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저하]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유엔서도 왕따된 한국"
"유엔서 목소리 잃은 한국"
지난 연말 뉴욕 맨해튼 한 호텔에서 주유엔 한국대표부가 각국 외교관을 초청해 화려한 리셉션을 열었다. 오는 2024~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다. ‘간장에 졸인 소갈비’ 같은 고급 한식에 샴페인을 대접하고, 한미 시차에 맞춰 보도자료를 뿌렸다.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법적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실세 기관이다. 5개 상임이사국이 아니더라도 2년마다 새로 뽑는 비상임이사국 10국에만 들어도 입지가 달라진다. 한국은 1996~97년, 2013~14년에 이어 세 번째 이사국 진출을 노린다. 올해 우리 유엔 예산 분담률이 세계 9위로 올라선 만큼 자격이 충분하고, 리셉션이 필요하면 몇 번이라도 열어도 된다.
정작 문제는 유엔의 중요한 외교·안보 무대에서 한국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리셉션 이후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통과 때는 논의의 당사자여야 할 한국이 무려 60국이 참여한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 현 정부 들어 2019년 이후 3년 연속 불참이다. 답은 뻔하지만 왜 그랬냐 물으니 “반대는 안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올 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7번이나 쏘자 안보리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미국·영국·프랑스는 물론 자유 진영에 속하는 비상임이사국들과, 이사국도 아닌 일본까지 10국 유엔 대사가 대북 추가 제재를 논의하려 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틀어막았다. 미국 등이 회의장 밖에서 회견을 열었는데 한국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이 이사국 하겠다면서 이런 기본 입장조차 못 정하느냐”는 싸늘한 분위기가 흘렀다.
보다 못한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대사가 1월 말 한·일 유엔대사를 관저로 초청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3자 협력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은 토머스-그린필드의 트위터로 알려졌다. 우리 대표부는 “미국이 만나자길래 30분 만났다”고 하고 입을 닫았다. 한국은 31년 전 미국의 도움으로 피땀 흘려 유엔에 입성했다. 도대체 뉴욕까지 와서 누구 눈치를 이렇게 보는 것인가.
유엔은 아직 20세기 힘의 논리가 판치는 전쟁터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쿠바·이란 등과 스크럼을 짜고 자기 편의 대량 살상 무기 유통과 사이버 해킹, 마약 거래를 정당화한다. 한국보다 분담금도 적게 내는 러시아가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지적에 “70년 전 유엔이 한국전에 개입한 게 유엔 규정 위반”이라며 억지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유엔은 한국의 경제·문화적 매력으로만 힘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장이 아니다. 한반도 종전 선언 같은 순진한 망상이 먹히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이렇게 계속 설 자리를 잃으면 돈만 내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는 ‘국제 호구’가 될 수도 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조선일보
[국격 저하] 뉴욕에서 한국 외교관 묻지마 폭행 당해 ㅣ 공석 주한 미대사는 왜 이제 내정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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