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전쟁] 소형 원전(SMR) 기술(2)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일(현지 시각)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SMR) 건설 계획을 밝히면서 세계 각국의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SMR이 안하고 경제적인 차세대 에너지 개발원으로 주목받으면서 미국·중국·일본·프랑스·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앞다퉈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에서 SMR 70여종을 개발 중이다. 미국 17종, 러시아 17종, 중국 8종, 일본 7종, 한국 2종 등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선 당시 초소형 원전 육성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SMR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SMR 650~850기 건설이 추진돼 시장 규모가 2400억~4000억파운드(약 379조~632조원)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에너지부 7년간 3조 투자 계획
SMR은 과거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에 쓰이던 기술을 민간 발전용으로 전용한 것이다. 군사 강대국일수록 SMR 기술력이 뛰어나다. 러시아는 2019년부터 선박에 SMR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부유(浮游)식 원전 ‘아카데믹 로모소노프’를 운영 중이다.
지상에서는 미국이 앞서 있다. 미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누스케일 파워는 SMR 최초로 작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마쳤다. 누스케일은 SMR 12기를 묶어 720메가와트급 원전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에너지기업 닛키홀딩스는 지난달 누스케일에 4000만달러(약 450억원)를 출자해 아이다호주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기업 테라파워는 버핏 소유의 전력 회사 퍼시피코프와 함께 와이오밍주의 한 폐쇄 석탄 공장 부지에 SMR ‘나트륨(Natrium)’을 건설할 예정이다. 게이츠는 2일 “나트륨이 에너지 산업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파워의 나트륨은 345메가와트 규모다. 국내 신형 원전의 1400메가와트보다 훨씬 작은 규모다. 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SMR은 모든 장비가 원자로 안에 다 들어가는 일체형이어서 공장에서 사전 제작이 가능하다. 원자로 자체는 수조 안에서 작동한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도 원자로 주변의 물로 바로 식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기존 원전은 냉각수를 얻을 수 있는 바닷가 넓은 부지에만 세울 수 있었지만 SMR은 산이든 바다든 전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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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연료까지 다시 원료로 재활용
특히 테라파워의 SMR은 핵연료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황일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석좌교수는 “테라파워의 원자로는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금속인 나트륨을 이용하는 고속 증식로”라고 말했다.
국내외 대형 원전에서는 핵분열을 유발하는 중성자의 속도를 줄일 때 보통 물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나오는 저속 중성자는 우라늄 235만 핵분열시킬 수 있다. 우라늄 235는 천연 우라늄의 0.7%에 불과하다.
반면 물보다 훨씬 무거운 나트륨 냉각재를 쓰면 중성자 속도가 줄지 않는다. 이런 고속 중성자는 천연 우라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늄 238을 연료로 쓸 수 있다. 또 폐연료에 포함된 우라늄과 플루토늄도 태울 수 있다. 방사능 폐기물도 그만큼 줄어든다.
테라파워는 작년 8월 GE히타치 핵에너지(미국 GE와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합작사)와 나트륨 설계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원전 산업의 강자였던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의 노하우가 가세해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미국은 한동안 대형 원전을 건설하지 않아 원전 산업에서 뒤처졌다”며 “SMR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내세워 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세계 원전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안준호 기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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