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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말하는 ‘조선반도’
2015.11.18
우리는 남북한을 통틀어 한반도라고 합니다. 같은 경우 북한은 조선반도라고 합니다. 일본도 조선반도(朝鮮半島 : 조센한토)라고 합니다. 일본은 결코 한반도를 한반도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일본이 말하는 조선반도는 북한의 조선반도와 같을까 하지만 그것도 아닙니다.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할 때의 ‘조선’이고, 일본이 말하는 조선반도는 대한민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닌 그 이전의 조선, 즉 그들이 멸망시키고, 35년 동안 식민지로 삼았던 조선을 일컫습니다.일본이 왜 한반도를 조선반도라고 할까요? 우선 일본인들의 오래된 언어관행이라는 이유를 듭니다. 거기에 남한과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독립 국가이고, 반도를 서로 다르게 호칭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 편의 호칭을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북한식 조선반도도 아닌 것은 북한과는 수교도 하지 않은 마당에 어떻게 북한의 호칭을 쓸 수 있냐고 잡아뗄 것입니다.결국 일본은 남북분단을 이용해 한반도에서 자국민의 ‘언어관행’을 구실로 식민지 시대의 향수를 즐기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왔습니까? 일본에 대해 한반도를 한반도로 표기하라는 요구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었나요?30여년 전 일본에서 유학한 한 원로교수는 일본의 학회와 황당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학회에 제출한 연구논문에 들어 있는 ‘한반도’라는 표기를 ‘조선반도’로 고치지 않으면 논문을 수용할 수 없다는 통고에 맞서다가 그는 끝내 논문 제출을 포기했습니다.학회가 그럴진대 공공기관에선 말할 게 없습니다. 일본의 TV들은 지금도 남북한의 일기예보를 조선반도의 일기예보라고 하고, 한반도의 일부로 한국을 지칭할 때도 조선반도의 남쪽지역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한반도 시계는 식민지 시대에 멈춰 있는 것입니다.일본의 조선반도에 대한 집착이 이처럼 집요함에도, 우리는 동해의 일본해 표기는 문제 삼으면서도 정작 몸통에 대한 표기에 무관심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실정이었습니다. 남북분단을 공고히 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몰랐거나 묵인해 온 셈입니다.중국은 오랫동안 서울의 호칭을 중국인들의 언어관행을 이유로 ‘한청(漢城)’으로 불렀습니다. 정부의 거듭된 요구로 ‘수얼(首爾)’로 개칭한 것이 불과 2000년대 들어와서입니다. 지명이나 인명은 수교국의 표기를 따라주는 것이 외교적인 관행입니다. 일본서도 그런 예가 있습니다. 공영방송 NHK가 한국어 강좌를 ‘조선어 강좌’가 아닌 ‘한글강좌’로 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우리가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일본은 자위대의 북한 진출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어 왔던 것 같습니다. 나카다니 겐(中谷 元) 일본 방위청장관은 지난 10월 방한 때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말했습니다.한민구 국방장관이 “북한은 헌법상 한국의 영토이므로 일본 자위대가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에 상륙해 군사작전을 펼 수 없다”고 한 데 대한 응수였습니다. 북한은 한국의 지배가 미치지 않으므로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일본이 독자적으로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입장에서 헌법적인 이유만으로 북한을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감되기가 어렵습니다. 나카다니의 발언은 그 점을 꿰뚫은 것입니다. 명분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줍니다.일본군의 한반도 상륙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집단자위권을 발동해 미국을 돕는 방식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요청하거나 한미일 간에 긴밀한 협의 하에서 결정돼야 할 일입니다.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과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남한이 일본보다 먼저 위험에 직면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일본군의 북한에 대한 작전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그로 인해 방사능 유출이라도 발생하고, 나아가 전면전의 도화선이 된다면 한반도는 초토화된다고 봐야 합니다. 어떤 형태의 작전이건 간에 한국의 평화와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일본군의북한 상륙은 반드시 한국과의 사전협의가 전제돼야 하는 이유입니다.아베 정부의 우경화 전략은 안보법 개정으로 만족하지 않고, 평화헌법 개정과 2차세계대전 전범재판까지를 재검증하겠다며 미국에 도전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의 외교력은 미국이 태평양전쟁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하는 어려운 과제까지 안게 됐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임종건
필자는 1970년 중앙대 신문학과를 나왔으며 한국일보사와 자매지 서울경제의 여러 부서에서 기자와 데스크를 거쳤고, 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을 지냈습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 위원 및 감사를 지냈고, 일요신문 일요칼럼의 필자입니다. 필명인 드라이 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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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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