시간을 절약한다. 골프가 끝난 후에도 식사만 하고 헤어진다. 길어도 1시간 안으로 해결하고 출발한다.

 

 

 

앞으론 라운드 후 식사나 뒤풀이 행사도 아예 없어질지 모른다. 시간 문제도 있고 갈수록 골프비용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심플한 골프가 대세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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