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작년만 7000억 피해 전문건설업계...해결책은?

 

'업역 구분' 폐지에 계속되는 진통

 

    지난해부터 전문건설업계와 종합건설업계 간의 업역 구분이 단계적으로 폐지된 이후 영세업체 비중이 큰 전문건설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역 폐지 이후 종합건설사들이 종전 전문건설업체들의 영역에서 수주하는 경우만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는 민간부문까지 추가 개방된다. 전문건설업계는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총력 저지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생산체계 개편은 건설업계의 질적 향상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올해는 민간부문까지 추가 개방

 

어쩌나! 작년만 7000억 피해 전문건설업계...해결책은?
전문건설업계 '건설업생산체계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건설업 생산체계 개편에 따른 업역폐지에 반발해 서울 전문건설협회 중앙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건설업생산체계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15일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건설업 내 업종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후 이뤄진 전문 공공 공사 발주 규모는 8만4599건, 11조6701억원이었다. 이 중 종합건설업체가 3081건, 9689억원을 수주했다. 반면 종합 공공 공사는 지난해 2만854건, 35조8182억원 발주됐는데 이 중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한 건수는 646건, 2785억원에 불과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호시장 개방으로 전문건설업체가 지난해에만 70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면서 “전문업체와 종합업체의 업역체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있었던 금액 중 약 7000억원을 종합건설업체가 가져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두 업종의 경계를 허문 것은 업종 간 경쟁을 통해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건설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축소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공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시공을 직접 해야 하고, 전문건설업체도 종합건설에 진출하려면 재하도급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상호 영역에 진출할 때 각 업종의 기존 등록기준을 충족하도록 함으로써 종합건설업체는 시공에 더 투자하고, 전문건설업체는 기술능력과 기술자를 더 확보하도록 유도했다.

 

지난해에는 공공 공사에만 업역이 폐지됐다. 올해부터는 민간 공사까지 업역이 폐지된다. 전문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반발 수위를 높여 오는 17일과 2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공 공사보다 시장 규모가 2.5~3배 이상 큰 민간 공사까지 업역 구분이 폐지된다”면서 “민간은 토목공사보다 건축공사 비율이 높은데 건축의 경우 필요한 공종도 토목의 3~5개보다 훨씬 많은 10개 이상 수준”이라고 했다. 건축은 전문건설업계가 참여하기 더 어려운 분야라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여기에 종합건설사들의 규모가 평균적으로 더 큰지라 영업에 있어서도 더 유리하다. 결국 들어가기 힘든 시장이 개방돼봐야 ‘그림의 떡’이고 전문건설업계의 불리함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종합건설업계는 전문건설업계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본다.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전문건설업계의 실적은 특정 시점의 일시적 상황에 불과하다”고 했다.

 

 

올해부터 28개 업종에 이르는 전문건설업계를 14개 업종으로 재편하는 대업종화가 이뤄지고 오는 2024년부터 전문건설업체들도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되면 전문건설업체들의 종합건설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전 연구원은 또 2억원 미만의 전문건설 공사에는 종합건설사업자의 진출이 제한되고, 10억원 미만의 공공 공사에는 전문건설 사업자에게만 하도급이 허용되는 등 영세 전문건설업자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미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보호조치는 ‘특혜’가 돼 업역 폐지를 위시한 생산체계 개편의 틀을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합의로 법령까지 정비돼 진행되던 로드맵을 개정하면 시장의 혼선만 더할 수 있으므로 보완할 것이 있다면 생산체계 개편의 중·장기적인 효과를 지켜본 후 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토교통부도 건설업 생산체계 개편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로서는 45년 만의 변화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보며 업계와 소통할 것이고, 정책 기조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한수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핵심은 건설업계가 국민과 건설 고객에게 제대로 된 건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생산체계 개편을 통한 생산성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종합건설·전문건설업계의 충돌은 시장의 선택에 의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유병훈 기자

 

업역 폐지 밥 그릇 뺏긴 전문건설업계...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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