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시간 232일 소양호에는 왜 녹조가 안 생길까?
체류시간 232일 소양호에는 왜 녹조가 안 생길까?
부영양화(Eutrophication)
“4대강 보에 물이 갇혀 녹조가 생긴다면, 물이 232일씩 갇히는 소양호엔 왜 녹조가 안 생기는 겁니까?”
이 질문은 거의 2년 전인 2017년 5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사회 분야 TV 토론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녹조가 번지고 있는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앞 대청호. 녹조는 부영양화된 호수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연합뉴스]
철거·개방 결정 금강·영산강 5개 보…“보를 여니 강이 말랐다”
https://conpaper.tistory.com/76210?category=549099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녹조를 주제로 공방을 벌였습니다.
홍 후보는 “(느려진) 강의 유속 때문에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들어온 질소·인을 포함한 축산폐수·생활하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났을 때 녹조가 생긴다”며 “232일이나 갇혀 있는데 소양댐에는 녹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후보는 “질소·인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그것만 가지고 해결이 안 되니까, 또 물을 가둬뒀기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고 수질이) 악화한 거 아니냐”고 반박했습니다.
대선 주자가 정치 문제가 아닌 환경문제, 그것도 녹조 원인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2년 전 녹조 논쟁을 ‘에코 파일’에서 구태여 다시 꺼내게 된 것은 지난 2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 주제 발표자가 당시 TV 대선 토론을 다시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2일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보 3개 해체 방안을 제시하면서 4대강 사업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해묵은 이슈이지만 다시 한번 꺼내봤습니다.
사람은 BMI, 호수는 TSI
소양호 유람선. 소양댐 선착장에서 청평사까지 운행한다.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도 4대강에 보를 쌓으면 녹조가 생길 것이란 지적을 의식, 하수처리장에 인 처리 시설을 확충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을 들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를 막아 강물을 가둬도 될 정도까지 수질이 충분히 개선됐느냐 하는 것이죠.
그걸 따져 볼 수 있는 게 바로 부영양화 지수 혹은 영양 상태 지수(Trophic State Index, TSI)입니다.
사람의 경우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라는 게 있습니다.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말합니다.
https://conpaper.tistory.com/76163?category=549099
저의 키와 체중으로 BMI를 계산해보니 23이란 수치가 나왔습니다. 비만까지는 아니고 정상과 과체중 경계에 해당합니다.
사람에게 BMI가 있다면 호수나 강에는 TSI가 있습니다. 이 수치를 가지고 수질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TSI 수치가 높다면, 호수도 사람처럼 영양 과잉이고 녹조가 자주 발생한다는 뜻이고, 수질 개선을 위해 강이나 호수도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TSI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부영양화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외부 영양물질이 흘러든 탓
지난해 8월 16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변에 물고기 수천마리가 죽어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한 상태에서 전날에 내린 비로 주변의 비점오염원들이 삼천에 대거 유입돼 물고기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부영양화(富營養化, Eutrophication)는 말 그대로 물속에 영양물질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부영양화는 강이나 호수에서 일어나지만, 바다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속에 영양물질이 많아지는 것은 대부분 인간 활동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부영양화는 농촌의 축산폐수나 도시의 생활하수가 강이나 하천으로 흘러든 탓입니다.
비가 내리면서 논밭에 쌓여있던 퇴비 등이 빗물과 함께 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물속에 질소·인 같은 영양물질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광합성을 하는 조류·수초는 이 질소·인을 활용해 훨씬 더 잘 자라게 됩니다. 농작물에 비료를 준 것과 같습니다.
특히, 광합성을 하는 조류, 즉 식물플랑크톤이 대대적으로 자라면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녹조(綠潮, algal blooming)도 생기게 됩니다.
조류의 종류에 따라 봄철에 규조류가 대발생하기 하고, 여름철에 남조류나 녹조류가 대대적으로 번성하기도 합니다.
부영양화 녹조로 이어져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8월 경기도 광주시 광동교 인근 팔당호가 녹조로 덮혀 있다. [뉴스1]
영양물질이 증가하고, 또 조류가 대대적으로 번성했다는 말은 물속에 유기물(有機物)이 늘어났다는 말입니다.
이 유기물은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하지만 유기물이 너무 많아도 좋지 않습니다.
부영양화된 강이나 호수에서 남조류가 대대적으로 번식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질소·인 같은 영양물질을 다 소비하고 나면, 혹은 미량물질(미네랄, 비타민 등)이 고갈되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던 조류의 성장도 한풀 꺾이게 되고, 결국에는 사멸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죽은 조류는 호수 밑바닥이나 강바닥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바닥에 가라앉으면 썩기 시작합니다. 세균·곰팡이가 덤벼들어 조류 사체를 분해한다는 얘기입니다.
조류 사체가 분해될 때는 물속 산소가 소비됩니다.
수질을 파악하기 위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등을 측정하는데, 소비되는 산소의 양을 측정하는 게 목적입니다.
BOD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소비되는 산소의 양을, COD는 화학약품인 산화제로 유기물을 산화시킬 때 소비된 산화제의 양을 측정합니다.
BOD나 COD 수치가 높으면 물속에 유기물이 많고, 그만큼 오염이 됐다는 얘기가 됩니다.
BOD나 COD는 ㎎/L, 혹은 ppm(parts per million, 100만분의 1)을 단위로 사용합니다.
하천에서 ‘매우 좋음’(Ia등급)은 BOD가 1ppm 이하, COD 2ppm 이하입니다.
반면 ‘매우 나쁨’(가장 낮은 등급인 VI등급)은 BOD 10 ppm을 초과하거나, COD 11 ppm을 초과한 경우입니다.
남조류 독소도 주의해야
지난 2011년 미국 오하이오주 그랜드 호수 주변에 게시된 녹조 발생 경고판.
녹조, 특히 남조류의 녹조가 발생하면 또 다른 문제를 낳습니다. 바로 남조류의 독소입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2일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는 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126만개에 이르는 극심한 녹조가 발생했습니다. 창녕함안보에서도 지난해 8월 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71만5993개에 이르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녹조가 발생한 물을 마실 경우 장염에 걸리기도 하고, 몸에 닿으면 피부 알레르기가 발생하고, 눈과 목이 따가워진다고 지적합니다.
WHO는 남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간과 신경독성을 나타내고, 암 발생을 촉진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따라 WHO와 각국은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 수치가 1L당 1~1.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수돗물의 감시기준을 1㎍/L로 정했습니다.
물론 이런 남조류 독소는 수돗물을 만들 때 정수장에서 대부분 걸러집니다.
대구 달성군 구지 오토캠핑장 인근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중앙포토]
문제는 수상 레저 활동입니다. 수영하거나 카약 등을 하다 자칫 녹조가 발생한 강물을 마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WHO는 독소 농도 20㎍/L의 물을 성인이 100mL를 마시면 하루 섭취허용량(체중 1㎏당 하루 0.04㎍)에 해당하고, 체중 15㎏의 어린이가 250mL 마시면 하루 섭취허용량의 10배에 해당하는 독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오하이오주나 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는 하천·호수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관리기준을 6~12㎍/L로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호수 바닥에 무산소층 나타나
산소 부족으로 집단 폐사한 저수지 물고기. [중앙포토]
여름철 수심이 깊은 호수에서는 표층과 바닥층(저층) 사이에 수온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성층화(成層化, Stratification) 현상도 나타납니다.
여름철이면 표층은 수온이 30도 근처까지 올라가지만 수심 100m 아래 바닥층은 냉장고와 같은 섭씨 4도로 차갑습니다. 온도가 20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죠.
그리고 표층과 저층 사이에는 수온약층(水溫躍層, Thermocline)도 나타납니다.
수심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던 수온이 갑자기 뛰는(도약하는) 층을 수온약층이라고 합니다.
이런 수온약층이 생기면 표층과 저층의 물이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마치 호수 20~30m 깊이에 수평으로 얇고 투명한 칸막이, 유리 천정을 설치한 것처럼 말입니다.
물이 잘 혼합이 되는 상황이면 바닥에서 산소가 많이 소비돼도 별문제가 없습니다.
물이 잘 섞이지 않는 경우, 즉 성층화 현상과 수온약층이 나타난 상황에서 바닥에 가라앉은 조류 사체가 썩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산소가 소비되면서 호수나 하천 바닥 가까운 곳에는 저산소층 혹은 무산소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산소층, 무산소층이 나타나면, 물고기들은 살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용존산소(Dissolved Oxygen, DO) 수치가 3ppm 이하이면 물고기도 버티기 힘듭니다.
환경부 하천·호수 수질 등급에서도 용존산소가 5ppm 미만이면 ‘약간 나쁨’(IV 급수)로, 2ppm 미만이면 ‘매우 나쁨’(가장 낮은 등급인 VI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더욱이 산소가 고갈되면, 퇴적토에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황화수소(H2S)입니다. 계란이 썩을 때 나는 고약한 냄새가 바로 황화수소 탓입니다.
이 황화수소에 노출되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 성층화된 호수, 겨울에 얼음으로 덮인 호수에서는 황화수소 때문에 물고기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유해물질 외에도 산소농도가 낮아지면 퇴적토에서 인(燐) 성분이 녹아 나올 수 있습니다.
부영양화가 조류 대발생과 산소 고갈을 낳고, 영양물질 용출을 초래하고 다시 부영양화를 악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호수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
지난해 8월 부산 북구 강변도로 일대 낙동강 유역이 녹조현상으로 초록빛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부영양화 지수(TSI)를 살펴보겠습니다.
TSI를 처음 개발, 제안한 사람은 로버트 칼슨입니다.
1977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육수학(陸水學, Limnology)연구소 소속이던 칼슨 교수는 ‘육수·해양학(Limnology and Oceanography)라는 저널에 ‘호수의 영양 상태 지수’라는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논문에서 그는 투명도와 엽록소a 농도, 총인(TP) 등으로 0~100 사이의 TSI 수치를 산출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투명도는 지름 30㎝쯤 되는 흰색 원반(Secchi disc)을 줄에 묶어 물속에 드리우고 그 원반이 마지막까지 보이는 깊이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TSI를 제안한 칼슨 교수는 “지진의 규모를 나타내는 리히터 수치처럼 비전문가도 쉽게 호수의 상태를 알 수 있고, 전문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호수 수질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TSI는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육수학 관련 교과서에도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환경부가 호수의 수질을 평가하기 위해 별도의 TSI를 개발했는데,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총인(TP), 엽록소a 등 3개 항목으로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어쨌든 부영양화 지수가 30 미만이면 물이 깨끗한 빈(貧)영양 단계로, 지수가 30~50 미만은 중(中)영양, 50~70 미만은 부(富)영양, 70 이상은 과(過)영양 단계로 분류합니다.
사람처럼 중영양은 ‘과체중’, 부영양 단계는 ‘비만’, 과영양 단계는 ‘고도비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양호는 녹조 없는 빈영양 호수
강원도 인제군 38선 휴게소에서 바라본 소양호. 어민이 배를 띄워 낚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대선 주자들이 논쟁을 벌였던 소양호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양호는 TSI로 따졌을 때 빈영양 호수입니다.
환경부 ‘물 환경정보시스템’에 제시된 소양호의 3년 치(2015~2017년) 수질 자료를 바탕으로 제가 TSI를 산출한 결과, 소양호는 그 값이 24였습니다.
소양호는 빈영양 단계(0~30)에 속합니다.
그러니 체류 시간이 232일이나 돼도 녹조가 거의 안 생깁니다.
하지만 같은 소양호라도 20년 전인 1995~1997년 3년 치 자료로 분석하면, TSI가 29가 나옵니다.
소양호를 오염시키던 향어 가두리 양식장도 1990년대 후반이면 거의 사라진 시기인데도 거의 중영양 단계에 가깝습니다.
소양강댐 관리단 직원들이 소양호 내 11개 지점에 수질오염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2006년 1월 30일) [중앙포토]
사실 가두리 양식장이 많았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그러니까 제가 대학원생으로 소양호 수질 조사를 다니던 그 무렵에는 소양호에도 녹조와 적조가 흔히 발생했습니다.
장마철 전에는 계곡수가 들어오는 지류 쪽에는 적조가, 8월 한여름에는 댐 앞에서 남조류인 아나베나(Anabaena) 녹조가 심각했습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빗이끼벌레도 관찰됐습니다.
향어를 기르던 양어장에서 뿌린 사료로 소양호도 중영양 단계는 됐던 것입니다.
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호의 경우 2015~2017년 기준 TSI는 45로 중영양 단계입니다.
팔당호가 물이 대체로 맑은 편이지만 가끔 녹조가 발생하고, 수돗물에 악취가 날 때가 없지 않습니다.
16개 보는 부영양 호수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동에 위치한 영산강 승촌보. 프리랜서 장정필
소양호와 같은 방식으로 한강 등 4대강 16개 보의 대표 측정지점(보 상류 500m)에서도 2015~2017년 수질을 바탕으로 TSI를 구해봤습니다.
그 결과, 남한강 강천보와 여주보는 46.5와 46.6으로 팔당호와 수치도 비슷했고, 팔당호와 같이 중영양 단계로 분류됐습니다.
남한강에서도 하류의 이포보는 50.1로 아슬아슬하게 부영양 호수로 분류됐습니다.
하류인 팔당호의 TSI 값이 이포보보다 더 낮은 것은 남한강보다 수질이 나은 북한강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TSI 기준으로 볼 때 낙동강의 8개 보 전부와 금강의 3개 보 전부, 영산강 하류의 죽산보는 부영양 호수로 나타났습니다.
영산강 승촌보의 경우 TSI가 70.7로 유일하게 과영양 호수로 분류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총인의 농도가 0.035ppm 이상이면 그것만으로 부영양 단계로 판정하는데, 16개 보 가운데 11개 보에서 이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환경부 부영양화 지수로는 중영양 단계인 한강 여주보도 총인 농도는 3년 평균 0.036ppm였고, 강천보도 지난해 0.036ppm으로 OECD 부영양화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부영양화 상태이기 때문에 소양호와는 달리 4대강 보에서는 체류 시간이 20~30일이라도 녹조가 심하게 생길 수 있습니다.
영양물질이 충분하면 남조류는 이틀에 한 번도 번식합니다. 20일이면 1000배로 불어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2017년 측정한 수질을 바탕으로 환경부가 TSI를 계산한 것도 있습니다.
파로호·소양호 등 7곳은 빈영양 단계, 춘천호·팔당호 등 31곳은 중영양 단계, 경포호·낙동강하구·금강하구·영산호 등 9곳은 부영양 단계, 아산호·삽교호 등 2곳은 과영양 단계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녹조를 예방하려면 다이어트를
지난해 8월 15일 서울 올림픽대교 남단 지역의 녹조로 초록색으로 변한 한강 물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TSI 지수가 높아 ‘부영양화’ 단계로 분류된다는 것은 녹조가 자주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비만’ 상태라는 거죠. 비만은 다른 병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체중을 조절합니다. 운동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고, 두 가지를 다 하기도 합니다.
녹조를 예방하려면 강과 호수도 다이어트를 해야 합니다. 강이나 호수로 들어오는 영양물질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옛날보다는 많이 양호해졌지만, 아직은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는 편"이라고 말합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하수·폐수 처리장에 총인 제거 시설을 설치했지만, 녹조를 막을 만큼 총인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리 후 내보내는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 기준을 현행 0.2~2ppm에서 0.01 ppm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뿐만 아니라 축산분뇨처럼 논밭에 쌓여 있다가 빗물과 함께 강으로 들어오는 비점오염원도 막아야 합니다.
비점오염원은 축산분뇨나 비료처럼 논밭에서 쌓여 있다가 빗물과 함께 강에 들어가는 오염물질을 말하는데,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통해 들어가는 양과 맞먹습니다.
하지만 하수처리장 방류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 축산분뇨나 퇴비로 인한 오염을 차단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다이어트만으로는 녹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수문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면…
지난해 10월 수문이 모두 열린 공주보 모습. 지역 축제인 백제문화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난해 9월 수문을 닫았다가 다시 수문을 전면 개방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오염물질이 강과 호수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보 수문을 열어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강물이 흐르게 하는 것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녹조를 막기 위해 수문을 개방하고 싶어도 농업용수, 생활용수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쉽게 수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취수구를 높게 설치했다는 것은 보의 물을 직접 꺼내 쓸 수 없는 구조이고, 처음부터 보의 물을 쓸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보의 수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상류 댐이나 지류에서 물이 흘러드는 만큼만 사용하겠다고 계획한 모양입니다.
정부는 현재 취수구 수위를 강바닥으로 낮추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보의 물을 꺼내 쓸 수도 있고, 수문을 열어도 취수가 가능해집니다.
다시 말해 보에서 물을 추가로 공급할 수요처가 없다면 수문을 열어 강물이 흐르도록 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가뭄이 예상되고, 더 많은 물이 필요할 때 그때 수문을 닫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죠.
상당수의 전문가가 녹조가 발생하는 여름에는 수문을 열고, 겨울에는 수문을 닫아 수자원을 확보하는 식으로 보 수문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을 충고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러면 당장 보를 해체하지 않더라도 녹조를 해결할 방법도 있고, 필요하면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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