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1·21사태와 멸공구호 [신현덕]
다시 떠오른 1·21사태와 멸공구호
2022.01.20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연달아 쏴대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나 정보기관이 정확한 제원을 눙칩니다. 국내외 언론 보도에 의하면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상하기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마하 10은 초속 3,4㎞, 시속으로는 12,240㎞에 해당됩니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1분도 채 안 걸립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나라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건 분명한 공격용 무기입니다. 북한의 의도는 불문가지입니다. 목표는 대한민국입니다. 이것을 두고 군은 “단순 발사체”라 하고, 군 최고 통수권자는 “유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새해 들어 공산당과 북한군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1968년 무장한 북괴군 124군 부대원 31명이 지났던 길, 청와대 앞길에서 경복고등학교, 청운중학교를 지나 자하문에 이르는 창의문로를 당시와는 역순으로 걸었습니다. 한쪽은 철조망으로 백악이 격리되어 있고, 다른 편에는 보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등 평화로운 곳입니다. 자하문 근처에 동상으로 서 있는 고(故) 최규식 경무관이 북괴군을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6·25와 같은 전쟁의 참화에 휩쓸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에서 채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엄청난 일입니다. 만감이 교차했습니다.(자유칼럼 2018년 10월 8일 참조)
남북평화의 상징인 양 이 정부가 자랑(?)하는 화살머리 고지가 있는 곳을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군 복무 때 만난 6·25 참전 장군들은 입을 모아 휴전선 155마일에서 방어가 최고로 어려운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휴전선이 이 지점에서 갑자기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그 결과 방어부대 배치가 어렵습니다. 종심(縱深)이 가장 짧아 병력을 제대로 운용하기가 난감합니다. 지금 그곳에는 남북을 관통하는 폭 12m 도로가 놓였습니다.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습니다만 국군(방어군)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건 자해에 가까울 겁니다.
강원도 동해안 최전방 부대에서 북한인(군인 혹은 간첩?)이 휴전선 철책을 넘어 제집 드나들듯 남북을 오갔습니다. 어떤 변명도 할 수없는, 분명히 경계에 실패한 것이지요. 그저께 본 OO사단은 속은 곯았는데 겉은 멀쩡해 보였습니다. 여기에 안도하는지 군 지휘관과 군 최고통수권자는 책임을 통감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351고지 전투 전적비문을 보고 각오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이리떼 같이 공격을 가하여 오는 괴뢰군 7, 6, 19사단의 적과 월비산, 208, 351, 무명고지에서 대결하여 기어코 자유의 깃발을 드높이 세우고 사수하였으며(중략) 오늘의 동해안 일대를 수복하는데 불후의 공을 이룬 전 장병의 영웅적인 전투를 높이 빌며 자손만대에 길이 그 위훈을 전하고자 삼가 여기에 전적비를 건립하여 기념한다.”(비문 인용)
한 기업인이 SNS에 올린 ‘멸공’이란 단어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일부 정치인과 국민은 “전쟁하자는 것이냐”는 상투적인 비방을 퍼붓습니다. 그들에게 "그럼 항복하자는 것이냐"고 되묻습니다. 내일은 1·21 사태가 발생했던 날입니다. 김영삼 전(前) 대통령이 1994년 비상기획위원회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한 말이지만 오늘에도 유효합니다. “오늘은 북한 무장공비들이 서울 중심부에까지 침투했던 날임에도 언론의 어느 한구석에도 그 엄청난 사태를 상기시키는 기사는 없다. 지금은 우리 국민들보다 외국에서 우리의 안보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권 유지 차원이 아닌 자발적 의지가 결집된 안보역량을 키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에 대해선 여러 이유를 들어 각을 세우고 대립을 끝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대통령을 살해(“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하러 왔던 일 말고도 우리 국군을 향해 포격(연평도 등)하거나 지뢰 등으로 죽이고, 민간인(금강산 관광객,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 납치(선유도 고교생)하는 등 폭거를 자행한 북한군과 김정은에게는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합니다. 오죽하면 6·25 때 파병했던 참전국의 지도자들이 대통령 앞에서 심한(조롱에 가까운) 말을 했겠습니까. 혹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벙어리 심부름하듯’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군과 정부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군과 청와대가 누구의 눈치를 보느라고 엉거주춤한 태도를 고집하는지 의아합니다. 장교 교육을 받을 때 외치던 멸공 구호가 떠오릅니다.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북괴군, 멸공 통일."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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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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