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Zika Virus)와 소두증(Microcephaly)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카테고리 없음|2016. 1. 25. 20:55

정확한 전염 경로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지카바이러스’

모기가 매개체

"한국도 안전지대 아냐"

대만에 입국한 태국인이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지역 등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소두증이 동아시아에서도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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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기록적인 한파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북반구가 생리적으로 덜덜 떨고 있을 때 적도 부근이라 여전히 따뜻한 브라질에서 심리적으로 덜덜 떨릴 뉴스가 들려왔다. 바로 소두증이라는, 뇌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기형아들이 줄줄이 태어나고 있는데, 놀랍게도 산모가 임신초기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일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최근 소두증 원인 바이러스로 지목돼 주목을 받고 있는 
지카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 위키피디아 제공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지카바이러스(Zika virus)로, 아마 독자 대다수는 지난 주 외신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들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 연말 학술지 ‘사이언스’(11월 27일자)에 난 뉴스에서 처음 지카바이러스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당시 뉴스는 지카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소두증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 사태가 급박히 돌아가고 있고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궁금증을 Q&A의 형식으로 정리한다.

Q1. 지카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인가?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닌 입자로 세포 생명체에 기생해 살아가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인 존재다. 그럼에도 자체 게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세포 생물체처럼 분류를 할 수 있다. 지카바이러스의 게놈은 2007년 해독됐는데, 이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바이러스는 뎅기열바이러스이고 황열바이러스와 일본뇌염바이러스도 가까운 친척이다. 즉 이들은 모두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속(屬)에 속하고 모기가 감염 매개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에데스속에 속하는 몇몇 종의 모기가 매개체다. 그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숲모기 - 위키피디아 제공 
 
이 가운데 우리나라도 영향권에 있는 바이러스는 귀에 익숙한 ‘일본뇌염바이러스’다. 매개체인 빨간집모기(쿨렉스(Culex)속)가 한반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황열과 뎅기열, 지카열(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바탕으로 병명을 이렇게 부른다)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에데스(Aedes)속 모기들이 옮긴다. 아직까지 한반도에는 모기가 이들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있다. 한반도에도 살고 있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가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플라비바이러스는 양성가닥RNA를 게놈으로 지닌, 즉 게놈 자체가 숙주 세포 내에서 전령RNA로 작용하는 바이러스다.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1만 794 염기에 유전자를 10개 지니고 있다. 게놈 크기로 보면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음성가닥RNA 게놈 1만 3500여 염기)나 지난해 메르스를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양성가닥RNA 게놈 3만여 염기)보다 작다.


2015년 12월 현재 지카바이러스 전파 현황. 짙은 빨간색은 지카바이러스가 확인된 지역이고 옅은 빨간색은 사람의 혈청에서 항체가 검출된 지역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다. -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제공 
 
Q2. 언제 어디서 처음 발견했나?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첫 논문은 1952년 발표됐다. 저자들은 1947년 우간다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의 역학조사에서 황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붉은털원숭이의 혈액 시료를 채취했는데, 나중에 분석을 해보니 황열바이러스와 꽤 비슷하지만 다른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자들은 당시 혈액을 채취한 지카숲에서 이 바이러스에 지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지카는 루간다(우간다의 주요 언어) 말로 ‘울창하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1948년 지카숲에서 채집한 아프리카흰줄숲모기(Aedes africanus)의 혈액에서도 지카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즉 이 모기가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이고 붉은털원숭이가 숙주라는 말이다. 그리고 원숭이에서 황열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한편 1954년 나이지리아인의 혈액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즉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2007년까지 무려 60년 동안 사람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14건에 불과했고 증상도 발열, 두통, 피부발진 등이 며칠 지속되는 정도로 가벼웠다. 따라서 사망자는 물론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없었다. 결국 지카바이러스는 원숭이를 숙주로 한 바이러스로, 어쩌다 아프리카흰줄숲모기 같은 에데스속 모기에 물린 사람에게 드물게 ‘지카열’을 일으키지만 의학계에서 신경을 쓸 대상은 아니었다.

Q3.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건너왔나?
이처럼 아프리카의 ‘조용한’ 풍토병이었던 지카열이 어쩌다 지금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에서 팬데믹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1969년 말레이시아의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고 1977년 인도네시아에서도 발견됐다. 그럼에도 역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전공자들의 논문에만 보고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2007년 지카바이러스의 동진(東進)이 처음 의학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즉 뉴기니섬 북쪽의 섬나라 미크로네시아의 얍(Yap)섬에서 지카열 ‘팬데믹’이 일어난 것. 증상이 나타난 확진 환자는 49명에 불과했지만(역시 죽거나 입원한 사람은 없었다), 그 뒤 3세 이상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혈청검사를 한 결과 무려 73%가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 시점을 전환점으로 해서 지카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2013년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타히티섬)에 상륙한 지카바이러스는 이듬해까지 인구의 10%인 3만여 명을 감염시켰고 마침내 입원 환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는 말초신경이 손상돼 나타나는 ‘갈랑바레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73명이나 나왔다. 급성염증성 신경질환인 갈랑바레증후군은 운동신경계 이상, 즉 마비를 수반하고 때로는 감각계 이상을 동반하는데 정확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카바이러스가 뎅기열의 아주 약한 버전인 ‘지카열’ 이외에 심각한 신경질환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인 사례다.

지난해 3월 지카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도 확인됐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북진을 시작해 10월에는 콜롬비아, 11월에는 수리남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런 추세라면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갈수록 빈번해지기 때문에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그렇지만 지카바이러스 역시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퍼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이동해 현지의 에데스속 모기에 물린 경우일수도 있고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 모기가 비행기나 배에 실려 이동했을 수도 있다. 또 사람에 대한 감염력이 높게 변이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태아 뇌의 신경계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MRI 비교 사진은 유전적 결함(ASPM 유전자 
돌연변이)으로 인한 소두증(오른쪽) 사례이지만, 지카바이러스 감염으로도 소두증이 유발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키피디아 제공 
 
Q4. 지카바이러스는 정말 소두증을 일으키나?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브라질 바이아연방대의 산부인과 의사 마뇨엘 사르노는 2주 동안 신생아 가운데 네 명을 소두증으로 진단했다. 소두증은 태아시기에 머리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생긴 기형으로, 사르노 교수는 1년에 대여섯 건을 보는 정도였다. 소두증인 아기는 발작과 발달지체, 학습장애, 운동장애 등을 보이고 심할 경우 사망한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이 브라질 곳곳에서 일어나 2015년 10월에서 2016년 1월 동안 3500여 건이 보고됐고 이는 평소의 20배가 넘는 숫자다. 

사르노 교수를 비롯한 몇몇 의사들은 소두증 급증의 원인을 찾다가 연초 지카바이러스가 상륙했다는 사실을 알고 바이러스가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카바이러스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일부 신경질환을 일으켰지만 감염된 사람 80%가 무증상인 온순한 바이러스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무시됐다.  

그러나 소두증 아이를 낳은 엄마 대다수가 임신초기 발열과 발진을 겪었다고 보고했고 양수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태아 가운데 둘이 초음파검사 결과 소두증으로 나타났다. 또 태어나자마자 죽은 소두증 아기의 신체조직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한편 브라질 사태를 전해들은 타히티의 보건당국자들이 조사를 한 결과 2013~14년 팬데믹 때 태어난 아기 가운데 수십 명에서 신경계 장애가 있음을 확인했다. 즉 지카바이러스는 말초신경계뿐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뉴런)도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지카바이러스의 가까운 친척인 일본뇌염바이러스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알려져 있다. 즉 일본뇌염바이러스는 사람과 함께 돼지도 숙주로 삼는데, 돼지에서는 거의 증상이 없다. 그런데 임신한 암퇘지가 감염될 경우 유산을 하거나 문제가 있는 새끼가 태어난다는 보고가 있다. 일본뇌염바이러스는 드물게(약 0.4%) 감염된 사람에서 뇌염을 일으키는데,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염증을 유발한 결과다. 따라서 이런 작용이 태아 돼지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원인이라고 100% 확신할 단계는 아니다. 소두증 아이와 이들의 엄마 대다수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검출법으로는 감염 초기의 지카바이러스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카바이러스 외에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브라질 보건당국은 임신초기 산모들에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당부하고 있고 일부 의사들은 확실한 원인이 파악되고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임신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올 가을부터 두 번째 소두증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2월부터 브라질은 우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모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고 따라서 연초에 임신하는 여성들 가운데 모기에 물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꽤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6월에는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자칫 연말에 세계 곳곳에서 소두증 아기가 태어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Q5. 사람 사이 감염 가능한가?
모기가 매개하는 많은 전염병이 있지만 지금까지 사람 사이에 감염이 일어난 예는 없다. 즉 모기에 물리지 않는 한 일상적인 활동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물론 환자의 피를 수혈하면 감염된다). 그런데 2011년 학술지 ‘신종감염질환’에 모기 매개 질환의 사람 간 감염의 첫 사례를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바로 지카바이러스다.
 
2008년 의학곤충학자 브라이언 포이(오른쪽)
은 말라리아 연구를 위해 세네갈을 찾았다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그 뒤 귀국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내도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는 모기가 매개하는 바이러스 가운데 사람 
사이에 직접 전파된 첫 사례다. 
브라이언 포이 제공  

2008년 의학곤충학자인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브라이언 포이 교수와 대학원생 케빈 코빌린스키는 말라리아 현지연구를 위해 세네갈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귀국 뒤 피부발진과 피로감, 두통, 관절통을 앓았고 뎅기열을 의심해 검사를 했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그런데 얼마 뒤 포이 교수의 아내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여러 병원체에 대한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아무튼 세 사람 다 며칠 앓고 난 뒤 완쾌돼 이 일은 기억에서 점차 잊혔다.

이듬해 코빌린스키는 다시 아프리카 출장을 갔는데 우연히 텍사스대의 의학곤충학자 앤드류 해도우 교수를 만나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미지의 감염에 대해 얘기했다. 그런데 해도우 교수의 할아버지가 바로 1947년 우간다에서 지카바이러스를 발견해 보고한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증상을 들은 해도우 교수는 지카열일지 모른다고 얘기했고 코빌린스키는 귀국해 포이 교수에게 그 얘기를 들려줬다



콜로라도주에는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에데스속 모기가 없는데 아내가 지카열에 걸렸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포이 교수는 세 사람의 혈액을 지카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할 수 있는 기관에 보냈고 셋 다 양성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가운데 사람 사이에 감염이 된 최초의 사례다(아내는 모기에 노출된 적이 없으므로). 

그렇다면 어떻게 지카바이러스는 모기 없이도 다른 숙주에게 갈 수 있었을까. 당시 포이 교수는 전립선염이 있었는데 아내와 성관계를 할 때 사정한 정액에 피가 섞여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정액으로 흘러들어가 아내를 감염시켰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지카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위험한 신종 바이러스인 셈이다. 

지카바이러스의 존재가 알려진 지는 70년이 다 돼 가지만 그동안 거의 연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상용화된 진단시약조차 없다. 물론 백신과 치료제도 없다. 여러 정황상 지카바이러스 팬데믹이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에(매개체인 모기를 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방향의 연구가 시급하고 우리나라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sukki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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