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freecolumn.co.kr
깃대종을 지켜주세요!
2015.12.07
2013년 7월 18일 환경부는 ‘한국전 정전협정’에 의해 선포된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설정 60주년을 맞아 '두루미'를 DMZ 일원의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선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두루미는 황새, 크낙새, 저어새 등과 함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조류(鳥類)입니다.깃대종에서 종(種, species)은 자연 생태계에서 환경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물을 분류하는 기본 단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적, 지리적 그리고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 종으로, 1993년에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지구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된 개념입니다. 깃대종에는 시베리아호랑이, 팬더, 고릴라, 아프리카코끼리 등과 같이 국제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종이 있고, 강원도 홍천의 열목어, 덕유산의 반딧불이나 거제도의 고란초와 같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분포하고 있는 종도 있습니다.우리나라에는 21개의 국립공원(산악형 16개, 해상형 4개, 사적형 1개)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20개 국립공원에 모두 40종의 동식물들이 깃대종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그 실례로 지리산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는 한국 특산식물인 '히어리'와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되어 있는 ‘반달가슴곰’이 선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2002년 지리산에서 멸종위기종인 야생 반달가슴곰이 공식 확인된 것을 계기로, 환경보호와 함께 종 복원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깃대종은 멸종위기종인 ‘풍란’과 ‘살쾡이’입니다. 사적형 국립공원으로 유일하게 지정된 경주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는 ‘소나무’와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선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국립공원의 깃대종들에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깃대종의 보존과 복원은 다른 생물들의 서식지 보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지자체들이 깃대종의 선정과 보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실례로 서울시는 맹꽁이와 억새를 깃대종으로 선정해 보전하고 있습니다. 대전시는 시민토론회, 설문조사 및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해 하늘다람쥐, 이끼도롱뇽 그리고 감돌고기를 깃대종으로 선정해 자연생태계 보호와 깃대종 보전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깃대종은 한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종이기는 하지만 이 종이 없어진다고 해서 생태계가 바로 파괴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비해 생태계에서 한 종의 멸종이 다른 모든 종의 다양성 유지에 크게 영향을 미쳐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역할을 하는 종은 ‘핵심종(核心種, keystone species)’이라고 부릅니다.핵심종의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로 다가와 있는 ‘수달’을 들 수 있습니다. 수달은 생태계 내에서 그들이 잡아먹는 동물의 밀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 다른 먹이 동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군집(群集, population)의 종 다양성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깃대종과 핵심종에 대비하여 특정 지역의 기후나 토양 등의 환경 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고 있는 생물 종은 ‘지표종(指標種, indicator species)’ 또는 지표생물이라고 부릅니다. 지표종으로는 식물이 동물에 비해 더 많이 지정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동물에 비해 고착생활을 하는 식물이 환경 변화에 더 잘 적응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지표생물 중 특정 지역의 영양상태 정도, 산성도, 건습도 등과 같은 환경조건의 측정에 이용되는 식물은 지표식물이라고 부릅니다. 지표식물은 환경보전의 정도를 측정하거나 생태 복원의 증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표식물로는 아황산가스의 농도가 0.03ppm 이상에서는 살지 못해 대기오염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의류(地衣類, lichen)를 들 수 있습니다. 다른 지표식물의 실례로 쇠뜨기나 수영이 자라고 있는 지역의 토양은 산성이고, 거미고사리가 생육하고 있는 곳의 토양은 중성이나 알칼리성입니다. 그리고 양치식물인 뱀고사리가 밀생하면 토양 중에 다량의 중금속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황소개구리나 배스(Bass)와 같이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들이 도입되어 확산되며, 토종 동식물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환경운동단체가 '깃대종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보전 활동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깃대종의 지정 목적은 우리 주변에 있는 야생생물 종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생태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환경보전 활동에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깃대종에 대한 관심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개선과 함께 후손들에게 맑고 깨끗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는 환경보전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이제 ‘깃대종의 보존이 생태계의 보존’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위해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깃대종 지키기’의 실현과 연계한 다양한 생태교육과 현장체험 프로그램 등의 개발과 운영 그리고 홍보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교육계와 언론계 등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게스트칼럼 / 이정원
'40대 기수론'을 다시 듣고 싶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래피드 시티의 러시모어 산에 조각된 워싱턴, 제퍼슨, 링컨, 루스벨트 등 네 명의 위대한 미국 대통령상을 오래전 미국 여행길에서 감명 깊게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3억2천만의 인구를 가진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이자 최대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팍스 아메리카나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 미국이 왜 위대한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이 네 대통령상을 통해 그 거대한 미국 역사의 흐름을 직시하면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식의 진보적이고 도덕적 민주주의가 오늘의 위대한 미국을 탄생, 발전시킨 초석임을 이 네 지도자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양에서 노자의 지도자론을 보면 가장 훌륭한 군주란 첫째가 없는 듯이 존재하는 임금, 두 번째가 백성들이 칭송하는 임금, 세 번째가 두려운 임금, 네 번째가 백성들이 업신여기는 임금의 순으로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노자의 지도자론이 어찌 보면 아주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것은 과거의 잣대이고 현대국가에서 보면 가장 맹물같이 이상만을 좇은 구시대적인 통치철학입니다. 임금이 없는 듯이 하는 정치란 유토피아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경우이지 현대와 같이 인종 · 사상 · 문화 · 기호 · 계층 · 종교적으로 다변화되고 복합적인 사회에서는 진취적이며 패기 발랄한 승부사적 리더십, 즉 행동하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서양에서 우리가 흔히 권력의 속성에 대하여 원용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핵심은 ‘끊임없는 변화 속의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우가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자의 힘'과 '여우의 책략'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마키아벨리는 우유부단하게 질질 끄는 관망정책을 가장 싫어했습니다. 우리가 곱씹어 보아야 할 중요 대목이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불가결의 덕목입니다. 한 나라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고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려면 희생과 용단의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한국 신화를 이루는 데는 멀리 광개토대왕 세종대왕 정조대왕, 그리고 김유신과 이순신 장군에서부터 안중근 의사, 그리고 이병철 정주영 같은 기업인, 여기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등 문명화,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해낸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분들의 공통분모를 끌어내면 가장 바람직한 한국적 지도자상이 정립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불고 있는 40대 정치 지도자의 대두와 그들의 지도 이념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패기와 열정으로 새 국가를 열어나가자는 젊은 지도자상의 대두가 세계 정치사와 통치사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1961년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인 44세의 제35대 J F 케네디 대통령 시대를 열었습니다. 짧은 머리에 달변이며 재기발랄한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며 뉴프런티어 기치를 내걸고 미 국민에게 도전과 패기의 새 국가를 열어나가자고 역설했습니다. 케네디는 소련의 쿠바 핵 배치 의도를 해상봉쇄로 흐루쇼프의 항복을 받아내어 미국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패기와 도전의 강력한 미국 상을 정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개척자적인 뉴프런티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여파가 서서히 지구촌을 달구더니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건 새로운 40대 지도자 바람이 세계 각국에서 폭풍우처럼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7세에, 캐머런 영국 총리가 43세에 각각 최고 지도자로 선출되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45세의 공화당 폴 라이언 의원이 40대 하원의장에 당선된 것을 비롯하여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43세,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40세, 샤를 미셸 벨기에 대통령이 40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41세에 각국 최고 지도자에 올라 그야말로 40대 바람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집권 공통 키워드는 하나같이 ‘안주로부터의 탈출’이었습니다. 그리고 40대가 그 최적의 연령대라는 것을 선거를 통해 증명하였습니다. 이들이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연령대가 40대라는 사실은 나이가 40이면 자신의 얼굴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으며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기거나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 공자의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불혹(不惑)이라는 말에서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논리로 발전하여 왔고 변화는 폭풍처럼 역사를 몰아쳐 왔습니다. 특히 세계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실업률이 증가하여 이로 인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참신한 40대 지도자를 갈망하는 주된 이유가 됐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기성세대에 신물을 느낀 신세대에 의하여 정치권의 물갈이 요구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젊고 참신한 정치신인을 발굴하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아울러 지금의 무기력한 정치인들로는 국민 열망에 부응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김영삼 김대중으로 대변되던 ‘40대 기수론’이 지금쯤 다시 나와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보니 40대 기수론을 주창했던 패기의 정치인 김영삼이 떠올라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이정원
시조시인. 고려대 경제학과 졸. 고대신문 편집국장 역임. 공직에서 정년퇴임.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강남지부 회원. 현대시조 ‘좋은작품상’ 등 수상. 시조집으로 ‘얼레와 어금니’ 등 3권 등이 있음.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