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수 패러다임 바꿔야 사고예방" - 이기서 광운대 교수

내달 퇴임 철도제어공학 석학 이기서 광운대 교수 
"부품 교체시기 미리 파악하는 기술 개발해야"

이기서 광운대 교수


   "많이 지저분하죠? 이삿짐 싸랴, 5월 이탈리아세계철도연구회의(WCRR)에서 발표할 논문 마무리하랴 정신이 없네요."
30일 이기서(65)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곳곳에 두꺼운 책더미가 쌓인 연구실 문을 열어주면서 껄껄 웃었다.

제어공학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30년 가까이 지하철·철도 신호제어 체계를 연구하며 선진 기술 도입에 기여했다. 2013년에는 한국철도학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1981년 광운대 전기공학과 조교수가 된 후로 줄곧 광운대를 지켰던 그는 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지하철·철도에 고장과 안전사고가 잦아지는 원인에 대해 "25∼30년 된 열차들이니 고장 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면서 "문제는 수리와 유지·보수를 하는 자체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고 쓴소리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지하철이든 고속철이든 다 외국에서 사 온 것인데 대부분 계약할 때 핵심기술까지 계속 수입하도록 조항을 넣는 '기술 알 박기'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사 온 열차를 모방·발전시켜 자체 기술로 열차를 만들어야 하지만 시장이 너무 작아 시도하는 이가 드물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25∼30년 전에 사온 열차가 가끔 고장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큰 탈 없이 운행되고 있으니 업체 입장에서는 국산 열차가 등장해도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철도 기술 시장은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중심이고, 이마저도 수익이 안 나 도산해버리기 일쑤라고 이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면서 이 교수가 강조한 분야는 유지 및 보수 기술, 그중에서도 RCM(Reliability Centered Maintenance)이다.

RCM은 부품을 분석해 교체 시기를 사전에 알아내는 기술로, 기계가 고장이 나서야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BDM(Break-Down Maintenance)에서 진보한 방식이다.

이 교수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파레토 법칙'(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의 20%가 유발한다)이 공학에도 적용된다"면서 "열차 1량에 부품 1만여개가 들어가는데 그중 고장을 일으키는 2천여개만 유지·보수하는 게 RCM"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멀쩡해 보이는 부품을 놓고 기술자가 "곧 고장이 날 수 있으니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 비용을 따지는 경영진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교수가 "RCM이 산업 전반에 도입되려면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어느 산업 분야든 사고로 인명 피해가 생긴 다음에야 개선에 나서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RCM을 도입해 고장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RCM을 토대로 지하철·철도가 궁극적으로는 '무인열차'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마지막 과제로 삼으며 온 신경을 집중한 연구도 '도시철도용 무선통신기반 열차 제어시스템'(KRTCS)이다.

국토부 주관 '일반고속철도 무선제어연구단'의 일원인 그는 "언제까지 외국한테 기술 알 박기를 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2017년 시범 운용까지 마치고 나면 그때부터 편히 쉴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드론이 주목받는 것처럼 제어공학 분야는 여전히 유망하고 재미있는 학문"이라면서 "한우물만 파다 보면 언젠가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서며 크게 성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후학들에게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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