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건축물, "좋은 설계가 시작이다"
산업과학 Construction,Science/논단칼럼 Opinion2016. 1. 26. 00:33
턱없이 부족한 시간과 용역비 감액
홀대 받는 공공건축물 설계
출처 ibskorea.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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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동물원, 예술회관, 수영장 등 다양한 용도의 수많은 공공건축물이 있다.
시민들은 공공 건축 안에서 다양한 일상을 살아간다. 공공의 공간을 짓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기획, 즉 설계 단계이다. 시민이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건축을 통한 공적 가치 확보를 위해 다양한 공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좋고, 나쁜 사례들을 조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의 실정에 맞는 공공 공간이 되는 것이다.
공공 건축설계는 고도의 창의적인 작업이 요구되며, 발주과정에서도 시민을 위한 최고의 계획안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업무의 특성에 맞춰 과업지시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업기간이 부족할 뿐더러 적절한 대가없이 업무를 지시하려는 불공정 관행이 여전하다.
문화재를 보수정비하고, 주민 센터를 넓히고, 공중화장실을 만드는 설계의 과업기간은 2달 미만이다. 작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도 시민 다수가 사용하는 공간은 사전조사가 철저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보다 더 나은 사례들과 실패사례를 살펴보며 방향성을 설정하고, 설계도를 그리고 내역작업, 인허가 등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2달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다보니 설계 대부분이 생략된다. 설계가 시공을 위한 부속물이 된다. 시민들은 보다 더 좋은 화장실을 사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우리의 전통문화의 보수정비의 질은 나아지질 못한다. 이제는 설계단계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래야 공공건축물의 질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 연말 전주시 청렴시민감시관협의회에서 전주시 발주사업의 건축설계용역을 검토했다. 청렴시민감시관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검토대상은 전주시가 개찰한 건축설계 용역 중 10건을 무작위 추출했다. 공고문과 과업지시서(과업기간, 과업범위) 등을 검토한 후 해당 부서에 질의서를 발송하고 답변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건축설계 과업기간이 부족하다는 점 이외에 설계용역비가 과도하게 감액됐다는 문제가 나타나 공공건축물의 질 하락 및 부실설계가 우려되는 실정이었다.
공공건축 설계용역의 경우 국토교통부 고시인 '공공발주 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대가기준'에 의해 예정 설계비를 산출하도록 하고 있으나, 모든 설계용역에서 준수하지 않음이 나타났다. 또한 과업지시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및 전문성이 부족하여 기존 관례대로 짜깁기 식 과업지시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각 용역들의 관리감독 역시 제대로 되지 않음이 나타나는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과업기간
과업기간의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관련부서는 "과업기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또는 근거는 없으며 통상적인 설계발주에 따랐음"이라 답했다. 과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황에서 결정한 과업기간은 용역 품질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과업기간을 줄이는 것을 관행으로 여기며 악순환이 계속된다. 철저한 인문학적 사전 조사, 기술적인 현장조사, 시민들의 요구 파악, 설계도서 및 내역작업, 작업 마무리 및 제본 등을 감안해야 한다.
건축사가 작성한 설계도서의 저작권은 건축사에게 귀속되며 발주처는 건축사의 서면동의 없이 일부 또는 전체를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양도할 수 없는 저작권법을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과업 지시서에 "이 사업과 관련하여 계약상대자가 작성한 설계도서에 대한 저작권 등 일체의 권리는 발주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명기하며 저작권법 위반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무상으로 과업을 지시하는 경우도
'대지측량도'와 '지질 또는 지내력 검사서'를 건축사가 직접 입수하거나 제작하는 경우 별도로 대가를 지급하여야 하나 무상으로 지시하는 관행이 나타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친환경건축물, 지능형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등 인증 설계 업무의 대가는 그 작업내용으로 인해 인증 종류에 따라 설계대가에 추가 계상해야 하는데 미계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3D 모델링, 모형제작, 종합계획도(Master Plan), 유지관리계획서 등 건축물의 사후관리 매뉴얼 작성 업무, 설계의 경제성 등 건축공사 사업타당성 분석 업무, 지구단위계획,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인가, 공원계획 등 업무의 경우 실비정액가산식{직접비(직접인건비+직접경비)+제경비+창작 및 기술료}에 따라 추가 계상해야 하는 항목임에도 무상으로 업무 지시했다.
관련부서의 답변 내용을 살펴보면 업무를 미숙지한 상황에서 과업지시서를 작성했으며,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지시가 가능하다는 관행적 인식이 보여진다. "설계비를 반영 하여야 맞다고 판단되나, 발주 당시 미 반영된 사항임"의 답변은 추후 반영할지라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선심행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외에도 ▲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 설계 업무 시 산정된 대가의 1.5배를 적용해야 하는데도 미적용하거나, ▲ 용역비 산정 시 기본설계 없이 실시설계(60%)만 반영하고 사례도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 건축물의 종별 구분 적용시 요율을 줄이기 위해 건축물의 종류를 임의대로 구분하고 있다. ▲ 도서의 양(기본, 중급, 상급)에 따라 요율이 다르다. 납품도서 종류는 상급으로 작성하고 대가 산정은 중급으로 하는 경우 대다수이다. ▲ 종합 조정비용 미 계상 등이 나타났다.
시민감시관협의회 자료의 결론에 따르면 건축설계의 품질 보장과 건축사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공공발주 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대가기준'은 지켜져야 하며 과도한 설계용역비 감액으로 공공건축물의 공간의 질 하락과 부실설계가 우려된다.
또한 전문성 부족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기존 관례대로 짜깁기 식 과업지시서가 주를 이룬다. 이는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각 용역들의 관리감독 역시 제대로 되지 않음을 나타낸다. 과업지시서 및 발주 관련하여 전문가와 민간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충분한 설계기간이 부여되어야 최적의 설계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과업기간으로는 공공건축물에 시민들이 요구를 담아내기 어렵고 특히 적정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결과물의 품질은 하락하게 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구겐하임 미술관 등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공간들이 있다. 좋은 건축물은 좋은 설계에서 시작된다. 그런 건축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설계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도 자신들이 누려야 할 공공공간이 만들어 지는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강미현(cocoon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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